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2017.12.04 서점에 온 여고생.
게시물ID : readers_304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salvio
추천 : 1
조회수 : 23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2/04 23:36:20

2017.12.04

- 내가 일하는 서점에는 날마다 각양각색의 모습들을 한 사람들이 방문한다. 계절탓이겠지만 그렇게 눈에 띄는 모습- 개성이 뛰어나게 입은 복장이나 전체적인 매무새-은 없는 편이다. 그런 와중에 업무용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나를 부르는 어떤 목소리를 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얼마전에 내가 책을 찾아주었던 어느 여학생이다. 다시 온 모양이다. 나는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는 후광효과 비슷한 선입견이 늘 있는 편이고 또 관대하기까지 한 편이다.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걸 가지고 있는 , 즉 나보다 나은 사람에게서 뭔가를 배우거나 잘 보이고자 낮아지는 태도이자 처신인것 같다. 이 여학생은 피아노를 전공 하는 듯 하다. 지금 입고있는 썩 잘 어울리는 예술고등학교 교복과, 찾는 책이 라흐마니노프와 모차르트라는 점이 말해준다. 라흐마니노프- '흐'를 발음할때 그렇게 힘주어 얘기하지 않아도 나는 그 작곡가가 누군지쯤은 알고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그 여학생의 인상을 살핀다. 검디검은-그래서 오히려 촌스럽지 않아보이는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와 까무잡잡한 피부, 거기에 굉장히 다부져보이는 눈썹과 크고 맑아보이는 눈이 어우러져 있다. 입을 덮긴 했지만 목도리의 황토색도 전체적으로 잘 어울린다. 이름조차도 들어보지도 못한 왠지 멋진 곡을 이번 기말고사곡으로 찾아서 칠 것만 같은 느낌이다. 감기가 걸렸는지 하염없이 코를 훌쩍거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가여우면서 또 귀엽다. 나는 약간의 수고를 더해 창고에 가서 여학생이 찾는 모차르트 소나타 악보를 가져다 주었다. 비싸보였나 보다. 생각보다 저렴한 정가를 말해주니 좋아했다. 나는 여학생의 피아노 연주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맑고 천진난만한, 이 학생을 보면서 든 그런 깨끗한 종류의 아름다움이 학생이 연주하는 곡에서도 묻어 나오리라 생각하니 굉장히 설레였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