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자취 폭삭 옅어지려면 수백 년 지나야 하지만 폐광산은 호기好奇 당기는 고즈넉한 맛이 있어, 멸종인 싶던 영물도 먼 길 찾는다 자연과 쇠 앙상블, 녹과 이끼 낀 광합성 하는 철골탑이 숲속 수호자처럼 서 있는 곳 대관절 입 다문 표지판은 경비에서 퇴직한 뒤 풀꽃 조성하는 걸 도왔다 흑연 뿜던 화차가 짐승 수두룩 친 과보는 구학으로 갚고자 단칸 문고 됐단 말 있었고 철도의 행방은 바람 된 지 오래, 한 둑 떨어져 흐르는 냇물과 나란히 여생 보낸다 진흙의 재생력 기특한 키 큰 삼림이 언제부턴가 길 잃은 천사들 쉴 장소라 하늘에선 명소다 약속에 일찍 온 달의 윤곽이 노을빛보다 수줍은 무렵 오늘도 근원 견인한 시계톱니 무뎌지면 과열 점검하고자 반짝인 육각너트가 하나둘 수리공이 착수한다 폐허란 인간이 만든 상처에 튼 딱지, 그렇게 아무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