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그 짧은 한철이 추억 속에서 명료하고 소나기 그 짧은 읍소에 울화가 식혀 내린다 단풍 그 짧은 바람에 양식이 적시기 익고 눈사람 그 짧은 수명에 동심이 얼어있다 이다지 짧지만, 긴 여운은 감칠맛 그윽하다 같은 생 살며 숟가락에 계절을 얹어 먹었다 봄엔 피 대신 수액 돌아 흙에도 침 괬지 여름엔 바다를 흘러 염전 풍년이었네 가을엔 수북한 낙엽만 봐도 배불렀고 겨울엔 분수없는 흰밥 실컷 누렸소 나는 먹은 만큼 먹이 돼주는 거뿐 배고픈 원귀 될리 만무다, 염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