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더 지니어스 지금 막장 전개의 가장 큰 원인
게시물ID : thegenius_302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유소년
추천 : 28
조회수 : 1835회
댓글수 : 29개
등록시간 : 2014/01/15 10:45:43
은 바로 제작진에 있습니다.

지금 더 지니어스의 전개가 이토록 눈살 찌푸려진 건, 물론 출연자 개개인의 욕심과 친목질도 큰 책임이 있지만,

그런 출연자들의 캐스팅에 대한 책임은 제쳐 두고라도, 많은 부분에서 제작진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들을 지금부터 하나씩 들어가겠습니다.





지니어스.jpg

1. 정치 게임과 전략 게임의 밸런싱 실패

2기 전개의 큰 문제점은 1더 지니어스 1기의 포맷을 그대로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취지와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1기의 절묘한 장치들은 다 운이었는지, 아니면 그 장치들의 의미를 망각했는지, 이도 저도 아니면 정말 그 장치들을 만들어낸 주요 제작 멤버가 떠났는지,

2기에서는 같은 게임의 주요 장치들이 전혀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왜 메인매치가 정치 게임이 주가 되는지, 왜 생명의 징표는 2개씩 주어지는지, 왜 데스매치가 꼴찌 2명이 아니라 꼴찌 1명과 그 꼴찌가 지목하는 1명이 상대가 되는지, 1기에서는 모두 이유가 있었다면 2기에서는 그저 형식적인 느낌이랄까요.

그 단적인 예가 불멸의 징표입니다.

더 지니어스에서 데스매치의 기본 취지는 만약 게임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흘러가 거기서 소외된 플레이어가 꼴찌를 할 경우, 그 소외된 플레이어가 자신을 배척한 그룹에게 복수를 할 수 있게 함으로서 역으로 게임이 지나치게 친목 위주로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지니어스2에서는 이 기본적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불멸의 징표라는 새로운 장치까지 만들어 놨죠.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나름 재미있는 요소를 집어넣는다고 넣은 것이겠지만, 문제는 이 불멸의 징표가 데스매치 제도의 순기능을 파괴해 버린다는 것입니다.

불멸의 징표는 그것을 가진 사람에게 지나친 권력을 부여합니다. 지금까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던 이상민이 이번 6화에서 태도가 싹 돌변해 [임]을 적으로 돌리고 이두희한테 대놓고 빅엿을 먹인 이유가 그것이죠. 더 이상 소수파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어진 것입니다. 이제 그가 불멸의 징표를 들고 있는 한, 1기에서처럼 그가 생존을 위해 무릎 꿇거나 가넷 하나를 가지고 다른 플레이어와 줄다리기하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수 연합은 무조건 그를 중심으로 뭉칠 것이며, 사람의 수가 충분히 줄어들거나 불멸의 징표가 없어질 때까지 필승 전략을 찾기 보다는 이상민이 지정하는 1명을 찍어눌러 내쫓는 방식으로 게임이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tvN] 더 지니어스 2 롤 브레이커.E06.140111.HDTV.H264.720p-WITH.mp4_20140114_050627.964.jpg

다음으로 지금까지의 게임 구성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더 지니어스1: 게임의 법칙 더 지니어스2: 룰 브레이커
메인 매치 데스 매치 메인 매치 데스 매치
1 1.2.3 게임 정치>전략 연승게임 정치 먹이사슬 정치<전략 콰트로 정치
2 대선게임 정치 연승게임 정치 자리바꾸기 정치<전략 해달별 정치
3 풍요와 기근 정치>전략 전략 윷놀이 전략 왕게임 정치>전략 결!합! 전략
4 좀비게임 정치<전략 전략 윷놀이 전략 암전게임 정치 해달별 정치
5 사기경마 정치<전략 연승게임 정치(탈락자) 7계명 정치>전략 레이저 장기 전략
6 도둑잡기 정치<전략 인디언 포커 전략 독점게임 정치 암전게임 정치
 
1기를 보시면 처음 1~3화까지는 전략보다 정치가 중요한 승리의 요소가 되지만, 4화부터는 점점 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됩니다. 즉, 자연스럽게 정치 게임 → 머리를 쓰는 전략 게임으로 게임의 방식이 넘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좀비 게임이나 도둑 잡기의 경우, 게임의 룰에서 임의로 사람-좀비, 혹은 큰방-작은 방으로 팀을 나누기 때문에 기존의 연맹이 크게 소용이 없어집니다. 게임에서 자체적으로 사람들을 찢어놓아 항구적인 연맹이 형성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2기는 오히려 처음 1, 2화는 머리를 쓰는 전략 게임이 나오다가 3화에서부터 정치가 더 중요해지고, 4화는 아예 전략의 여지도 없는 100% 정치 게임이 나오게 됩니다. 팀의 구성도 제작진이 아니라 플레이어들이 뽑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죠. 게임에서 정치와 전략의 배율이 뒤죽박죽인데다가 정치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크기까지 합니다. 그 결과 지금의, '게임이 나오기도 전에 일단 연맹을 맺고 보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데스 매치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1기에서는 보면 처음 1-2화를 빼고는 모든 데스 매치가 전략에 의해 승부가 좌우됩니다. 당연하죠. 데스매치는 연합에서 소외된 플레이어를 위한 장친데, 연합에 의지하는 게임이 나와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5화에서 잠깐 다시 연승게임이 나오긴 하지만 이것도 지금까지의 탈락자들이 다시 나오는 형식이라 오히려 1~5화까지 밉상이었던 플레이어를 떨어트리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이후 1기는 7~12화 끝까지 거의 모든 데스매치가 전략 싸움으로 일관합니다.

그런데 2기에서는 지금까지 6번의 데스매치 중 4번이 정치 게임입니다. 심지어 콰트로, 해달별, 암전게임은 아예 머리를 쓸 여지도 없는 100% 인맥 싸움이죠. 그 결과 데스매치가 소외당한 사람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인맥으로 쐐기를 박고 소수파를 쫓아내는 용도로 쓰이게 되는 것이죠. 이 때문에 오히려 데스매치가 다수파가 당당하게 연맹을 강화하고 소수파를 배척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14.01.03] tvN 더 지니어스 2 룰 브레이커.E05.HDQAM.X264.AAC.720p [Alicia].mp4_20140114_052933.173.jpg





2. 느슨하고 헛점 투성이인 게임의 룰

우선 2기의 룰들이 가장 아쉬운 점은 '너무 복잡하다'라는 점입니다.

세문장 요약을 하면 누구라도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1기의 룰과는 달리, 2기의 룰들은 대부분 세문장으로 압축하기도 힘들 뿐더러 시청자나 참가자들이 룰을 한 눈에 파악하기가 힘들게 돼 있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참가자들이 '룰 브레이커'답게 룰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하고 필승법을 찾아내기보다는 일단 뭉쳐서 연맹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1기에서 차민수가 게임 개시 5분만에 항상 필승법을 찾아내고, 7화에서 홍진호가 혼자 발견한 요소 하나로 콩픈패스의 대반전을 이룬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죠.

게임의 룰이 복잡하다보니 시청자들에게 주어지는 추리의 여지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입니다.

가령 1기에서는 시청자들도 '과연 누가 좀비고 누가 사람일까?' '우승마는 뭘까? 정보들을 종합해보면 알까?' 등 나름의 필승법을 고민하면서 게임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면, 2기에서는 암전게임이나 독점게임 처럼 추리의 여지가 별로 없거나, 왕게임이나 7게명처럼 시청자들이 참가자들이 가진 패를 한눈에 다 볼 수 없어서 추리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체감 거리는 멀어지게 되는 것이죠.

[tvN] 더 지니어스-게임의 법칙.E03.130510.HDTV.H264.720p-WITH.mp4_20140114_051357.918.jpg

또 하나의 큰 문제는 게임의 룰 자체가 1기보다 느슨하다는 점입니다.

가령 5화의 메인 매치인 7계명의 경우, 점수를 내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 임윤선이나 조유영과는 별개로, 거의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이상민이 큰 점수차로 우승을 하게 됩니다. '게임 종료 시, 자신이 보유한 칩이 0개라면 보너스 50점을 추가로 얻는다.'라는 개인 법안 때문인데요, 문제는 보유한 칩이 0개면 무한정으로 와일드 카드를 쓸 수 있는 게임 자체의 룰까지 있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그가 얻은 개인법안은 처음부터 우승이 몹시 유력한 밸런스 붕괴 법안이었다는 것이죠.

1화 먹이사슬의 경우에도 온라인 시뮬레이션의 결과 하이에나나 뱀이 이길 확률은 80% 이상, 사자가 이길 확률은 10%대로 수렴합니다. 애당초 밸런스가 잘 맞지 않는 것이었죠. 4화 암전 게임의 경우에는 배신 외에는 뾰족한 전략이 없기까지 합니다.

결론적으로 2기에서는 제작진이 1기의 성공을 의식해 너무 과하게 게임을 꼬다보니까 너무 복잡해져 참가자들이 머리를 쓰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제작진 스스로도 필승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거나 헛점이 발생하는 경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게임의 밸런스, 두뇌 싸움의 팽팽한 긴장감 자체가 1기에 비해 많이 떨어지게 된 것입니다.





3. 안일한 제작진의 태도

20131203223336_6377.jpg

이것이 근본적이고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2기가 어쩔 수 없이 1기보다 친목 성향이 강해지고, 이로 인해 시청자들이 눈살을 찌푸릴 때의 제작진의 대처 방식입니다.

제작진들은 지금의 지니어스가 애당초 기획 의도에 비추어 아무 문제도 없으며, 이렇게 사람들의 추악한 내면을 드러내는 것이 하나의 재미 요소라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그런 점도 더 지니어스만이 가지는 독특한 매력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1기에서는 그런 인간의 내면을 적절히 드러내면서도 게임 자체의 룰이 사람들 위에 있어 근본적인 승부에는 결국 머리를 써야 하는 것이 더 지니어스의 특징이었습니다. 전략과 정치의 밸런스가 아주 좋았던 것이죠.

그런데 2기는 더 지니어스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머리 싸움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추악한 파벌 싸움, 영혼 없는 사기, 승리를 위한 타인 배제만 만연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지배력이 참가자들에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그럼에도 제작진의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면 이는 그들이 '휴브리스(Hubris)의 오류', 즉 한번 성공을 거두었기에 같은 방식만 쓰면 또다시 성공할 것이라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반 상황이 많이 바뀌었는데도 말입니다.

설사 '2기에는 인간 내면의 추악한 승부욕을 더욱 조명해보자'라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였다고 한들, 시청자들이 대부분 'NO!'라고 말하는 지금 상황에서 '우리의 의도는 원래 이런 것인데 너희가 이해를 못한 거임. 아무런 문제 없음'이라고 말하는 것은 제작진의 오만이자 착각입니다.

영화든, 드라마든 예능이든 제작자의 손을 떠난 작품의 최종 평가는 관객이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다 대고 제작진이 '우리의 원래 의도는...'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더 지니어스의 12화를 한편의 드라마로 생각했을 때, 6화까지의 전반부는 제작진의 의도가 명백히 실패한 것입니다.





[14.01.03] tvN 더 지니어스 2 룰 브레이커.E05.HDQAM.X264.AAC.720p [Alicia].mp4_20140114_053937.334.jpg



1기에서 더 지니어스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받았던 신선한 충격과 흥미가 2기에서 이렇게 무너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이렇게 장문의 글을 써보았습니다.

물론 아직 절반밖에 안온 방송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이 섣부를 수도 있겠지만,

6화에서 바닥을 치는 기획력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와 글을 올리게 되네요.

부디 제 의견이 틀렸기를,

7화부터는 콩픈패스처럼 개인의 두뇌적 역량이 게임을 좌우하고 지금의 눈살 찌푸려지는 묻지마 연맹이 무너져,

그래서 제작진이 뭔가 근거가 있으니까 그렇게 큰소리 쳤던 것이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