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지능을 객관적으로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사실 그 일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거의 1세기 동안 우리들은 인간의 지능을 측정했고, 이를 맹신해왔다. 바로 지능지수(IQ)다.
인간의 지능이 유전된다는 생각은 진화론을 완성한 찰스 다윈(1809-1882)의 사촌인 프란시스 골턴(1822-1911)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골턴은 범인을 추적하는데 쓰는 지문분류체계를 만들기도 했지만, 더욱 유명한 업적은 우생학을 창시했다는 것이다. 그는 원치않는 유전형질을 억제하고, 우수한 특질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골턴의 아버지는 은행가, 어머니는 에라스무스 다윈의 딸로 명문가 출신이었다. 또 그는 4살 때 이미 읽고 셈할 줄 아는 신동(학자들은 그의 IQ가 2백이었다고 함)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엄청난 유산을 쓰며 세계 여행을 즐길 때 그의 눈에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지능이 매우 낮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골턴은 지능은 신체적인 특질과 마찬가지로 유전되며, 유전은 영양보다 인간의 성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1883년에 출판된 ‘인간의 능력’이란 그의 책에서는 처음으로 우생학을 선보였는데, “코카서스인들은 유색인들보다 우월하고, 부자가 빈민보다 유전적으로 월등하다” 등과 같은 일종의 사회진화론을 내세우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능도 측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골턴의 생각에 날개를 달아준 이가 있었다. 바로 프랑스 심리학자 알프레드 비네(1857-1911)였다.
비네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모두 의사였다. 하지만 매우 소심했던 그에게 의사 직업은 적성이 맞지 않았다. 한번은 아버지가 그의 소심증을 고치려고 영안실로 데려가 시체를 만지게 했는데 이 일로 그는 의학공부를 아예 포기해 버렸다. 잠시 법률 공부를 했지만 이내 그의 관심은 당시 한창 연구되고 있던 심리학으로 옮겨졌다.
소르본대학 심리학 및 생리학연구소에서 자리를 잡은 비네는 체스경기자나 계산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의 사고과정에 특히 관심이 컸다. 그의 관찰대상 중에는 두 딸도 있었다. 그는 15년 동안 딸들을 관찰한 결과를 ‘지능에 대한 실험적 연구’라는 책으로 써냈다. 또 지능의 개념화와 측정수단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이를 완성할 기회가 찾아오고 있었다. 1904년 프랑스 문교장관이 파리의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 중 학습성취도가 더디거나 정신박약인 학생들을 식별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이듬해 비네는 동료인 테오도르 시몽과 함께 최초의 지능측정도를 발표했다.
비네 자신은 아이들의 등급을 매기는 일보다 기억력, 주의력, 문장이해력, 도덕적 판단력을 측정하기 위한 단순한 테스트들을 만들고 싶어했다. 예를 들어 3살난 아이는 자기 신체의 부분들을 가리킬 수 있고, 12살 아이는 26음절로 된 문장을 따라할 수 있다는 것 등 경험적으로 만들어낸 문항들이었다. 하지만 검사결과는 아이들을 일렬로 줄세우게 만들었다. 비네와 시몽은 이후 3년 동안 수정을 거듭해 3세에서 13세까지 나이에 따라 지능검사를 할 수 있는 시험지를 만들어냈다.
비네가 처음 만든 지능검사표는 정신박약아를 구별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어린이의 정신연령과 실제 나이 사이에 차이가 2년이 넘으면 정신박약이라고 봤다. 그런데 1914년 독일의 심리학자 윌리엄 슈테른(1871-1938)은 정신연령을 실제의 나이로 나누어 일반인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수치가 1 이상이면 우수하고, 1 미만이면 정상 이하라는 뜻이다. 여기다 1백을 곱한 것이 오늘날 사용하는 IQ(Intelligence Quotient), 곧 지능지수다.
IQ검사가 화려하게 꽃피운 곳은 미국이었다. 스탠퍼드 대학의 루이스 터먼교수는 비네의 결과를 미국식으로 고쳐 1916년 ‘비네-시몽 지능도의 스탠퍼드 개정판’을 냈다. 그런데 터먼이 만든 지능검사도에서 늘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점수를 보이자, 여성에게 이롭다는 느낌이 드는 항목을 모두 빼버렸다. 그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수할 수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또 터먼은 인디오, 멕시코인, 흑인들은 가벼운 정신박약인들이고 그것은 유전된 특질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원인을 그들의 다산(多産)에서 찾았다. 그는 이러한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흑인과 멕시코인들은 격리시켜 교육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러한 터먼의 생각과 그의 지능검사표는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졌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미육군은 참전할 군인들을 뽑는데 IQ검사를 활용했다. 당시 백인은 흑인보다 약 15점 정도 높게 지능지수가 나왔다. 우생학적 관점을 가진 학자들은 이러한 차이가 지능의 유전성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또 20세기 초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이민을 억제하기 위해 이민할당제를 만들었는데, 그 근거로 IQ 테스트 결과를 제시했다.
점차 IQ는 인종주의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미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쇼클리(1910-1989)가 벌인 해프닝도 그 중 하나였다. 트랜지스터 발명으로 1956년 노벨상을 받은 쇼클리는 백인의 지능이 흑인의 지능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사람이다. 한때 IQ가 높은 미국 여성에게 노벨상 수상자의 정자를 분양하자는 사업이 미국에서 전개됐을 때, 제일 먼저 정자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쇼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