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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스압] 세월호, 호주에서 다물어지는 소신의 참담함
게시물ID : sewol_304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ㅠoㅠ
추천 : 12
조회수 : 86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5/27 19:28:47
*출처: 딴지일보 (http://www.ddanzi.com/ddanziNews/2478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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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5. 27. 화요일
호주특파원 Noel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세월호 참사 이후 글을 전혀 쓰지 못했다. 시국과는 상관없이 하던대로 할까도 생각했지만 모국에 크게 초상이 났는데 온갖 비판에 욕이 가득한 남의 나라 얘기를 쓰는 건 정말 결례인 것 같아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독립언론들을 통해 정확한 소식을 얻었다.

'진실을 정확하게 아는 것', 그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물론 다음 차수부터는 준비된 글이 연재될 것이다. 누가 기다리거나 말거나.

세월호 피해자 가족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아직 구조되지 못한 실종자들도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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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아이들과 함께 침몰한 지 약 한 달이 흘렀다. 그리고 세월호로 하여금 안전 문제 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고전적으로 앓고 있는 불감증으로 인한 문제 전반이 드러났다. 정부, 경찰, 해경, 국정원, 언론, 그리고 자폭하는 병신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추운 바닷바람 속에 기거하며,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울며, 있는 그대로를 방송하던 한 해직기자는 찌라시 언론에 일갈했지만 해당 언론사와 기자는 반성은 고사하고 되려 지랄하며 스스로 똥을 뒤집어 썼다.

미국의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화사한 차림으로 나타난 대통령은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묵념 한 번 주도하지 못했고 되려 한 국가의 수장이 동네 아주머니와 양국 관계를 논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나라의 수장에게 버젓이 'Poor'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것은 자칫 큰 오해를 살 수 있을만한 일이다. 정작 백악관 홈페이지는 논란이 된 해당 부분을 삭제했지만 조롱당한 대한민국 대통령은 찍소리도 하지 않았다.

조롱당해 마땅한 짓을 했다고 여기는 건지, POOR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건지. 해외 교민으로서 그 장면을 지켜봤을 때 느껴지는 어떤 무너짐 같은 것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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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구조작업. 해경의 주도하에 신속 면밀히 이루어져야 할 작업은 오히려 그들이 안티가 되었다. 그들은 해경이 아니라 해적이었음을 제대로 보여주었고 존내 고맙게도 며칠 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여 해체하였다. 이제 한반도 3면의 바다는 해적만 남게 되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일만 벌여놓고 대통령은 UAE에 만수르와 기념촬영하러 갔는지 어쨌는지 자리를 떴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그 무엇으로도 메꿀 수 없지만 국민 된 입장으로서 할 수 있는 거라곤 함께 아파하고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십시일반 하여 돕는 것뿐인데, 성금을 받으면 국가 차원의 배상을 받지 못한다니.

사고는 있을 수 있으나 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극히 미흡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한 나팔수 언론들의 만행이 만 천하에 드러났고 정부의 무능을 증명하는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들이 독립언론들로 하여금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대통령이 공식적인 사과를 하는 데는 무려 한 달이 걸렸다. 즙짜는 연기와 클로즈업 연출 덕분에 비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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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온통 비통함 뿐인데, 대통령은 어디 가고 없다.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전쟁이 나면? 이승만이 구라치고 도망간 것처럼 대통령은 구라치고 즉시 떠나버리면 된다.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논리가 매우 편리하다.

호주 언론은 특파원을 통해 현장에서 세월호 보도를 하기보다는 대부분 AP통신이나 로이터의 기사를 빌어서 보도했다. 따라서 세월호 침몰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세월호가 곧 대한민국이라는 시국은 전혀 보도되고 있지 않다. 그나마 최근 며칠 상간으로 한국의 시국에 대한 보도가 자주 방송되고 있어서 필자도 몇 차례 관심어린 질문을 받았고, 호주인들도 세월호에 대해 미심쩍은 부분들이 한둘이 아닌 모양이었다.


호주 ABC 뉴스 한국특파원 보도 영상 (원문 링크)

필자가 주변인들로부터 받은 질문들 중에 가장 경악스러웠던 한마디,

"세월호는 (공중 또는 어뢰)폭격을 맞고 침몰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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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침이 아니고서야 아이들이 구조되지 못한 채 가라앉을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민주주의 정부가 뭘 위해 존재하는가? 세월호는 100% 한국 정부의 잘못이며 정부를 이끌고 있는 대통령의 책임이다. 사고는 일어날 수 있지만 한국 정부의 방법은 잘못됐다. 국민들을 상대로 우기고 있지 않는가."

대통령의 자질에 대해선 오바마 대통령과의 기자회견 영상을 보여주었다.

"만약 호주 총리가 저랬다면 그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반대가 일어날 것이고 그는 즉각 해임될 것이다. 해임되지 않더라도 집권 여당은 선거에서 표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무례한 표현의 사용을 이해해달라. 저것은 있을 수 있을만한 멍청함이 아니다."

분향소에서 벌어진 발연기 동영상, 노란 리본을 착용한 시민을 막고 소지품을 검사하는 동영상, 경찰에게 둘러싸인 시민의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난 한국어를 모르지만 보고 있으니 화가 치미는군!"

물론 모든 동영상에 영어 자막은 없었다.

난 대한민국 대통령 머리를 바늘로 콕 찌르면 X이 쭈우욱 하고 나올 것 같지만 진심으로 거기에 뭐가 들어찼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에 앞서, 관심이 가는 수준도 아니다. 스스로 내용물을 다 드러냈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말을 빌려, '불쌍하게도' 그녀는 권력과 사리사욕에 물들어 나라를 해처먹고자 하는 그녀 주변인들의 마리오네트로 완벽히 전락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불쌍할 만도 하다.

열강의 수장들 앞에서 지극히 여유있던 이전 한 대통령의 모습과 사뭇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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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나와서 살면 고국에 대한 갖가지 생각에 젖어든다. 모든 것이 그립다. 이역만리에서 이방인의 모습으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고, 남들이 보기엔 출세한 것 같지만 해외에서 산다는 것은 그리움을 눈덩이처럼 뭉쳐서 마음 한구석에 채우고서야 얻은 삶이다. 그토록 그리운 모국의 수장이 불쌍하다는 소리나 들으면 마음 한구석에 뭉쳐둔 덩어리가 폭발하는 느낌이 든다.

멜번에서 20년간 거주하신 1세대 교민 한 분의 말씀이 생각난다.

"호주같은 먼 나라에 산다는 건, 어찌보면 부모님께 큰 불효에요. 호주 온 지 5년째에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당시엔 표가 많지 않아서 3일 뒤에야 도착했었죠. 그만한 불효가 없어요. 어머니도 곧 여든이 되시는데, 그 때 생각이 나서 불안불안 하죠. 그래서 한국에서 좋은 일이 생기면 더없이 기쁘고 나쁜 일이 생기면 두 배로 화가 나고 슬픕니다. 안도감과 좌절감이 두 배인 거죠."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 내팽개쳐지더라도 언제나 돌아가면 팔 벌려주는 나의 나라, '모국'이 무너지고 있을 때, 망쳐지고 있을 때 드는 쪼개지는 마음은 모국의 국민들보다 더할 순 없을지언정 덜하지 않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진실만을 위해 몸사리지 않고 달려가는 독립언론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 고맙지만 저들이 저렇게 열악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울분의 눈물이 글썽여 적게나마 후원을 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뭔가 할 수 있는 게 정말 없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이 소신을 어찌할 수 없어서 그냥 참담함만 악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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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이 광고는 Missy USA 회원들 4100명이 십시일반한 돈으로 뉴욕타임즈 전면에 실린 박근혜 정부 규탄 광고이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미국의 많은 어머니들이 힘을 모아 이 광고를 올려주신 것이다. 비록 호주에 있기는 하나, 전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다는 뉴욕타임즈의 전면광고를 어머니들께서 나서서 이뤄주셨다는 것이 해외 교민으로서 너무 고맙고 눈물겨웠다. 덕분에 참담함도 조금은 사그러들었다.

(뉴욕타임즈는 Missy USA 회원들의 뜻을 고려하여 13만 달러의 전면광고료를 5만 달러로 인하해 주었으며, 남은 광고료는 양심보도를 하는 독립언론들에게 후원되었다고 한다)

그 4천 1백 명의 어머니들은 훗날 자신의 아이들에게 세월호 이야기를 할 것이다. 이 전면광고가 말하는 모든 내용을 똑똑히 이야기 할 것이다. 우리의 조국은 대한민국이며 우리에게 이런 비통한 역사가 있었음을 빠짐없이 이야기 할 것이다. 그리고 알려 줄 것이다. 절대 '가만히 있어선 안된다'는 것을.

'Let it go'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서운 것인지를.

필자 역시 알려줄 것이다. 앞으로 필자는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하여 한국 정부의 실체를 알리는 영문 기고를 하려고 한다. 한국인으로서 호주의 실체를 소상히 파헤치는 것과 다름 없는 맥락에서 시작한다. 그것이 호주에서 얼만큼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퇴보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이 명백한 사실만큼은 똑똑히 기고하려고 한다. 하나에서부터 열 끝까지.

이역만리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필자가 여러분들께 감히, 간곡히 바란다. 그립기 때문에 더욱 간곡히 바란다.

우리가 비록 지금 뭔가 행동할 수 있는 조직된 힘을 갖추고 있지 않을지라도, 전세계 모든 대한의 자손들이 지금의 이 치욕스럽고 부끄러운 역사의 행진을 잊지 않길 소망한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이 이 역사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알려주었으면 한다.

나라가 잘 되면 길바닥에 나앉아도 행복할 사람이 자신의 사욕이 아닌 우리의 힘을 빌려 이 나라를 꾸려가게끔 하자고.


- 적어도 씨발 꿀벌과 벌꿀은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을 지지하자고.







호주특파원 No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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