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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사의 이야기-3
게시물ID : lovestory_438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서언
추천 : 0
조회수 : 46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6/14 21:25:23
탑의 정상,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그 곳에서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처녀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녀의 입은 여전히 은은한 미소를 머금었고,
그녀의 시선은 닿을 수 없는 아래를 덮고 있었다.

그러나 이 순간 그녀의 마음은 자신을 이단자로 만든 
맹약의 때를 떠올리고 있었으니. 






..그런데 처녀가 그 순간을 떠올리는 동안 
잠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사실 '탑'은 바깥에서 보는 것처럼 좁고 높기만 한 
단순한 폐쇄형 건축물은 아니라는 점이다.

뭣보다 신의 자손들이 
그런 누추한 곳에서 지낸다면 신이 방관할 리 없지, 맥락에 안맞아.
그러니 여기서 탑을 띄워줘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음음,


                           ..탑의 주민을 동경하는 지상의 모든 것들이여,
                         일단 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누구든 깨닫게 될 것이다.

                    '탑'은 신의 모든 이상(理想)이 구현되어있는 낙원이며, 그렇기에
                             이 곳에 산다는 것이야말로 지고의 특혜라는 것을.



..일단 이렇게 거창한 말로 '탑'을 치장하긴 했는데
여러분은 응당 그 풍경을 설명해 달라고 요구할지 모르겠다.

물론 신의 모든 이상이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내게도 어디 비길 데 없는 영광이며 환희일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논점에서 벗어나면 안 되지 않나,
자세한 설명은 또 차후의 즐거움으로 미뤄 두도록 하되
탑의 특성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언급하고 넘어가자.


그 한 가지,


                                  탑의 주민은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



-바로 이 사실.
탑의 주민은 결코 그들 사이에서 소외될 수 없다.

그렇기에 지상의 인간들이 흔히 갖고 있는 
다툼과 불화, 거짓말과 폭력, 위계질서와 권위는
'탑'에 존재하지 않는다.

즉 서로가 이해받지 못해 생기는 모든 트러블이 배제된
궁극의 이상 공동체, 이것이 '탑'이었다.


신은 영원한 고립속에서 살아가야 할 그들에게
보상으로서 이러한 사회를 선물한 것이다.


그것은 분명 지상의 어떤 종족도 도달할 수 없는 경지였다.


                                신이 선물한 것이 절대로 소외되지 않는 세상이라면,
                                        탑에서의 고립은 차라리 축복이다.



탑의 주민은 행복했고, 
당연히 그들 모두는 서로의 행복을 의심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일족의 의무를 저버리고 
지상의 인간에게 탑을 내어 준 이 처녀야말로
일족의 배신자, 신에 대한 이단자가 아니던가.

그녀는 응당 탑에서 추방당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처녀에게는 어떠한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탑의 주민들은 이미 너무도 완벽하게 이해해 왔으니까,

그녀의 사상, 의도, 감정 그 모든 것을.



-보라,
서로가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는 이런 사회에서'죄'의 이념은 뿌리내릴 수 없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계인가.





                                                   "..역겨워."



그녀가 중얼거렸다.

탑의 정상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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