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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형과 오늘 있었던 일..(기독교 회의감 듭니다)
게시물ID : gomin_3038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은
추천 : 2
조회수 : 147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03/18 02:37:25
오늘 어머니와 형을 모시고 서울의 어떤 영성원(기독교)을 찾아 갔다.
이유는 최근에 정신이상이 온 형 때문이었나. 원래 지적장애가 있는데 최근에 정신분열까지 생긴 거다.
평소 독실한 신자이신 어머님은 형이 저러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기도하여야 한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그 영성원에 대한 내용을 10여년 전 책으로 읽으셨단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영성원을 찾아 갔고, 그 영성원은 3일간 단식만 하는 곳이지 기도원처럼 무작정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기도하고 지낼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단식이란 금식과는 다르다. 물조차 먹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머니 혼자라면 3일간 단식하고, 그 후 며칠 회복하면서 지낼 수 있지만 형은 그렇지 못하다.
정신이상이 온 형은 매일 약을 먹어야 하고, 약을 먹기 위해서는 물을 먹어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형이 있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원장이라는 목사의 배려로 형에게 죽을 먹이면서 어머니는 단식을 하고 기도하며 지내다 가라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무척이나 화가 났다.
어머니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무작정 서울의 영성원에 모셔다 달라고 한 것이..
그 먼 촌동네에서 4시간 기차타고 올라와, 지하철까지 두번 타고, 한참을 걸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그대로 돌아갈 뻔 한 것이다.
나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에 상관은 없지만 어머니와 형은 정말 아무 의미 없이 고생만 하기 때문이다.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어머니에게 화를 냈다.
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았냐고, 여긴 단식하는 사람들만 오는 곳이니 형은 해당사항이 없다고, 기차역으로 다시 가자고.
원장이라는 목사는 괜찮다고 있어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는 가족끼리 상의를 하라고 한 후 자리를 떠났다.
화가 좀 누그러진 나는 형과 함께 며칠 동안 건강하게 지내라고 어머니께 말씀 드렸다.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형에게도 기도 많이 하고 말 잘 듣다가 오라고 했다. 다 끝나면 탕수육도 사주겠다고...
어머니는 앞으로 3일간 물도 먹지 않고 단식하실 텐데 정말 너무 걱정이 됐다.
사람이 3일간 물도 먹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눈물로 기도만 한다고 생각해보면 과연 올해 60이 된 어머니가 버틸 수 있을지 우려가 많이 됐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 어머니를 밖으로 불렀다.
그 영성원의 관리자로 조금 젊은 여자였다.
영성원에 들어갈 때부터 조금 태도가 맘에 들지 않는 여자였다.
귀찮은 듯이 말하고 말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그다지 친절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역시나...
갑자기 젊은 여자의 언성이 높아지는가 싶더니 어머니께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하나님의 부름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항변하는 듯 싶었다.
나중에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영성원에 어머니와 형이 있을 수 없다는 거였다.
정신이상이 온 사람을 예전에 받은 적이 있었는데 단식 하는 사람들에게 방해를 많이 줬었다고 했다.
그 젊은 여자는 그러한 이유로 있을 수 없으니 돌아가라면서 언성을 높인 거였다.
어머니는 지금 절박한 심정으로, 하나님의 뜻으로 오게 된 거라며 형을 얌전하게 시키고 조용히 있다 가겠다고 하는데도 그 젊은 여자는 짜증섞인 말투로 돌아가라고 한 거다.
지금 우리 어머니의 마음은 피멍이 들어 있다.
촌구석으로 시집와서 할머니의 모진 시집살이를 견디셨다. 지적장애 있는 형을 낳고 나서는 할머니의 저주와 폭언에 매일밤 눈물을 달고 사신 분이다. 얘기 하자면 길어지겠지만 할머니는 굉장히 악독한 성격의 소유자다. 최근에 돌아가셨지만 어머니는 30년 넘게 할머니에게 시달리셨다. 돌아가시기 전 4년간 누워계실 때도 대소변 다 받아내면서 수발 드신 분이 바로 우리 어머니다.
아버지는 항상 술에 쩔어 계서서 그런 어머니에게 도움은 못줄 망정 폭언으로 시달리게 만드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이제 좀 편하게 지내시나 했더니 이제는 형이 문제다...
어머니 60년 인생이 참 고달프다.
영성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 눈에 살짝 눈물이 비쳤다.
아마도 큰 기대를 갖고 오셨을 것이다.
형이 나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갖으셨을 것이다. 워낙 독실한 신자라...
그런데 그렇게 고대하고 기다리던 곳에 왔더니 생각과는 다른 곳이었고, 퇴짜까지 맞았다.
원장 목사는 머물러도 좋다고 했지만 뒤로 가서 그 젊은 여자에게 돌아가라고 시킨 것 같다.
여러모로 우리 형이 방해가 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말썽을 부린다면 단식하는 신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고...
이해는 가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야속하게 느껴졌다.
유명한 영성원이라는 곳의 그릇이 그것밖에 안되나 싶었다. 성경에 써있는 예수님의 가르침 대로라면 차별 없이 사랑으로 감싸줘야 하는 것 아닌가... 자기들의 이해관계나 불편함 때문에 멀리서 찾아온 병자를 다시 돌려보내도 되는 건가... 그게 예수의 가르침이고 하나님의 뜻인가?
돌아오는 길, 어머니의 눈가에 비친 한방울의 눈물이 얼마나 짠 것일지 상상해보았다.
아마 나라면 서럽고 힘들고 기대했던 것에 대한 무너짐으로 펑펑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어머니는 긴 세월 모진 풍파에 맞서서 버텨오신 분이다. 내 수십 곱절이 넘는 슬픔의 시간을 보내오셨을 테고, 몇 양동이나 채울 수 있는 많은 눈물을 흘리셨을 거다.
그 순간 어머니의 한방울 눈물은 어떤 눈물보다 짜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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