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동치미도 얻을 겸, 집에 들렀는데
어깨가 쑤신다는 엄마께 부항 떠 드리고 안마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뭐.... 결국은 대선 얘긴데,,
...
우리 부모님은 "당연한 걸 왜 묻니??" 라는 정도의 박근혜 지지자이시다.
엄마는 아직도 기억하고 계신다.
나병환자의 녹아내린 손을 꼭 잡으며 위로하던
그리고 항상 어려운 사람들을 마주하며 인자하게 웃으시던 육영수 여사의 모습이 기억나신다고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박근혜에게 기대한다고 말씀하신다.
.
.
.
나 역시도 육영수 여사에 대해서는
"들어온 이야기"로만 갖게 된 막연한 환상이 있다.
내가 태어나기 전 과거의 이야기인지라...들어 온 내용 자체가 틀릴 수도 있겠지만
남편이 하는 바깥 일은 바깥 일이고
아내로써, 어머니로써, 그리고 영부인으로써 역할만을 충실하게 하셨던 육영수 여사.
내가 들어 온 그 분의 "자애로운 모습"은 박정희의 독재와 만행을 덮어주기에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마치 훈련소에서의 혹독한 얼차려 직후 받아먹는 달콤한 쵸코파이처럼 말이다.
.
.
.
박근혜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참 해맑게 웃고 있다.
사실, 무슨 걱정이 있었을까....세상이 내 것인데.
비 한 방울 맞을까봐 우산 들고 종종걸음으로 따르는 이들이 수 십명이었을 텐데.
그 만큼,, 어려움은 없었겠지...그래도
그러니 만큼,, 순수함은 지녔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는 분명 바른 어머니 교육을 받고 자랐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상상하는 육영수여사, 그 분의 자제이고 더군다나 맏딸이라면.
우리 모두 알고 있듯...박근혜는 돈 욕심, 권력 욕심이 아닌
아버지를 향한 마음으로 대선에 출마한 것이다.
사실, 이런 효녀가 어디있나... 이 하나 만으로도 그녀의 기본 인성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인성의 근본인 "효"를 갖추었으니 말이다.
.
.
.
그래서, 생각할수록 안타깝다.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정치를 시작하면서,,
지금 대선후보로 참 부족하다는 평가에 이리저리 까이고 있는데
박근혜씨는 정치를 하지 않았어야 한다.
박근혜 개인에게 "살인마의 딸"이니, "독재정권의 공주"이니 하는 것 보다
정치를 시작하기 전의 박근혜씨는
부모님 모두를 총탄에 여읜 "불쌍한 전임 대통령의 맏딸"이다.
그녀 아버지의 만행에 치를 떠는 사람들이 많다지만, 연좌제도 아니고..그저,, 대한민국의 역사에 뚜렷이 남을 수 밖에 없는 한 사람. "박정희"
그 사람의 "유족".
'그 모든 것들'은 아버지가 했던 것일 뿐..
당시의 박근혜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고 책임도 없다.
.
.
그럼에도 "불쌍한" 그녀를 부추기며
순진하고 멍청한 효녀의 "인지도"를 이용하려는..
정말정말 나쁜 사람들 때문에
박근혜는,,전임 대통령의 유족이 아닌
"무식한 후보", "수꼴의 마녀", "유신의 잔불"이 되어버렸다.
박근혜는 아버지가 세운(?) 역사를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함이고
그 인간들은,,, 잘 알려진 꼭둑각시 내세워 자신들의 욕구 채우기 위함이고..
그래서 권력이 필요한 것이고...
그러나... 자질이 전혀 없다. 아는 것도 너무 없다.
(주변도, 본인도 알고 있다.)
.
.
.
2006년.
지방선거 지원유세를 하던 박근혜에게 괴한이 급습,, 오른쪽 뺨을 칼로 긋는 사건이 터진다.
당시,, 피가 줄줄 흐르는 볼을 감싸고 있는...그녀의 모습.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녀의 눈은...정말 무서웠다.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나"라는...
그리고 독에 가득 찬 눈빛.... 너무 무서웠다.
내가 본 박근혜씨의 눈 중에서 가장 큰 눈이었다.
.
.
.
그래... 왜 그런 꼴을 당해야 했나...
왜....?
그냥... 박근혜씨는....그냥..
본인이 항상 이야기 하듯... 아버지의 이야기는 민중과 역사가 판단하도록 버려두고
그냥... 부모님을 그리며 조용하게 살아갈 수는 없었을까...
부모님을 여읜 불쌍한 사람. 그냥 그렇게 남아
사람들이 기억하는 육영수 여사의 모습을 이어받아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고, 자산을 기반으로 사회에 봉사하는 것 만으로도
민중이 증오하는 아버지의 과오를 덮을 만한 행실로 후손으로써의 "도리"를 하고
본인이 삶을 평화롭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아버지와 같이...민중에게 증오받는 대상이 되려하는가.
너무나 안타깝다.
.
.
5.16이 있던 그 때... 박근혜씨는 9살이었다.
쿠데타가 실패했더라면... 살아남지 못했을..
그날 밤... 육영수 여사는 아이들을 부여 안고 얼마나 불안했을까.
이후,, 18년을 공주님으로 살아왔지만
"쿠데타 오야붕"에게 쿠데타를 하려는 수 많은 집단의 위협속에 살았을 것이며
게다가, 그 중 6년은 어머니를 잃은 슬픔 속에 지내왔으니
인생의 꽃 날은 육십 평생에 고작 12년이다..
.
.
.
이번 대선이 끝나면... 그녀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화로운 삶을 찾았으면 좋겠다.
늦었지만...
민중이 기억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찾아 주었으면 한다.
사람들도.. 그녀에게 평안을 빌어주면 좋겠다.
.
.
.
"참 힘들었지요? 고생하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