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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살 동안에
게시물ID : readers_304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빗속을둘이서
추천 : 3
조회수 : 2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1/28 02: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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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아시 발아...
흙과 비로소 쌱 트고 낸 그저 한 척 가지엿을 존재롯다
그 엇더하대 백 년을 묵묵히 보고
그 엇더하대 백 년을 더 묵묵히 보와
무릇 삼백 살 디나여 보니
산수와 감응을 완연히 이해케 되어
곤충과 풀꽃이 나의 소리엇고
바람과 짐승이 내 후각이며
새가 다 나의 눈이엇다
뿌리 깊은 나무지만
사계가 오묘한 나라에 경티와
광석의 비명 뫼아리라 병장기들 소요와
바닷가 섬 이야기를 다 아오
그 천 년 동안에...
그리고 나는 그 날에 잇소

때는 이른 봄이오

엇디 바람 엽렵스레 안 타고 나비인 양 너울 오는 산새론가 아칄 묻자

니르길, 춘기가 교태 브리는 데서 본 다보록한 벚꽃 아씨라는 그

향풍 닌 木의 잎 한 개비 무로 조심히 사려 오느라 그러렷다오

산뜻 내를 준다여 옹이구뭉 속에 둔디 진액 흐르는 맥 곳곳이 따샤롭떠라

*엽렵스레 : 슬기롭고 민첩한 데가 있게.
*아칄(까닭을) : 까닭의 옛말 앛.
*다보록한 : 수염이나 머리털 따위가 짧고 촘촘하게 많이 나서 소담하다.

세월이 번갯불 현 듯 다 따샤롭떠라, 하여
금방 백 년 더 흐른디
웬 귀신 한 구가 삭신에 늘라붙은 게로
대관절 뉜고 옛 일 스쳐보매

므슴 곡절이 잇셧던가, 아, 잇다 있어

여러 가짓 버슷 따무꼬 보깬 배알 쥔 산골짝 노마가

幻(환청, 환각)에 시달려 온 길 못 되짚고 내 肥(살찔 비)가 되엇던가

그 어엿븐 백골도 뭉글져 혼이 된 게롯구나

*보깬(보깨다) : 먹은 것이 소화가 잘 안 되어 속이 답답하고 거북하게 느껴지다.

*노마 : 사내아이

*어엿븐(어엿브다) : 처지가 안되고 애처롭다


길 닞어셔 싀여진 넋이라 저승목도 못 찾아간 게시

챰새가 가랒 무로다 주니

농구인 양 노는 폼은 생전 격 그대롤 터였구만

고 귀신노마가 묵새가 걸앉고 타디 노롯던 가지만 유난 휘더라

*싀여진(싀여지다) : 죽다

*가랒 : 밭에 난 강아지풀. 

*농구 : 노리개. 심심풀이로 가지고 노는 물건. 

*묵새가(묵새기다) : 별로 하는 일 없이 한곳에서 오래 묵으며 날을 보내다.


뭉쳐가 떨기 쓔신 데 쥐므르듀덧 기던 벌레가

이담에 와도 자를 알 거디냐, 말하옷다

어찌 죽음을 얘기하느냐, 잼처 묻자

주굼과 사롬이 아니여

제도 내 잎사귀 갉았드시 돌고 도는 베풂일 뿐이라고

人가네 않때 묻은 거 말곤 우주에 먹이인 팔자는 없다고

신새박 나르던 새 뫼로 한 치 설움 없시 소신의 신身 다 하꾸먼

*않때 : 마음때

*신새박 : 날이 새기 시작. 아주 이른 새벽.

*뫼 : 새 먹이. 모이의 줄임말.

*뫼2: 옛말로 식사, 진지.


귀디 귀한 흰 꺽다리 사슴도

호기好奇로 엿바스락거릴 숲 속 사당의

외로 사는 무녀가 나에게 와 기우제를 지샛다.  

산에 살어리 묻혓서도

속계의 가뭄 애 아리게 녀긴 자일 터

*호기好奇 : 신기한 것을 좋아 함.


귀신아이만 정히 차려진 젯메에 신명 나더만

이노마 그 소태가 신神 명鳴이면 무녀님 신기가 다 듣것다

비위가 아주 엄중한 수호령이단 말세 

제祭가 오롯이 긃나야 드라

가엽슨 것, 버섯은 얼씬도 안터라

*정히(정갈히) : 맑고 깨끗하게

*젯메 : 제삿밥

*소태 : 웃는 맵시

*긃나야(끝나야)


만첩청산도 人가네 때 안 타려면 산엔 산군이 잇샤만 하외니

내 그늘 가지 쉬간 새와 온 짐승에 자자 부탁헌 게 잇거늘

산군이 행혀 병 도지면 쓴 칡이 있는 델 일러 주라 하욧다

산군이 어험션 암굴 깊이 해악엎디를 망념 것과 거사 치르면

창유 씻는 묘약 샘믈 흐를 곬도 일러 주라 하욧다

*산군 : 호랑이

*자자孜孜(자자히) : 꾸준하게 부지런히.

*어험션(어험스럽다) : 굴이나 구멍 따위가 텅 비고 우중충한 데가 있다.

*창유(상처)

*곬 : 한쪽으로 트여 나가는 방향이나 길. 사물의 유래.


산군이 죽으면 매양 여우가 몬져 숨 갓반 채로 와 긔별 주엇고

그럼 그슴도 겨를 없시

나 유아唯我가 곧 재천 대명의 매媒일 그런 가량 더넘 절실로

산의 왕 재 내려달라 떨잎 낱낱 염을 태오 앙상하게 비롯으니

*매양(항상)

*갓반(가쁘다)

*긔별(기별) : 다른 곳에 있는 자에게 소식을 전함 또는 그 통지.

*그슴(그슴하다) : 어느 때까지를 기약하다.

*유아가 : 오직 내가~

*재천 대명의 매일 : 하늘에 계신 임금의 명령을 전달하는 자일~

*그런 가량 더넘 절실로 : 그쯤으로 맡은 걱정인 절실함으로~

*떨잎 낱낱 : 낙엽 하나하나

*태오(탈것에 태우다) 


허면 해 겨슬이 지나거든

산군의 대代가 눈雪과 눈 깨어 기침起寢허고

그 우꾼한 콧김이

새로 돋는 이파리까지 샤르럭 떨리왔다

*겨슬 : 겨울

*기침起寢(기침하다) : 잠자리에서 일어남. 밤중에 일어나 부처에게 절하는 일

*우꾼한(우꾼하다) : 어떤 기운이 일시에 세게 일어나다.


기던 벗 잡순 새에 분에서 싹 나셔

어쩌다 내게로 심궈진 천종삼은

지기의 분신이 되려 수련 들 터

고사리 석송 쇠뜨기 고빗풀 겯어가

내 뿔위 깊은 데에 형체 그시엇고

여차 백 해 사로리 옥황도 갸륵한 자가 당도할 터면

그때 다시 세상의 빛 뜨겟노라엿다

*지기 : 땅을 다스리는 신령.

*겯어가(겯다) : 풀어지지 않도록 서로 어긋나게 끼거나 걸치다. 

*그시엇고(그시다) : 감추다.


자고이래로 속세는 생과 사 만사에 액과 탈 파다여

청請(청할 청)과 곡哭(울 곡)으로 빌을 일 쌔디 

사 가라도 하도 만흐니

별별 제祭가 사십 년 연례여 내 인간의 성치星馳뿐인 명 아는디됴

그 무녀는 할메화 닮을 기색 없이가위 고왔다

*쌔디 쌔(쌔다) : 싸이다(헤어나지 못할 만큼 어떤 분위기나 상황에 뒤덮이다의 준말.

*가라(갈래)

*성치星馳 : 별똥이 떨어지듯이 매우 빨리 달림.

*선아(선녀)

*가위 : 한마디의 말로 이르자면. 또는 그런 뜻에서 참으로.


신기로 내 노마 정체 아셔

안다미로 오색 곳다림 경단과 손조 단아한 색동옷 지어 오시고

구하엔 그늘 아래셔 손그르메노롯이요

중추면 곱게 편 연 띄어주시엇네

추울 때나 늘 오셔 향 한 개비 사글 때까지 설화 입주리니

곰살궂이 그 수고루움이 매듭지어

귀신아이가 꽃구름 실려 승천하엿고

고노마 묵새가 유난 휜 데 넝쿨로 탈 것 맹단 텨

후에 졔긔 없이 놀러 종종 오시었소

*안다미로 :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

*곳다림(꽃놀이) : 진달래꽃이 필 때에 그 꽃을 따서 떡에 넣어 여럿이 모여 먹는 놀이
*구하 : 여름 철의 90일
*손그르메노롯(손그림자놀이)
*중추 : 음력 8월
*입주리니(입주리다) : 뜻을 음미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읊다
*곰살궂이(곰살궂다) : 태도나 성질이 부드럽고 친절하다. 꼼꼼하고 자세하다.
*졔긔 : 제사를 지낼 때 쓰는 그릇

그리 오 백 년이 재 흐르자
소찮히 살앗다고

이 맘이 아리긔도 저리긔도 느낀 거슨

벚꽃잎 무로다 주던 새의 후예가 니르길

그 아씨는 터기까지 메말랏다여

그 괴외한 간극에 무녀도 죽고 없으며

또 몇 번의 산군이 죽엇을꼬


노마는 버릇 채 못 니져

육신이어도 림목에 착 븥을라 매아미로 윤회햇나

천종삼 숨궛던 델 어찌 알고 갉을란 거시

막상 그 삼도 이믜 뭉드러 없자

뭔 미련 못 게우고

동충하초 되기를 그 생에 그리힐훈지

*매미에서 자란 동충하초는 가장 귀하다고 알려짐

이제는 이끼 뿐요

잊힌 자의 옛 사당 있던 델 또 어찌 알여

제 몸 불사한 약효로야

온기 가신 흙이라도 빚어서

그립던 얼굴 꿈 꿧으냐

필시 노마야, 너는

무녀님 덕에 좋은 인도 바다

잠깐 소풍다녀왔다고 생각하여도

많은 것이 진토 되어 없다

그런 오 백 년이 흐르러
천 년이 기울자
내 역시 이리도 큰 번뇌가 오느니

살아 구순하던 벗에 관한 기억이 암암치 않고 생생하요

내 태양같던 성군을 천 년을 모시었고

중전마마 같던 달을 천 년을 모시었소

그만 나는 쉬고 싶소

이 속내 탄로 빌지마는

넓고 큰 뿌리 때문에 단명 못 한다

하늘과 땅, 흙과 비가

오천을 능히 살라네

그리하여 나는 이날에 잇소

천 살 동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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