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방학때 노가다를 하면서 돈을 벌고있는 평범한 대학생임
우리 회사 특성상 위험부담이 많고 그리고 좀 더러운 곳에서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임
쉽게 말해 3D업종임.
오늘도 뜨거운 햇볕아래서 일하는데 핸드그라인더(강철파이프나 철강제품등 톱으로는 잘리지 않는 품목들을 자르는 소형 절단기, 주로 손에 들고다니
면서 짤라서 핸드그라인더라 불림)로 강철파이프를 자르는데 이게 자를때마다 불똥이 어지간히 많이 튐.
이 불똥이 얼굴에 많이 튀게 되는데 자칫 잘못하면 눈에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않게 생김.
본인은 안경을 쓰고 다니기 때문에 그렇게 눈에 들어갈일은 그닥 많이 없는데
같이 일하는 형님분들은 귀찮다고 보안경(핸드그라인더 작업시 필수로 착용해야하는 보호안경)을 잘안쓰심
원래는 써야하는게 맞지만 요즘 날씨도 덥고 땀흐르고 좀만 차고있으면 안경에 습기가 차서 제대로 앞을 볼수가 없음
얘기가 샛는데 암튼 이 작업을 하고있다가 같이 일하시는 형님께서 잠깐 필요하다고 하셔서 가져가서 쓰심
물론 보안경은 쓰지 않은채로 작업을 하시는데 하필 자르려는 자리가 모래가 많이 묻어있는 것임
그라인더 특성상 회전할때 바람도 많이 불고 자를때 불통이 많이 튀기때문에 결국 작업하시다가
눈에 먼지랑 철가루가 들어감...
물로 씻어도 안빠져서 본인이 차에 태워서 근처 병원에 가게 되었음
병원에 도착해서 형님께 먼저 접수하라고 말씀드린뒤 들여보내드리고 본인은 근처 한적한 곳에서 담배한대 피고 들어갔음
들어가보니 형님은 접수를 마치셨는지 의자에 앉아 계셨고 카운터에 간호사분들이 나한테 어떻게 오셨냐고 물었음
근데 문제가 생긴게 이 상황에서 뭐라고 해야할지 당장 생각이 안나는거임
생각해보면 보통 식당같은곳 가면 먼저 온 손님의 동행이다고 말하면 되는경우가 많은데
병원에서 이렇게 말하는게 좀 이상하다 싶었음
'환자의 동행입니다' 라고 말하는것도 어색하고
'이분 보호자입니다.' 라고 말하는것도 이상하고
진짜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감이 안잡혔음 한 3초간 서로 쳐다만 보다가 얼떨결에 이말이 툭 튀어나왔음
'듀오에요'
그러자 간호사분이
'네?' 이러시길래
다시한번더 말했음 '듀오라고요'
이때까지 난 내가 내뱉은 말이 뭔지도 몰랐음
그냥 평소 하던말이 그냥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듯한 말이었음 마치 잊었던 단어를 적재적소하게 쓴것마냥 마음속에서 훈훈함마저 피어나온것 같았음
그러자 형님 맞은편에 앉아있던 고등학생인가 중학생인가 구분안가는 남학생 두명이 날보고
'뭐야 저 병신은?' 하는 표정과 웃음을 참고있는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음
형님도 어리둥절해서 다친 눈을 손으로 가린채 그냥 날 쳐다보고만 계셨음
그제서야 내가 무슨말을 했기에 이토록 거수자취급을 받아야하나 라고 생각한순간
쪽팔림과 후회와 한탄의 감정이 머릿속을 휘젓기 시작했음
곧이어 내가 한말을 바로잡기위해
아!아! 라는 외로운 감탄사를 내뱉으며
'저 이분(형님) 이랑 같이왔어요. 저는 진료안봐요' 라고 말함
그렇게 이야기했으나 맞은편 학생두명은 '이미 늦었다 병신아.' 라는 표정으로 날 주시했었음
그렇게 상황이 종료되고 형님옆에 앉아서 고개를 푹숙이고 '내가 왜그랬지? 내가 왜그랬지?' 라면 연신 되뇌었었음
그렇게 진료가 끝나고 나오는길에 형님이 '너 아까 뭐라고 그랬냐? 듀 뭐? 듀워?' 이러시길래
'아 아뇨 형님. 게임속에서 쓰는말인데 저도모르게 튀어나왔네요...' 라고 말하고 다시 작업장으로 돌아감
그렇게 그 게임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형님이 '시간나면 니가 말하는게임 같이하자. 나도 게임은 자신있어' 라고 말씀하시길래
도저히 이 유부남형님을 악마의 게임에 빠뜨릴순 없을것같아서
'아..아니에요 재미없는거에요. 저도 곧 접을거에요.' 하고 대충 둘러댔다.
아 뭐라고 마무리 짓지?
'듀...듀온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