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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가 왜 의료민영화와 연결이 될까요?
게시물ID : sisa_2082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래여...
추천 : 1
조회수 : 47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6/14 18:12:45
1. 포괄수가제가 왜 환자에게 불이익이 되나 

이 제도의 빤히 보이는 문제점은 
3만원 짜리 재료를 1만원 짜리 재료로 대체하는 게 아니라, 
출처 불명의 3천원 짜리 재료로 대체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거죠. 
1만원 짜리 메이드 인 차이나까지는 어떻게 괜찮을지 모르지만, 
3천원 짜리 메이드 인 캄보디아는 환자를 잡을 수도 있을 겁니다. 



2. 누가 잘못했나 

한 사람 한 사람 봐서 나쁜 사람은 없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한 명의 책임 소재가 분명한 문제에는 양심을 요구할 수 있지만 
백만 명이 모여 만든 시스템에는 양심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시스템은 정해져 있는 대로 흘러갑니다. 
주식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쏟아져 나온다고, 주가가 올라주나요? 
시스템은 아무런 감정 없이 자기 길을 갑니다. 

포괄수가제를 하겠다는 정부도 시스템의 일종이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건강 신경 안 씁니다. 당장은 수치로 보이지 않고, 지지율에 영향을 주지 않으니까요. 단기적으로는 국가 재정이 호전되어서 오히려 지지율이 오를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시야를 넓게 보겠다고 해서, 
세금의 일종으로 인식되는 건강보험료를 더 받으면 지지율이 떨어지고 정권이 위협을 받고, 
재정이 너무 악화되어도 정권이 위협을 받으니, 

그렇게 되면 수지를 맞추기 위해 지출을 줄이겠다는 것일 뿐이죠. 



3. 어떻게 해야 문제가 해결되나 

시스템은 구조를 뜯어 고쳐야 문제가 해결되지, 
문책을 하고 양심에 호소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의료업계 현실을 알고, 의학적인 지식이 있는 의사가 볼 때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를 게 뻔히 보이니까, 
이거 큰일 나겠다고 알람을 울리는 건데 ... 그 뜻이 곧이 곧대로 전달이 되지는 않네요. 

누가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나요? 
(1) 거대한 자본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권력 
(2) 국민의 투표와 여론 
인데, 

(1)은 포괄수가제 하에서 돈을 편안하게 벌 수 있고, 
건강보험이 붕괴하고 의료이원화가 되면 더 큰 돈을 더 빠르게 벌 수 있으니, (뒤에 설명) 
당연히 시스템이 포괄수가제로 가도록 힘을 쓸 것이고, 
지금 상황이 그렇게 되고 있는 겁니다. 

(2)는 지금 문제가 뭔지를 모르고 있네요. 
힘이 여기저기로 분산되어서 net force = 0 입니다. 

둘을 합하니 일단 우리는 포괄수가제를 벗어날 수가 없네요. 



4. 이 변화로 인해 누가 이익을 취하나 

항상 하는 얘기인데 의사와 환자가 서로를 불신하고 미워하면, 
양쪽 모두에게 손해입니다. 
물론 둘 중에서는 환자의 손해가 더 크죠. 
건강보험재정=정권은 그렇게 되는 게 이익이 더 크니, 
비윤리적일지라도 그런 상황을 조장하는 것이고요. 

언론이야 뭐, 그냥 중간에서 클릭 받아먹을려고 자극적인 기사 계속 뽑을테고요. 
언론은 특별히 의도는 보통은 없을텐데 어쩌다 보니 문제를 증폭하는 역할을 하게 되겠죠. 

의료 자본은 아예 국가가 전부 의료를 소유하는 유럽식이 되지 않는 한, 그리고 자본주의가 붕괴하지 않는 한,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비대해져 갈 거고, 포괄수가제 하에서는 더욱 빠른 속도로 커나갈 것입니다.
 저 위에 캡처 보면 포괄수가제의 첫번째 장점이 '경영과 진료의 효율화'잖아요. 경영이 효율화되니 쉽게 돈 벌 수 있는 거죠.  
의사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의료 자본이 돈을 버는 것입니다. 



5. 미래의 한국 의료는 어떻게 되나 

물론 의사도 어떻게든 먹고 살 수는 있을 겁니다. 아마 현상 유지거나 천천히 나빠지는 정도겠죠. 
그러는 와중에 환자의 건강은 '3천원 짜리 재료'로 인해 시궁창이 되겠죠. 

그리고 그러다 보면 이대로는 못참겠다! 하는 상류층들과 상위 중산층부터 건강보험에서 분리되어 나가려 할 거고, 
결국은 박정희 시절부터 땜질하며 유지되던 건강보험체제가 반드시 붕괴할 겁니다. 
그러면 의료는 이원화되는 거죠. 미국처럼. 

1%의 상류층과 5%의 상위중산층은 
미국처럼, 지금의 10배 되는 의료비와 보험료를 지출하고, 
그 대가로 쾌적한 환경에서 고급 기술을 지닌 의료진에게 신속한 진료를 받고 
더 오래 건강하게 살고 더 많은 돈을 벌 것이고, 
민영 보험회사에 더 많은 보험료를, 의료 자본에 더 많은 치료비를 내겠죠. 

지금의 건강보험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거대한 축은 
저 6%의 사람들이 상한선 없이 소득의 일정 부분에서 무조건 떼어내는 건강보험료인데, 
그게 민영회사로 빠져나가면서 건강보험 재정은 더욱 악화되고, 
그렇게 악화된 재정 하에서 정부는 더욱 강하게 지출을 통제하고, 
의료의 질은 더욱 나빠지겠죠. 

그래서 94%의 사람들은 언제 자기가 수술받을 수 있는 차례가 될지 기약없이 기다리며, 
무너질듯하고 불쾌한 병원에서 그저 그런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고 
이런 저런 질병에 시달리며 더 힘든 삶을 살게 되겠죠. 

<출처: http://orbi.kr/bbs/board.php?bo_table=united&wr_id=2925832&tags=%EC%9D%B8%EA%B8%B0%EA%B8%80의 lacri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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