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리 원전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네요.
그래서 일본에서 5년째 거주중인 유학생의 생활을 알려 드릴까 합니다.
글이 길어질지 모르겠네요.
저는 2010년 유학을 왔습니다. 사는 곳은 도쿄입니다.
그리고 2011년 3월 후쿠시마 방사능 사고가 났습니다.
우선 사고 당시에는 지진에 대한 공포가 컸지 방사능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었습니다.
여진때문에 한달정도 귀국했다 돌아갔는데 이 때부터가 방사능과의 싸움이 되었겠네요.
우선 귀국후 마실 물과 음식을 사러 마트에 갔을때 마트에 생수가 아예 없었습니다.
3월 11일 사고 후 약 3일정도 후 귀국 했으니 그 시간 사이에는 지진의 여파니 뭐니 해서 이해한다쳐도
사고 후 한달이 지났는데도 마트에 생수가 전혀 없었습니다.
근처 대형마트 3곳과 슈퍼마켓체인 2곳, 편의점 3곳을 돌아다녔는데도 마찬가지였죠.
겨우 큰 편의점에서 유럽산 생수 1리터 한병과 스파클링 워터 한병을 겨우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인터넷에서 삼다수를 대량 주문해서 먹다가, 농심 개쌔끼들 때문에 미네마인이라는 생수를 사먹고 있네요.)
그 뒤로도 보름정도는 마트에서 생수를 찾는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금방 매진되고 비싼 외국산 생수만 있고.
그 전에는 밥을 짓거나 찌개에 넣는 물은 그냥 수돗물을 썼는데 이제는 모두 생수를 쓰니 더욱 소비량도 많아졌구요.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매우 커졌습니다. 그 당시는 방사능에 대한 뉴스도 많이 나올때라 더욱 그러했구요.
그래서 햅쌀이 나오기 전에 전년도 쌀을 대량 구매 해 놓기로 했습니다.
음식점에 쌀을 대량 납품하는 업체에 전년도 쌀을 문의하니 거의 대부분의 곳에서 사재기로 구할 수 없다는 대담이 돌아왔습니다.
겨우 이바라키현의 쌀을 100키로 살 수 있었습니다.
자, 이제 쌀과 물을 겨우 준비가 되었네요.
이제 야채나 과일, 육류의 문제가 남았습니다.
그 전에는 마트에 가면 가격 기준으로 고르던 것이 이제는 원산지를 보고 사야 하게 되었네요.
사고가 난 후쿠시마 와 그 주위 현들은 농사나 농장이 많아서 특히 도쿄로 들어오는 야채, 과일, 육류를 이 부근의 것이 많습니다.
후쿠시마라산 재료가 많지는 않지만 그 주위 이와테나 군마 이바라키의 것은 정말 많습니다.
주로 토마토나 오이는 후쿠시마산, 육류는 이와테산, 군마나 이바라키는 거의 모든 야채들입니다.
저는 사고 후, 나카노(도쿄의 서쪽) 이하의 현들, 홋카이도 이외의 제품은 아무리 싸거나 먹고 싶은게 있어도 사지 않습니다.
과일은 수입산 키위나 포도 바나나, 큐슈쪽 과일들, 육류는 미국이나 호주산, 남미산, 어류는 대서양이나 남반구 연어정도 밖에 사지 않네요.
그런데 이렇게 한계를 정해놓으면 정말 쇼핑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야채는 비싸게 사야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고 과일은 정말 몇개 먹을 수도 없죠.
그리고 이렇게 원산지가 멀어져 버린 야채는 가격이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면 군마현 시금치가 한봉지 99엔에 살 수 있던것이 이시카와현의 시금치는 199엔이 되는 식이죠.
저도 일본에 다시 돌아오고 나서는 한동안 외식을 자제하다 집에서 일일이 만들어 먹는데도 한계가 있고 귀찮기도 하고
다시 외식도 하고 도시락도 사먹고 했던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저녁먹을려고 갔던 돈까스집에서 후쿠시마 산이라고 쓰인 양배추 박스를 보고 난 뒤,
한국 친구들을 만나서 저녁을 먹은 오오쿠보의 밥집의 복도에 쌓여있던 후쿠시마산 쌀들을 본 뒤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일본은 사고 뒤 방사능 허용 수치를 그 전보다 높게 허용되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이 블로그나 sns에서 방사능 수치를 공개하는 것을 법적으로 규제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사고 1년 뒤 즐겨 보던 방사능 관련 뉴스나 수치를 제공하던 블로그도 막혀버리고 일일히 발품팔아 찾아보지 않는이상
방사능 관련 뉴스를 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가끔 한국사람들 만나서 방사능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면 별 관심없고, 그런거 신경쓰고 어떻게 일본사냐 라고 하는 사람들,
생수를 싸서 다니는것 보고 [수돗물도 맛있는데 왜 항상 생수를 먹어요? 수돗물도 맛있어요] 라는 일본사람들이나
[방사능 무섭지 않니?] 라고 물으니 아무렇지 않게 그건 여기랑 멀어서 도쿄는 괜찮다고 하는 학교 친구들을 보면
내가 오버하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혼자 튀는 행동 같구요.
작년에는 하루종일 너무 피곤하고 목도 계속 붓도해서 갑상선이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한달이상 지속되어 결국 한국에 가서 검사도 받고 그랬습니다.
다행이 이상을 없었지만 지금도 몸이 아프거나 이유없이 오래가면 나도 피폭되는 것은 아닌가? 라는 불안감을 달고 살아갑니다.
다행히 내년이면 졸업이고, 1년만 참자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피폭에는 개인차도 있어 몇일은 괜찮지 않냐고, 정부에서(일본이든 한국이든) 괜찮다고 한다고
일본에 여행오겠다는 친구들이나, 일본제품 대신 사서 보내달라는 친구들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방사능이라는 것이 냄새가 있는 것이 아니고 증상이 바로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둔감해 지기 쉽습니다.
저도 쇼핑하면서 1,2백엔 아까워 이바라키현 계란을 사려고 할때나, 도시락용 반찬을 만들때나 그냥 포기해 버릴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처럼, 눈에 보이지 않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며 사는 것은 정말 피곤한 일입니다.
하지만 방사능이라는 것이 치료라는게 없습니다. 몸의 기저인 세포단위를 무너뜨리는 녀석이니까요.
고리원전 위험성 기사를 보면서, 그래도 졸업후 안전한 내나라 가서 살자 라고 위로했던 다짐을 위협하는 이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원전 그게 뭐 어때서? 가 아니라 원전은 소리없이 자신의 삶을 바꾸게 만들겁니다.
일본의 경우는 일본 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게 한국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수도 있습니다.
저처럼 저녁 먹거리를 위해 쇼핑하면서 원산지를 일일이 따지면서 사야하고,
음료수를 사먹을 때마다 제조소 고유번호 확인해가면 사먹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행복하고 안전한 미래가 아니라 언제 아프게 될지 모른다는 위험성을 가지고 사는 것은 생각보다 삶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다시 사고 후로 되돌릴 수도 없구요.
제발 고리원전을 비롯한 노후 원전을 가동을 멈추고 폐쇄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