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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걸린 나무
무수히 많은 잔가지가 뻗어난다
줄기에서 하늘에서
여기저기 사방에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많디 많은 벌레가
잔가지의 무화과를 파먹어도
잔가지는 쉬이 부러지지 않으리라
잔가지는 곱게 떨어지지 않으리라
이윽고 붉음에 물들어
너 스스로 낙엽돼도
다음 해에 자라날지니
끈질기게 뻗어가리니
표표히 햇빛을 기대하는구나
하지만
병들고 썩어 자신을 위협하는
부단히도 자리를 지키고자 애쓰는
그 잔가지가 검푸름을
나무 너는 아느냐
이윽고 뿌리째 병들어
새까맣게 변모된 껍질더미 나무여
누군가의 장작이 되겠지
차가워진 몸을 덥히겠지
끝끝내 주체하지 못해
정원사가 가위질한 어리석은 나무들아
그대 계수나무에 목매달린 그 꼴대로
그녀 아버지들에게 잿가루를 나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