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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전문의로서 말씀드리는데
게시물ID : sisa_2084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nmymold
추천 : 15/2
조회수 : 650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2/06/15 22:44:08
포괄수가제 이야기로 시끄러운데요
글을 읽다보니 공급의 경쟁으로 의료의 질이 올라간다고 여기는 분들이 많은것 같아서 글을 씁니다.

여러분들이 가장 착각하는 사실중 하나는
일반 국민이 의료의 질을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예요
경쟁이 이루어질때 서비스의 질이 향상된다는 논리는 
서비스의 대상이 서비스의 질을 온전히 평가할 수 있을때나 가능한거죠
우리가 4차산업을 서비스업이라고 부르니까 의료서비스가 무슨 서비스업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밀리터리 서비스라고 하면 군대도 서비스업인가요?

의료의 질이라는건 개인이 받는 친절이나 이미지로 결정하는게 절대 아니거든요
그런데 서비스업이라고 은연중 여기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내가 받는 만족도로 의료의 질을 평가하는게 당연하다 여기시는 분들이 많아진것 같아요
'아 이병원 갔더니 간호사도 싹싹하고 의사도 친절하고 내가 해달라는 것도 다해주더라...'

단언하건데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이 받는 의료의 질을 절대 평가할 수 없어요..
환자들은 정말 좋아하지만 동료 의사들은 윤리적으로 쓰레기 같은 놈이라고 욕하는 의사도 많구요
무뚝뚝하고 환자, 보호자들이랑 트러블 맨날 일으키는데도 
의사들끼리는 내가아프면  저선생님께 갈거라고 하는 의사도 많거든요?
심지어 전문의인 저도 제 전공과 거리가 먼 과라면, 내가 받는 치료가 
지금 올바르게 진행되고 있는건지 아닌지 판단하기 아주 어려울 거예요.

말로 환자를 만족시키는건 약장수들이나 돌팔이들도 아주 잘하죠.
그러다 우연히 몇명 병이 나아지는 것 같기라도 하면 용하다고 소문나구요.
그리고 사기꾼들일수록 안전망을 잘깔아둬요. 엉터리 치료로 환자가 잘못돼도 
타박받는 사기꾼 드뭅니다. 다들 고맙다는 이야길 들으면 듣죠.

치료과정을 잘 설명하면 되지 않냐구요? 설명 좋지요. 그런데 보호자에게 하는 의학적인 설명도 
사실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예요. 의학이라고 하면 과학의 가장 발전된 최신지견을 가장 먼저 적용하는 
분야예요. 그래서 더럽게 비싸기도 하고.... 한분야를 10년 15년씩 공부하고도 
사실 잘 몰라요. 계속 바뀌어요. 가이드라인부터 실제 보험적용할 수 있는 부분까지....
일반인한테 10분 20분 설명해서 정말 이해시키는게 가능할까요? 
할아버지나 할머님께 컴퓨터 가르쳐드려본적 없으세요? 쉽던가요?

세상에 설명 잘하는 의사는 없습니다. 다만 듣는사람이 '아..나 정말 좋은 의사분께 좋은 설명을
들었구나...'하고 착각하게 만드는 의사가 있을 뿐이죠. 끝도 없는 비유로...

환자가 질병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치료의 주체가 되어 선택을 할 권리가 있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제대로 이해를 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느냐는 다른 문제라 그렇죠.
전 개인적으로 치료의 주체는 의사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제대로된 판단을 내리라고 전문가가 있는거죠. 
그래서 요즘은 화술이나 설득법 같은걸 배우는 의대도 있나본데....

이야기가 좀 산으로 갔는데, 요는 일반 국민은 자기가 받는 의료의 질을 판단할 수가 없구요
그래서 의료산업이란건 경쟁이 질적향상을 가져올 수가 없는 분야란 이야기예요.
높은 질이 어필이 되어야 경쟁력이 생기죠. 어필이 안되는데 누가 세세한 부분까지 
가장 좋은 치료를 할까요..

심평원에서 나오는 여러 지표들이요? 수술 사망률 그런거?
그런것들때문에 눈에 보이는 숫자를 만들려고 얼마나 비윤리적인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면 놀라실걸요?
수술 성적이 좋지 않을것 같은 힘든 환자가 왔을때 이미 가망 없다고 하고 돌려보내면 어떨까요?
성적은 참 좋아지겠죠

지금 우리나라에서 포괄수가제란 이름을 쓰고 있는 저 제도는
싸던 비싸던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분야에서 
좋던 나쁘던 가장 싼 방법을 선택하게 만드는 제도일 뿐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어줍잖은 의사들 개인의 양심과 직업적 자부심에 기대서 의료의 질이 버텨왔지만
점차 쥐어짜이는 제도가 정착이 되면 그마저도 어려울 겁니다.

돈이요? 양심버리면 벌수 있어요. 부귀영화는 못누려도 먹고 산다구요.
지금 그 알량한 자존심때문에 수술거부를 하네 여론조사를 하네 하고들 있죠.

이제 종합병원은 그냥 재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의사고 환자고 아주 쥐어짜죠.
의사들 계약직인건 아시나요?
포괄수가제, 의사수 늘리기, 종합병원 안에 1차병원 만들기....이런거 다 병원 수입은 올라갑니다.
의협은 반대하는데 병협은 찬성하잖아요
병협은 의사단체가 아니라 그냥 전경련같은거거든요. 그냥 병원 경영자 협회

언론을 쥐고있는 정부는 여론전을 시작했구요.
곧 의협을 쥐어짜겠죠.
털어서 집어 넣던 소송을 걸든...

이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민영화되는걸 당연시 하고 있습니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120601030205293&p=joon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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