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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의 악취에 살맛난 선간위
게시물ID : sisa_302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녹차Ω
추천 : 16/4
조회수 : 29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7/06/26 19:46:03
****이 글은 조기숙 교수의 글이며,서프라이즈 토론방에서 퍼올렸습니다.
"유신의 악취에 살맛난 선간위"는 제가 임의로 붙인 것임을 밝힙니다.*********************



유신시대로 되돌아간 선관위의 시계 | 명쾌마법사 매직조 칼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특정 대선주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의 글이나 손수제작물(UCC: 사용자 제작 콘텐츠) 등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네티즌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오프라인 시대에 만들어진 선거법을 온라인에까지 과도하게 해석해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래서 선관위원들이 법률가로만 구성되어서는 곤란하다. 현실을 외면하고 과도하게 자구의 해석에 얽매여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진민주국가에서는 선관위라는 것을 찾기 어렵다. 선거운동을 자유롭게 하도록 입은 풀고 돈만 막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선거운동 기간이 따로 없을 정도로 정치와 선거의 구분이 없다. 검찰이 자금줄의 흐름만 쥐고 있으면 되므로 굳이 선관위가 필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가 민주화될수록 선관위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 영향력과 개입의 정도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왜일까.




과거에는 대통령의 선거개입에 대해 입도 뻥긋 못하던 선관위원들이 오히려 민주적 대통령의 발언까지 규제하고 나섰다. 민주정권의 탄생으로 행정부의 권력이 축소되면서 사회 곳곳에서 기득권세력이 권력화하고 있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신생민주국가에서 선관위가 주로 법조인으로 구성되는 이유는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법은 뭔가 공정하고 비정치적인 이미지를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생민주국가의 선관위도 법조인의 비중이 우리처럼 높지는 않다. 법조인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므로 대체로 보수적인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또 이해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선관위원을 법조인 중심에서 벗어나 경험, 연령, 직업 등에서 다양한 배경을 지닌 분들로 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는 독재자만 사라지면 민주주의가 저절로 얻어지는 줄만 알았다. 그래서 독재정권에 맞서 열심히 싸웠다. 하지만 독재자는 사라지고 없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여전히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기득권 세력이 곳곳에 남아 있다. 민주세력이 이들을 완전히 제압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 공고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 대표적인 권력이 수구언론이며 이들이 독재의 후예인 한나라당과 결탁하여 선관위가 정치적인 결정을 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대통령의 헌법소원이라는 정당한 권리행사를 헌정질서 문란이라는 적반하장의 프레임을 걸어버리는 것도 바로 이들 수구언론과 한나라당의 연대라고 할 수 있다.




진보언론이라고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이 투쟁하던 독재정권은 사라지고 없는데 아직도 그들은 반정부가 진보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진보언론은 노무현대통령에게 선관위의 부당한 결정을 존중하라고 촉구함으로써 스스로 진보언론임을 포기했다. 인권을 소중하게 지키지 않는 언론은 진보를 자처할 자격이 없다. 독재와 싸우던 진보언론이 이제는 수구언론과 한나라당 연대의 하수인이 돼 수구기득권세력의 권력화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독재시대의 향수에 젖어 있는 수구언론은 새로운 독재자로 등장해 사회적 자유를 억압하고 있고, 진보언론은 아직도 정부만이 독재자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해 정부와 싸우는 것을 진보언론의 최대의 사명으로 알고 있다. 정치인은 언론에게 잘 보여야 하니 언론과 함께 독재시대의 문화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언론과 정치인이 진보, 보수를 불문하고 독재시대의 문화를 부추기니 국민 다수가 어떻게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그나마 깨어있는 상다수의 네티즌이 시대를 앞서가고 있어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선거민주화 수준이 어느 정도 되면 국민이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




2006년 이코노미스트가 평가한 각국의 민주주의 지수조사에서 선거항목 점수를 보면 우리는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와 함께 10점 만점 중 9.58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8.75)이나 일본(9.17)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우리 국민은 선거에서 최고의 자유를 구가할 권리가 있고 또 자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최강국인 국가에서 선관위가 인터넷 규제한다는 것이 얼마나 코미디인가.




얼마 전 러시아의 중앙선관위는 인터넷을 언론으로 간주한다고 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러시아 정부는 언론검열을 하고 있어 프리덤하우스의 자유국, 부분자유국, 비자유국 중에서 비자유국에 속한다. 1점이 최고, 7점이 최하점수가 되는 자유도에서 러시아는 정치적 권리에서 6점, 시민의 자유에서 5점을 기록하고 있다. 덕분에 푸틴대통령은 정보가 차단된 국민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3선 개헌을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은 정치적 권리는 1점, 시민권은 2점을 받아 종합 1.5점을 기록했는데 아시아에서는 최고의 성적이다. 시민권의 점수가 2점으로 정치적 권리보다 낮은 이유는 물론 국가보안법과 친북사이트의 폐쇄 때문이다. 프리덤 하우스는 한국 보고서에서 지난 해 강정구교수 사건에 대한 마녀사냥에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강교수의 인권을 국가가 보장해주고 언론과 시민단체가 탄압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연출된 것이다. 정부는 민주화되었지만 기득권 세력이 시민권을 억압하고 있다는 증거를 언론자유도에서 뿐만 아니라 여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자유도 5.5점인 국가 러시아에서 포기한 인터넷 규제를 자유도 1.5점인 대한민국의 선관위가 하겠다고 나섰다. 선관위의 인터넷 규제는 대한민국의 시계를 전두환 정권(5점)보다도 이전인 유신시대(6점)로 되돌리는 것이다. 피흘려 쟁취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러시아보다도 후진적인 상태로 후퇴시키는 것이다. 오호 통재라! 진정으로 민주주의의 실신을 개탄할 일이다.




선관위는 법개정을 미루는 국회를 원망할 일이 아니다. 선관위가 해석에 있어서 조금만 융통성을 발휘했어도 이런 일은 막을 수 있었다. 선관위원들은 제발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세계의 변화를 직시하기 바란다. 달라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새롭게 깨닫기 바란다.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시민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네티즌들이 나서서 제2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할 것을 기대한다. 제2의 민주화 투쟁은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싸움이 아니라, 민주정부를 탄압하는 수구언론사와 우리 사회 뿌리 박힌 기득권의 억압에 대한 저항이 될 것이다. 인권개념이 부족한 진보언론도 극복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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