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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소설 - 설강구 1
게시물ID : panic_309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등몰의피
추천 : 5
조회수 : 101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06/16 08:53:09
[예! 현재상황...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를 포함하여, 경기도 일대 주요 교통로들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경찰국 순사들이 배치되었습니다. 현재 대중 교통을 포함하여 모든 차량에 잠깐의 정차를 요구하며, 필요의 경우 신분증 확인과 함께 인상착의 검사를 하면서 용의자가 주요 교통을 사용 못하게 감시하는 중인데요. 하지만 덕분에 교통혼잡이 가해진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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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 칠성빌라 주차장 오후 9시 52분. 

쏴아... 

 

끝도 없이 쏟아져 내리는 빗방울들.  

붉은색으로 칠해졌다가 세월이 흘러 페인트로 칠한 겉면이 죄다 균열이가고 쪼개져 시멘트 부분이 군데군데 보이는 아파트.
초록색 풀 잎사귀로 무장한 가로수 나무들은 굵직한 빛방울에 온 가지를 축 늘어트렸고 아스팔트 도로면은 물이 사람 발목정도 까지 고여올랐으며 배수구는 빗물로 넘쳐 오물까지 되나오는 중이다. 그 와중에 차 안에서 잠복근무중인 셋은 라디오 조차 켜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뒷 좌석에서 강운은 교대 수면차례로 잠든 지 오래고 앞좌석의 둘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중이다. 

'츄릅... 쩝쩝' 

"장형사님. 벌써 이틀이에요. 이런다고 강구놈이 지 집에 다시 온데요?" 

"뭐. 방법이라도 있어?"
냉랭하게 대답한 시훈, 그 와중에 모기가 그의 입가에 달라붙어 반사적으로 입가를 손등으로 쳤다가 '아!'하고 신음을 내며 인상을 찌뿌린다. 

그런 그의 행동에 은결은 수북하게 수염이 자란 입가를 올린채 담배로 누렇게 변한 이빠디를 내밀며 킬킬 웃었다. 그러자 신훈은 그의 대갈통을 젓가락으로 툭 치며 말한다. 

"라면이나 쳐묵어. 그리고 이짓도 오늘 밤 까지야. 내가 다신 잠복근무 하나봐라..." 

은결은 젓가락으로 맞은 뒷통수를 손으로 쓱 문지르더니, 이내 '에이 씨. 라면국물...'어쩌구 중얼 거렸다. 

"씨펄 비가와서 하나도 안보이네." 

시훈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른듯 말투가 여간 사납지가 않다. 
강력계라는 힘든 직종에 거의 매일이다시피 인간말종인 범인들과 낯짝을 마주치니 평소 욕을 입에 달고 다니기 쉽상이나 그의 지금 행동거지와 표정을 보면 평소와 조금 다르다.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힘이 들어간 듯, 근육은 단단하게 수축되었고, 피곤에 쩌든 탓인지 눈매가 예사롭지 않게 날카로운 등 공격적이다. 허나, 이건 그 뿐 아니라 지금 이 근무자들 전체의 컨디션이기도 했다. 그들은 어제 세벽부터 현 순간까지 이 자리에 만 갇히 듯 있었다. 잠은 교대로 짬짬히 자고, 하루종이 자리에 앉아만 있다가 다리가 저리는 좁다란 차에서 서로의 자리를 빌려 스트레이칭이라도 조금하고, 어디선가 날아든 모기 탓에 온몸을 긁어대며 파스를 발라대는 등, 심지어 이틀 동안 씻지 못한 몸으로 쾌쾌한 남작네 냄세를 서로에게 풍기며, 음악도, 웃음도 없는 상황에서 진지하게 막연하게 '그 녀석'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업친데 덥친격 비까지 쏟아져 온몸이 후끈한데다가 습기까지 더해졌다.

"아오! '설강구' 새끼 잡히기만 해봐."

지금 그들이 이토록 고생하며 차 안에서 매달리고 있는 것은 '설강구'. 그이다.
그는 현재 수원시 팔달구. 그 외 그 근방에서 일어나는 실종사건과 여러 타살사건에 연류된 것으로 지목된 용의자다. 말만 용의자이지 이미 칠성빌라 주변에 있는 광장, 공동화장실에서 발가벗겨진 여인의 주검 한구를 머리카락 한 움쿰으로 잡아 질질 끌고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이 CCTV에 낯짝마저 찍혔고 다음날 시신이 인근 아파트 음식물쓰레기통에 스무 도막으로 잘려나가 검은 비닐봉지에 여러 묶음으로 버려져있는 것도 수사과정에 이미 다 드러난 상태로 법정에서는 물론 현장에서도 빼도박도 못한 상황에서 바로 구속 될 것이다.
여하튼 지금은 그들이 가장 걱정할 것이 바로 그 현장 구속이라는 것인데, 영 답이없다. 앞서 추론되었을 테지만 시훈과 그 외 둘은 그의 집 앞에서 잠복중이다. 
하지만 잠복을 한다고 해결 될 거란 보장은 없다. 강구가 이 곳에 한번 더 발을 들일지는 장담못하니까. 이미 자신이 평소 다녔던 골목길은 수배단지들이 여기저기 풀칠되었으니 이 주변, 더군다나 평소 주거지에 있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할 거라는 건 기본적인 사실이니까. 그러나 아직 그들에게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현 상황과 같이 전국에 수배를 붙여놓고 잠복을 하며, 이 수원시, 그리고 경기도 일대의 도로에 그들 말고 다른 순사들을 배치하면서 강구가 어딜가든 경로를 차단하는 것 밖에 없다. 
그러나 이마저도 확실치 않다. 도로를 봉쇄했다고 한들 강구가 이미 경기도를 튀어 어디론가 달아났다면 그만이니까. 
그러니 지금 이 상황은 당장에 상황파악을 위한 것에 불과했다. 

"..." 

컵라면을 국물까지 다 마셔 깨끗하게 비운 시훈은 자연스럽게 자기 옆에있는 차 수납장 위의 쓰레기통 대용인 검정색 비닐 봉투안에 던졌다. 그러자 깔끔하게 이미 올려졌던 라면컵 안으로 들어갔다.

"송강운. 이제 일어나." 

은결의 굵직한 목소리에 강운은 정신을 차린듯 자리에서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이제 교대 수면에서 강운의 차례가 끝난 것이다. 

"라면컵들 니 자리 밑에 놔둬라. 눈에 띈다." 

시훈은 뒤도 안돌고 그 한마디를 하며. 와이퍼^ 스위치를 올렸다. 
그런데 그와 동시 시훈은 자신의 눈쌀을 찌뿌리며 빌라 입구쪽을 진지하게 응시했다. 
은결이 그의 눈을 보았을 땐, 가로등 불빛에 눈알이 비춰진 채 사납게 빛나는 듯 하였다.
이내 그가 입을 연다.

"저기. 깜장 우산. 지나가는 거... 보여?" 

그의 말에 은결 또한 고개를 돌려 빌라 입구를 응시했다. 

"장전할까요?" 
"강운." 
"예." 
"수갑부터 챙기고 기달리고 있어. 저 새끼 들어가면 그 때 덮친다."

 

칠성빌라 입구, 시훈 쪽 세명이 목격한 검은색 우산을 쓴 남성이 빌라 쪽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비가 오느라 구름이 많고, 달빛도 가려져 붉게 비춰지는 가로등에 그의 대략적인 인상착의가 보일 뿐이지만, 시훈은 그가 강구라는 것을 확신한 듯 하다.

이내, 사내가 건물 출입구를 드러서고, 계단을 올라, 이층 복도까지 드러섰다.

복도가 그의 어깨 정도로 올라간 외벽만이 쌓여진 발코니 식이라 차 안에 있는 잠복자들의 눈에 선하게 남성의 그림자가 비춰졌다. 그러다 그들의 눈에 그림자가  홀연하게 사라졌을 때, 천천히 차 밖으로 셋은 동시에 나와, 빌라에 다가서,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갔고, 발소리를 안내기 위해 앞굼치로 살살 걸어 계단을 오른 뒤, '206' 동 수가 적힌 설강구의 현관 앞에 다다랐다.

시훈과 강운은 입구 문틈 바로 옆에 총을 들어섰고 자세를 낯추고 은결은 그들 맞은 편에 기대어섰다.

 
한편, 같은 수원시 곡선동 롯데마트.

한 여인이 마트 출입구 쪽으로 걸어간다. 뚜벅 뚜벅 구둣소리를 내며, 파란색 자켓 소매를 걷은 양손에는 과자, 음료수, 야채 등으로 꽉찬 비닐봉투 두개가 양손에 집혀져있었고, 덪붙여 오른손에는 분홍색 접이식 우산이 들려있었다. 마트 안에서 우산을 꺼냈으니, 아마도 장을 다 본 듯한 모양새였다. 그녀는 한쪽 어깨에 매인 가방이 불편한지 비닐봉투를 든 한손으로 집어 고쳐 올리고는 계속해서 걸어나갔다. 잠시 뒤, 그녀는 걸음을 멈춰섰다.

빗방울이 꽤나 거세어서 짐을 다루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결국 한쪽 구탱이에 짐들을 잠시 내려놓고 서 있는다.

[그대 모습. 내 눈 앞에서 서서히 감춰지는 아련한~]

때마침 한 편의 노래가사가 그녀의 가방 주머니를 울린다. 전화가 온 것이다.
그녀는 곧장 자신의 어깨에 맨 가방을 열고, 잠시 뒤적거리더니. 그녀의 손에서 꽤 신형인 휴대전화가 집혀져나왔다.

"여보세요? 딸!"
전화를 받는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럽고 표정은 방금과 달리 매우 밝아졌다.

"그래. 방금 학원 끝났어? 어디야?... 아, 벌써 집이라고? 알았어. 근데 엄마가 짐이 너무 많아서 그런데, 롯데마트좀..."
잠시 딸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뚫고 나오는 괴성이 들렸다. 마중나오기가 귀찮다는 듯 때를 쓰는 상황이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마지못해 '알았어. 그럼 이따 전화하면 집 앞에라도 나와. 짐 너무 많아... 그래..."

"에이... 퉁명스럽긴..."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통화가 끝난 전화기를 다시 가방에 집어넣고는 그녀는 양손목에 짐들을 걸었다. 그리곤 우산을 오른손으로 집으며 힘든 표정으로 마트를 나오려고 한다.

"저기..."
그 때 낯선이의 목소리가 그녀의 뒷쪽에서 들려왔다. 약간 부드럽고 침착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자 한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겉으로 보기엔 좀 마른체형에 키는 백 칠십 후반대에 팔다리가 길쭉하게 뻗어나왔으며 머리는 좀 덥수룩하나 그럭저럭 훈훈한 인상의 청년이었다. 그는 다시 그녀에게 입을 열었다.

"짐 너무 무거워 보이시는 데, 제가 잠깐 들어들일까요."

"하... 그러실래요? 고마워요."
남자의 호의를 곧 받아들이는 걸로 보아선, 그녀는 급할수록 초조함이 잘 드러나는 타입이었다.
이내 청년은 여자의 두짝 짐을 모두 덜어갔다.

"어유. 두개나 다 들으시게요?"
"헤헤. 괜찮아요. 그냥 아주머니 차 앞 까지 제 우산 만 씌어주시면 되요."

남자는 그렇게 말하곤 자신의 검정색 우산을 집어주었다.

"어머 착하기도해라."

그 둘은 곧 천천히 문 밖으로 나왔다.
바깥은 빗물이 꽤 고였지만 인계동 만큼 높이 차지않아 운동화 만 젖을 정도였다.
그 와중에 히죽히죽 웃으며 남자 머리위로 우산을 씌운 채 걸어간다.
이내, 근방에 지상주차장에 세워진 그녀의 차에 둘은 다다랐다.


"총각, 미안한데 우산도 잠깐 들고있어봐 차 문좀 열게..."

"네."

남자는 그녀의 우산을 넙죽 받아 올렸다. 여인은 바로 자신의 어깨에 맨 가방에서 차키를 찾고, 차 문에 키를 집어 돌렸다.

마침, 남자는 그녀에게 자신이 뒷좌석에 짐을 넣어주겠다고 하니, 여자는 그러라고 하였고, 남자는 뒷좌석을 열어재낀다. 그리곤 말한 대로 짐을 뒤에 실었다.


"고마워요. 이걸 어째."

여자는 눈가에 주름이 잡힐정도로 눈웃음을 짓고는 고맙다고 몇번을 말했다. 남성은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고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까닥거리며 계속해서 우산을 머리위에 올리며 비를 막고있는다.

"저... 그럼."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가 운전석 문을 열려고 하던 찰나였다.
남성은 말없이 여성 쪽에 가까이 붙어 다다갔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으로 여자의 손을 문짝에서 거칠게 위로 내쳤다.

"..."

남자는 그와 동시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남자의 옆구리에서 투명하게 비춰지는 물건. 그의 손에는 투명하다 못해 새파랗게 비춰지는 오센티미터 짜리 양날의 나이프가 들려있었다. 목제 손잡이는 남성의 손아귀에 들린체 흔들림 없이 여성의 옆구리로 천천히 다가가 붙여졌다.


"허튼짓 하면 알지?"


여자는 자신의 옆구리에 차가운 날 옆면이 갖다대어지자 아무말 없이 눈을 희둥그레하며 얼음짱 처럼 굳은 채로 '아... 아...' 하며 작은 신음을 내었다.


"아직 베지도 않았어."


한편, 남자의 표정은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입고리는 올라간 채로 계속해서 미소를 보이며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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