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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노콘] 영원히 피고지는 히아신스 - 2. 변절자
게시물ID : databox_303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intCookie
추천 : 0
조회수 : 1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4/13 20: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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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변절자

"....뭐?"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흠... 웬만하면 조용하고 사람이 적은 곳이면 좋은데."
"너... 대체 무슨 속셈이야?"

내 말에 히나마리는 살짝 미소를 짓는 듯하더니 고개를 들이밀고
나에게만 들릴만한 목소리로 작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실은, 처음 왔을 때부터 교내 안내 따위는 필요 없거든.
이런 건물의 구조는 훤히 알고 있으니까."
".... 그게 무슨..."
"그러니까. 난 너랑 둘이서 긴히 할 중요한 이야기가 있거든.
요청에 임해주지 않겠어?"
"하?"

얘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그럼 어디 보자... 옥상 정도면 괜찮으려나?"
".... 아마도. 아마 잠겨있을 테지만."
"그럼 그곳으로 가자."

히나마리는 그렇게 말하고선 먼저 교실을 나갔다.
뒤에서 아이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젠장, 이런 거 정말 싫어하는데. 화제의 중심이 되는거.
것보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전학 온 지 하루도 안 된 여자애가,
말 한번 나눠 본적 없는 나에게 갑자기 긴히 나눌 이야기가 있다니,

"하아.... 뭐, 어쩔 수 없지."

나는 도시락을 들고 옥상으로 향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찜찜한 기분이 가시질 않는군.
감이 좋지 않다 했더니, 이런 일이 생기다니.
투덜거리며 걸음을 옮겨 어느새 옥상의 입구에 다다랐을 때,
문이 조금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 이상하네. 분명 열의 아홉은 잠겨있을 텐데..."

뭐, 상관없나? 나는 문을 열고 옥상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선 아니나 다를까, 히나마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외모만 특이한 학생인 줄 알았더니
여러모로 수상한 면이 있군.

"왔어? 운이 좋게도 문이 열려있었던 모양이야."
".... 그래."

나는 완전 범죄를 위해 문을 닫고 이쪽에서 잠갔다.
누가 들어올 일은 없겠지.

"빨리 끝내줄래? 말했다시피 아직 밥을 못 먹었거든."
 
나는 도시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흠... 좋아. 아마 대화가 아니고 이쪽의 일방적인 질문이 될 거라고 예상하지만.
난데없지만 내 질문에 대답해 주겠어?"
"...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

내 대답에 히나마리는 순간 웃던 표정이 장난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진지, 그 자체로 바뀌었다. 뭐, 뭐야 무섭잖아?

"그럼 몇 가지 물어보겠어 하쿠나시. 요즘 말이야... 이상한 '소문' 같은 거 들은 적 없어?"
".... 소문?"

뭐냐, 이 녀석. 가면 갈수록 수상해진다.

"... 벌써 알고서 물어보는 거냐."
 
"아니. 아는 게 없어서 물어보는 거니 대답해줘. 뭐 아는 거 없어?"
".... 있어. 웃기지도 않는 소문이."

요즘 나돌아 다니는 소문이 하나 있다.
이상하게시리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주 실종되는 일이 잦아졌다.
그에 따라 사람들을 납치하는 '미확인 존재'에 관한 소문은 생기기 마련일 것이다.
그것은 근거 없는 믿음에서 시작되고, 존재 여부도 모르는 그 소문은 사람들의 감정을 흔들어 놓는다.
내가 들은 바로는 그 존재에 대한 목격담으로 남자의 체격에 형체는 사람이고,
등에 커다란 날개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검은 날개가....
나는 이것을 그저 미신으로 여기고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라면서 당연히 믿지 않았다.
하지만, 봐 버린 것이다. 오늘 아침에, 학교 높은 곳에 서있는 '커다란 날개가 등에 달린 사람'을 말이다.
물론 사야의 말대로 새를 잘못 본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주위에 날아가는 새는 없었다.
....이번 일로 나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였다.

"역시나... 시작된 것인가. 결국 늦어 버린 것인가."
"....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니야."

히나마리는 내 말을 듣더니 무언가 중얼거렸다. 대체....
정말, 정말 정말 수상하다. 이것이 만화에서나 등장할법한 '의문의 전학생'인 건가?

"알았어. 이 건에 대해서는 됐어. 그다음.
요즘... 누가 미행한다거나 위협을 당했다던가 하는 일 없었어?"
"...나 말이야?"
"응."
"......"

후, 이건 어떻게 말해야 하는거지.

"너, 혹시 탐정놀이가 취미냐?"
"에?"
"그야 당연히 이상하게 여길 거라고 생각 안 하는 거야?
전학 온 지 하루도 되지 않은 여자애가, 한 번도 이야기해본 적 없는 남자애에게,
다짜고짜 '요즘 누가 미행하거나 위협한 적 없어?'라고 물어보다니,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절대 정상이 아니잖아?!"

히나마리는 내 시선을 피하며 우물쭈물 대답했다.

"에.... 그, 그러니까 그게... 일종의 조사야."
"그러니까, 그 '조사'라는 걸 왜 필요로 하는 건데?!"

으아아, 정말 골 때린다. 이젠 '의문의 전학생'이나 '수상한 전학생' 이 아닌
'머리가 이상한 전학생'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얼굴은 예쁘장한 애가 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건데?!

"으... 으으, 이유는 묻지 말아줘! 그냥, 대답해주면 안 될까?"
".... 뭐, 좋아. 어차피 그런 일은 없으니까.
게다가 위협을 당했다면, 내가 멀쩡히 학교에 다닐 리가 없겠지."
"그, 그런가?"

너란 놈은 생각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젠장, 이번 일이 끝나면 웬만해서 엮이지 않도록 해야겠어.

"이제 다 된거야?"
"어? 으... 응."

어쩐지, 아까의 진지한 표정에 비해 지금은 시무룩해 보인다.

"흠... 그럼, 이제 이쪽에서 질문하겠어."
"에?"

히나마리는 그 투명한 푸른 눈을 빛내며 당황하는듯했다.
아니, 너무 투명하다 못해 머릿속엔 거의 든 게 없는 건 아닌가 생각된다.

"하나. 넌 어떻게 내 이름이 카이인 것을 알았지?"
"그, 그거야 아까, 여자애들과의 대화에서 반장인 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때 들어서 네 이름이 하쿠나시 카이인걸 알게 되었지..."

왠지, 거짓말 하는것 같지는 않은데, 거동이 수상하다.
이쪽의 눈을 피하고 뭔지 모르게 몸을 떠는 듯하다.

"....뭐, 좋아. 그럼 두번째.
너, 목에 걸고있는 그거, 대체 뭐야?"
"이, 이건 못줘!"
"누가 달라고 했냐?! 누가 보면 내가 빼앗는줄 알겠네!"

내가 미친다! 생각보다 더 골치 아픈 여자애가 전학 왔어.
더 이상 절대로 엮이지 않겠다고 난 다짐했다.

"이건... 아는 분께 받은 펜던트야. 이건 빼앗지 말아줘!"
"누가 뺏는 댔냐?! 그런 게 아니고, 교내에선 액세사리 착용 금지란 말이야."
"아...."

히나마리는 내 말을 듣더니 곤란한 표정을 짓고는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이봐, 지금 곤란해해야 할 사람은 네가 아니고 나라고? 절대로 말이야.

"이건... 소중한 거라서... 어떻게 안될까?"
"그걸 나한테 말해도...."

히나마리는 유리처럼 투명한 그 푸른 눈으로 나를 향해 애원해왔다.
으악, 그만해! 마, 마음 약해진단 말이다.

"아, 알았어 알았다고. 네가 차고 다니든 말든 신경 안 쓸게.
다만 선생님들한테 걸리지나 마라."
"정말이야? 고마워!"

....나한테 고마워해봤자... 것보다 정말, 걸리지 마라.
걸리면 귀찮아지는 건 나니까.

"저기 말이야, 하나만 더 물어봐도 될까?"
"....탐정 수사가 아니라면 얼마든지 대답해주지."
"우우....! 이건 절대 탐정 수사 놀이가 아니란 말이야!"

히나마리는 팔을 흔들며 항의했다.
그렇게 귀엽게 항의해봐야... 아니, 네 언행 때문에 절대 설득력이 없어.

"으음.... 그런 태도로 일을 하는데...
너, 도대체 어떻게 반장이 된 거야?"
"윽....! 그, 그 건에 관해선 노코멘트다!"
"응?"

히나마리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네가 말하기 싫다면 굳이 묻지 않을게."
"이제 질문 끝났냐. 난 지금 배가 등짝까지 붙었다고."
"응. 이제 밥 먹어도 돼. 질문에 답해줘서 고마웠어. 그럼 맛있게 식사해!"
"응? 넌 안 먹는 거냐?"

히나마리는 웃으며 옥상을 나가며 말했다.

"물론, 거짓말이었지! 난 이미 먹었어. 그럼 이만!"

악당이다! 이보다 더한 악당은 없다고! 밥을 못 먹게 하다니!
나를 위협하는 악당은 너다 너! 히나마리!

"하아... 정말 왜 이렇게 되는 거지?"

아, 모르겠다. 생각은 나중에. 일단 이걸 너무 먹고 싶어.
그렇게 생각하며 도시락을 풀려던 찰나였다.

"이 녀석! 멋대로 옥상에 올라오면 어떡하냐!"
".... 아."

오늘 하루 종일 불안하다 했다.
 
----------
 
"하아.... 정말, 뭐야 그 녀석. 하나부터 열까지 있든 없든 민폐를 끼치다니."

결국 혼나기만 혼나고, 밥은 못먹고 점심시간이 끝나고. 뭐 하나 풀리는 일이 없다.

"다녀왔습니다."
"늦었네."

사야가 맞아준다.
사야는 거실의 소파에 누워 감자칩을 먹으며 TV를 보고 있었다.

".... 뭐냐, 너."
"신경 꺼."

저, 저 녀석이....
나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TV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최근, 전국에서 '악마'라고 칭해지는 미확인 생물체가 사람들을 납치한다는 소문이 떠돌며....'

.....역시 불안해.

"흥, 악마라니.... 저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모두 바보 아냐?"
".... 글쎄. 모르지."
"응? 오빤 저런 미신을 믿는 거야?"
"......."
"아아, 그래. 오늘 아침에도 날개가 달린 사람을 봤다느니 어쨌느니 했었지.
정말, 시시해.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런 건 쓸데없는 도시전설 같은 거라고."
 
글쎄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네. 그렇게 믿고싶다.

"... 고모는 아직 안 오신 거야?"
"오늘 늦게 오신다고 밥 우리끼리 먹으래."
"뭐....?"

아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사야... 너 할 줄 아는 요리 있어?"
"....... 없어"

사야는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축 늘어뜨리며 대답했다.
....역시나인가.

"괜찮아! 우리에겐 전기 주전자가 있어!"
"그 말인즉슨 컵라면을 먹자는 거야?"
"그, 그럼 다른 뾰족한 수 있어? 오빠는 당연히 요리의 요 자도 모를 거고,
나, 나도 별다르게 할 수 있는 요리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왜 그렇게 내가 무언가를 할수 없는 이유를 고민도 안해보고 당연히 여기는 건데?!
그리고, 여자애가 요리를 못한다고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
"으우으으! 시, 시끄러! 정말.... 좋아! 오늘부터 엄마에게 요리를 배우겠어.
그리고 언젠가 눈물이 나올 정도로 맛있는 요리를 대접해서 내 앞에 무릎꿇게 만들어 주겠어.
그러니까 각오하고 있으라고, 카이오빠!"
".... 그렇게 말해봤자 전혀 설득력 없어. 그리고 지금 당장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컵라면 말곤 없잖아."
"으으으...."

사야는 또다시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하아."
"그건 그렇고, 집에 먹을 컵라면은 있어?"
"없어. 사실 사와야 돼. 그래서 말인데, 컵라면 좀 사 와."
"하아?"
"나는 물을 끓일테니까."
"잠깐, 그렇게 거창하게 말해봤자 하는 일이라곤 물 붓고 버튼 하나 누르는게 다잖아!"
"정말, 쫑알쫑알 말 많네... 쩨쩨하게 시리. 그냥 갔다오면 될걸 가지고."
"너 말이야, 왜 무언가를 해야 할 때 무조건 내가 해야 한다고 단정 짓는 건데?!"
 
"뭐, 그렇네...."

사야는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뱉듯 말했다.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들러붙어 살아서?"
 
"........"
"아, 방금 건 좀 심했나...?"
"아냐, 됐어. 그냥 내가 사 올게."
"미안, 카이오빠! 갔다 와. 대신 내가 물 열심히 끓이고 있을 테니까!"
"그냥 조용히 해!"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있어!

"하아....! 도대체 왜 이렇게 되는 거냐고."

내 주변의 여자들은 하나같이 다 나를 귀찮게 만드는군.
편의점은 적어도 10분은 걸어가야 나오는 시내에나 있단 말이다.
나는 툴툴거리면서도 시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뭐야 이거.... 왜 이렇게 조용하지?"

거짓말처럼, 거리엔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다.
설마 그 악마 소문 때문인가? 납치당한다느니 살해당한다느니,
그런게 무서워서 모두 집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건가?
그때였다.

".......!"

누군가가 쳐다보는 것만 같은 느낌에 나는 뒤돌아 보았지만,

"뭐야...."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 이상하게 기분 나쁘군. 분명히 아무것도 없지만 누군가가 따라오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데... 설마 이것이 바로 히나마리가 말한 그건가....

"뭐, 기분 탓이겠지."

나는 여의치 않고 계속 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내로 가면 갈수록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는것 같다는 느낌은
커져만 갔다. 게다가, 거리엔 정말 거짓말처럼 아무도 없었기에,
기분 나쁜 정적에 나는 또다시 불안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식은땀이 나고, 불안한 마음이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무심코 뭔가에 홀린 듯 시선을 돌린 그 앞엔 고층 건물이 있는 그때, 귓가에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큭, 오랜만의 영양가 높은 먹잇감이로군...'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냐.... 이 소리는 내 주변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야.
나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고층건물의 꼭대기 층으로 시선을 옮겼다.

"........ 저건!"

그곳에는, 오늘 내가 아침에 학교에서 본 바로 그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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