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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 반대가 의사의 수입 저하 때문이 아닌 이유.
게시물ID : sisa_2084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이아노
추천 : 10
조회수 : 45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6/15 23:53:58
포괄수가제에 대한 의사의 반대가 의사 집단의 이기주의, 의사 수입의 저하때문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해서 쓴 글입니다. 과연 포괄수가제에 대한 반대가 의사 수입 저하 때문일까요? 아래의 내용은 단순한 생각일 뿐이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읽어보고 판단해주시길 바랍니다. 블로그에 쓴 글을 퍼온거라 반말로 쓰여진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감안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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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의료계의 가장 큰 문제는 포괄수가제이다. 언론에서는 연일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써대고 정부는 의사의 대응에 대해 강경하게 나온다고 협박중이다. 의사들은 정부에 비해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작아서 결국 국민들이 듣는 이야기는 정부의 포괄수가제 예찬뿐이고 의사는 집단 이기주의를 부리는 나쁜 놈들이라는 인식이 너무나 강하다. 이번 수술거부에 대해서도 의사들이 환자 목숨 가지고 협박하며 밥그릇 싸움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실제로 포괄수가제에 대한 의사들의 저항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 위해서일까. 

사실 의사 입장에서는 포괄수가제를 하든 말든 페이에는 큰 지장이 없다. 월급쟁이 의사들은 어차피 정해진 만큼의 월급을 받으니 상관없고 결국 개원의가 문제가 될텐데 포괄수가제가 되면 오히려 지금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도 있다. 포괄수가제는 입원해서 시행하는 행위를 묶은 것이지 외래에서 시행하는 것은 포괄수가제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 여기서 생각해보자. 포괄수가제가 시행되고 나서 의사 입장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현재 포괄수가제로 들어간 질환인 충수돌기염 때문에 수술한 환자가 입원해있다고 하자. 그럼 의사는 포괄수가제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의 최소 충족 조건(필요한 검사나 처방)만 시행하고 최소 입원 날짜만 지키고 환자를 퇴원시킨다. 환자가 수술 부위가 아프다고 해도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진통제 양 이상은 처방해주지 않는다. 최소한만 지키면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고 그 이상 처방해주면 자기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괄수가제에서 제시한 수가를 다 받는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더 아프면 외래로 오세요." 환자가 외래로 오면 입원 도중 포괄수가제에 묶여 시행하지 못한 검사나 처방등을 하고 그에 따른 수가를 받는다. 그럼 의사 입장에서는 같은 질환에 대해서 포괄수가제에 의한 수가와 외래에서 시행한 것에 대한 행위별 수가제로 적용받는 수가를 전부 다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지금 환자 등처먹는 의사들은 포괄수가제가 되든 말든 꾸준히 환자를 쥐어짜낼 수 있다는 것이다. 거짓말 같은가? 실제로 KBS 심야토론에서 노환규 의협 대표가 말하길 몇몇 외과의사들이 그냥 포괄수가제가 통과 되게 해달라고 했단다. 왜일까. 결국 페이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환자들 편에 있는 의사들이다. 지금이야 환자가 필요한 검사나 처방등이 있으면 돈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도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포괄수가제가 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포괄수가제에서 정해준 돈 만큼의 검사와 처방을 다 받은 환자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환자 상태가 더 좋지 않아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그럼 처음 몇번은 의사 본인이 손해를 보더라도 검사를 해줄 것이다. 환자의 상태가 더 중요하니깐. 그렇지만 시간이 점점 흐르고 그런 경우가 계속 생기다 보면 결국 계속되는 손해에 의사도 지치기 마련이다. 의사도 직업인지라 본인이 한 일에 대해서 정당한 페이를 받고 싶은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그럼 결국 그 지친 의사도 돈을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환자의 편에서 진료한 의사 마저도 돈을 벌기 위한 의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환자들 뿐이다. 아프니깐 진료는 받아야 하지만 정책때문에 피해를 보게 된다.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인가. 인터넷에 나도는 이야기처럼 그럼 결국 포괄수가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정부는 그럼 의료 민영화 해줄테니 돈 다 내고 받고 싶은 진료 다 받아라라는 식의 전개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참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러니 지금 의사들의 강경한 대응은 밥그릇 싸움만으로 보지 말고 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싸움이라고 봐주었으면 한다.

PS. 쓰다보니깐 생각난 이야기인데 KBS 심야토론에서 연대 교수가 들고 나온 자료가 있다.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도 의사들의 수입은 그대로 유지 된다는 것이었는데 포괄수가제로 동일한 수가를 받을 때 한 환자한테 많은 비용이 들어가서 손해가 나더라도 다른 환자들에서 적은 비용을 들일 수 있으니 결국 의사들의 페이는 일정할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똑같은 질환으로 2명의 환자가 입원했다고 하자. 한 환자는 평소 건강하고 문제가 없어서 최소 검사만 해도 되서 수가를 받으면 병원에 이익이 많이 남는다. 다른 환자는 여러 합병증이 많아서 이것저것 검사할 것이 많아 수가를 받으면 병원에 손해가 된다. 그럼 그 두 환자 돈을 다 받고 나면 서로 이익과 손해가 상충되어서 의사들 페이는 일정하다는 것이었는데 이게 무슨 미친 소리인가. 둘다 돈은 똑같이 냈는데 받는 의료서비스는 서로 차이가 난다. 이런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제도가 마치 최고인양 포장되는 현실이 어처구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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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분이 오유의 한 글에 단 댓글이 기억나네요. 의사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먼저 나서서 포괄수가제를 반대해야 한다고. 위와 같이 환자를 쥐어짤수 있는 방법은 무수히 많으니 불합리한 포괄수가제를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의 수입 저하. 분명이 생깁니다. 다만 그게 지금 버는 것보다 조금 못버는 것이라면 감안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겁니다. 그런데 그게 의사가 되기 위한 기간동안의 고생을 보상해주지 못한다면? 무슨 수십억을 바라는 것 절대 아닙니다. 그저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 내 가족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라도 보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쓰다보니 또 생각나는 글이 있네요. 분명 의사는 고귀한 직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들도 병원 개원을 위해서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고 그때는 고귀한 직업의 의사가 아닌 그저 대출 상담하러 온 사람일 뿐이라고. 그저 고귀한 빚쟁이가 되는 것이라고.

두서가 없고 생각나는대로 적은 글이라 많이 죄송스럽습니다. 의사-환자 관계가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공받는 관계가 아닌 건강을 위한 동반자의 관계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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