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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story_438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서언★
추천 : 0
조회수 : 47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6/14 21:19:36
그것은 누가 더 철저하게 복종할 수 있는가를 겨루는
조금 이상한 경쟁이었다.
신의 명령에 철저하게 복종하게 되어있는 탑과
자신을 거역할 수 없는 기사의 경쟁.
상상할 수 없는 세월, 상상할 수 없는 높이를 오르는 동안
기사의 몸은 자신의 혼과 함께 조금씩 닳아갔다.
그렇기에, 애초에 이것은
그의 모든 것을 바쳐도 이룰 수 없는 과업이 아니었던가.
그 기나긴 여정을 너무 자세히 다룰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아무튼 뭐 약간 지나칠 만큼 오랜 시간이 걸렸던거다, 결판이 나기까지는.
끝내 상대방을 정복한 것은
기적의 의지를 가진 기사, 얀미르였다.
[이것은..]
그는 탑의 정상에 올라,
'어떤 언어로도 풀어낼 수 없는' 어떤 것을 보았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그게 뭐였는지는 전해 들을 수 없다.
오직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기사 얀미르의 기억이 다시 시작되었을 때,
그는 탑에서 추락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
......
...
..
쿵!
탑의 높이가 얼마였는지, 그것은 수량으로 전할 수 없지만
떨어지면 치명적이라고 하기에 충분한 높이였다.
그러나 얀미르는 죽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지켜주어서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뭐 그랬을 수도 있겠지.
어쨌든 그의 소식을 전해들은 왕은 사람을 보내
그를 왕궁으로 들여 정성껏 치료했다.
"그래, 기사여
그 위에는 무엇이 있던가?"
[나의 주인이시여,
저의 부족한 말로 어떻게 그것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탑의 정상에는..]
궁금함을 참지 못한 왕의 질문에
얀미르는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동원해서 답했다고한다.
그 답이 무엇이었는지,
또 과연 왕이 그 답에 만족했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하여간 탑을 정복한 기사 얀미르는
왕이 약속한 모든 것을 받았다.
지상에 있는 것 가운데 그가 취하지 못할 것은 없게 됐다.
물론 그렇다고 기사 얀미르가 도리를 모르는 자가 된 것은 아니다,
그는 탑의 처녀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 번 신의 탑을 찾았다.
[내 모든 영광은 그대의 공,
오직 그대의 도움으로 이 탑을 정복했으니
이제 그 약속을 지키고자 여기에 왔다.]
"그러십니까. 저도 당신을 기다렸답니다."
처녀는 방긋 웃고는 탑에 부탁했다.
처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탑은
발치를 조금 무너뜨려 구멍을 만들어주었다.
창문도 입구도 없던 비밀의 탑,
두 남녀는 비로소 그 탑이 막고 있던 서로의 모습을 보았다.
..아,
그러고보니 둘의 외모를 언급하지 않았구나.
뭐 적당히 시대표준에 맞는 외형이었다고 생각하자.
그러니까 둘은 서로의 모습에 실망하지 않은거다.
이윽고 처녀가 입을 열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돌아와서 기뻐요,
이제 저와 남은 생을 함께하기 위해,
당신은 이 입구를 넘어 탑의 주민이 되어야 합니다."
[탑의 주민이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이오?]
"지상의 삶과 고립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신과의 맹약에 따라 우리는 그 목숨이 다하기까지 탑을
벗어나지 않고 신의 유산을 지킬겁니다."
얀미르는 기가 막혔다.
이것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라는 게 아닌가.
탑을 정복하고도 아무것도 얻지 말라는 말인가.
처녀는 지금 자신을 기만하고 있다,
아니, 처음부터 자신을 기만할 목적 이었던건가.
[..왜 내가 당신 쪽으로 가야 하는거요?
지상의 모든 것을 더불어 누릴 수 있는데.
당신이 이 쪽으로 넘어오시오.]
"저는 신의 일족이라, 탑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허락되어있지 않습니다. 부디 맹세를 지켜주세요."
[그럴 순 없소,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야말로
탑을 정복하기 위한 이유였소.
이제와서 그 모든 걸 포기하라고 한다면
도대체 탑은 뭣 땜에 오른 게 되는거요?]
얀미르의 억울한 눈빛을 본 처녀는
이내 시선을 낮추며 한숨을 쉬었다.
"좋습니다, 당신의 뜻이 그러하다면
제가 어떻게 당신을 강제할 수 있겠어요.
남은 생을 저와 함께할 수 없다면, 하다못해 제게 주는 선물로
당신의 손톱 한 줌을 모아주실 수 없겠습니까?"
[..정말 그걸로 되겠소?
원한다면 훨씬 더 진귀한 것도 가져다 줄 수 있소.]
그는 처녀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의 낯빛은 의외로 밝았다.
"아니예요, 어떤 진귀한 것이라도
사랑하는 이의 일부와는 비할 수 없겠죠."
[..좋소, 정 당신이 원한다면.]
얀미르는 어이없어 하면서도 손톱을 건네기 위해
손에 차고있던 건틀렛을 벗어 던졌다.
-그 순간,
떨어진 건틀렛은 잽싸게 손을 뻗은 처녀의 손에 들어갔다.
....?
[..무슨 짓이오?]
"기사 얀미르여,
나는 당신의 도전을 받아들이는 바 입니다."
[뭐..'도전'이라고?]
"이제 서로 결투의 규칙에 따라, 우리는
자신의 무기가 상대의 심장을 멈추게 할 때까지
싸워야 할 것입니다."
[아니, 이게 무슨..]
그리고 끝이었다,
한 차례 굉음과 함께 처녀의 모습은
탑의 구멍이 복원되면서 가려져 볼 수 없게 되었다.
어안이 벙벙한 채 무릎을 꿇은 얀미르,
탑 내부 저 편에서 처녀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기사 얀미르여,
당신을 탑의 정상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언제까지고."
-이게 무슨 일인가, 그도 그럴것이
기사에게 이 모든 일은 너무나도 한 순간에 일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한참 후 기사가
자신의 운명을 겨우 알아차렸을 때엔
세상의 중심은 온통
그의 절규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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