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하면 뭐가 떠올라?"
'군대'라고 하면 지나가는 말로만 흘려들어 왔을 20대 초반의 여성에게 이같이 물었다고 치자.
아마도 "조인성!!" 또는 "영화 R2B!!" 정도의 대답을 들을 가능성이 십중팔구는 될 것이다.
"연예 쪽 말고는 없어?"
조금 더 다그쳐 물으면
"비행기?", "파일럿?", "우리 오빠 친구도 공군 병으로 제대했다던데 그럼 비행기 타고 그런건가?"
뭐 이 정도 대답까지는 기대 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 '공군' 하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전투기와 조종사를 떠올린다.
그러나 공군이라는 조직이 하나의 유기체로서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조금 더 단순화해서 조종사가 전투기를 타고 작전을 수행하려면
수많은 지상 지원요원들이 필요하다.
정비, 무장, 관제, 기상, 방공포, 정책, 보급, 수송, 인력운영, 복지, 예산, 헌병, 군종활동 등...
사실, 공군에 입대해서 전투기 한 번 만져보지 못하고 전역하는 장병들도 수두룩하다.
<공군 24시> 이번 호는 위에서 열거한 다양한 지원요원들 중 정비분야,
그 중에서도 전투비행단의 정비중대를 렌즈에 담았다.
공군의 아이콘이자 핵심전력인 전투기를 가장 가까이서 케어(care)하는 그들,
조종사들이 완벽하게 정비된 전투기를 비행해 무사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돕는 그들의 일상을
최대한 가까이서 카메라에 넣어봤다.
그것도 동북아 최강의 전투기 F-15K 정비중대를.
공감의 컨텐츠 중 하나인<화면 밖으로 뛰쳐나올 것 같은 F-15K 저고도 비행> 에서 따온 F-15K의 위엄돋는 모습!
공군 제11전투비행단. 슬램이글(Slam Eagle)이라고도 불리는 F-15K는
29,570파운드의 강력한 엔진 두 대로 1,800km의 작전반경을 자랑한다.
최대 11톤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고,
14개의 표적을 동시 추척하고 8개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특히 공대지 미사일인 SLAM-ER 의 경우
약 270km 밖에서 지상의 표적을 정밀 공격할 수 있다.
하늘에서는 가공 할 위력을 발휘하는 F-15K 전투기지만,
지상에서는 정비사들에 의해 세밀하게 보살핌 받아야 하는 기체와 장비들이다.
F-15K 전투기와 최정예 조종사들은 공군의 자랑이다.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피격 등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그리고 G20,핵안보정상회의처럼 국가급 행사들이 개최될 때마다
F-15K와 조종사들은 신문과 뉴스의 한 꼭지를 장식하며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안정감과 신뢰를 준다.
F-15K에 장착되는 SLAM-ER 미사일.
SLAM-ER은 원래 1970년대 초, 대함미사일로 개발된 AGM-84을 모태로 개발됐다.
그것을 대지공격으로 만든 것이 SLAM이고
F-15K 탑재를 목적으로 ER 버전으로 개량됐다.
SLAM-ER 은 약 270km 의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으며,
발사 후 GPS 항법장치를 이용하여 아음속의 속도로 목표한 지점까지 정확히 날아가서
타격 직전에 카메라로 목표물을 확인, 유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발사가 항공기에서 이루어지므로 크루즈 미사일처럼 지상에서 발견되어 요격 당할 확률도 거의 없다.
기체정비팀은 기체정비 뿐 아니라 비행 전 조종사를 서포팅하는 임무도 겸하고 있다.
그만큼 타 특기 병사들 보다 조종사들과 가장 가까이서 팀웍을 이룬다.
이들이 자신들의 임무에 더욱 더 큰 책임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또하나의 이유다.
이른 아침 비행지원을 마치고 다음 비행을 위해 잠시 대기 중인 정비중대.
올여름 대구의 폭염은 그 어느 해보다 지독했다. 활주로의 이글거리는 지열에,
전투기 엔진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가 더해진 그 곳이
정비중대 장병들의 일터이자 싸움터이다.
"적응되서 괜찮습니다."
바깥의 시선으로 볼 때는 고되고 고된 임무환경이건만, 정작 그 안의 장병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맞다. 군인은 그렇게 참아내고 적응해가는 존재들이다.
이 치열한 현장 속에서도 나름의 보람과 즐거움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정비요원들의 완전무결한 지원이 없다면 공군의 안정적인 공중작전은 생각 할 수 조차 없다.
모든 무대에는 보이지 않는 스탭들이 있듯이,
스트라이커의 멋진 슈팅이 있으려면 누군가의 어시스트가 있어야 하듯이.
정비사들의 프라이드는 스포트라이트가 아니라 임무를 마친 전투기가 무사히 착륙하는 순간에 나온다.
오후 7시반.
이미 밖은 노을이 지고 어둠이 내려오고 있었지만 정비중대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날은 야간비행이 있던 날.
이미 어둑해진 활주로에서 정비사들과 정비병들은 다시 분주해진다.
하지만 자신의 손에서 동북아 최강의 전투기가 정비된다는 프라이드 하나로 뭉쳐있는 이들.
밤낮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영공방위에 여념이 없는 그들의 젊음이 아름답다.
때로는 빛나는 주연보다 한발 뒤에서 그들을 빛내주는 조연이 더 값질 때가 있는 법.
오늘도 이들이 있기 때문에 F-15K는 힘차게 비상한다.
가끔 하늘을 가르는 전투기를 본다면,
아무도 몰라주는 곳에서 흘리는 정비요원들의 값진 땀과 노력도 함께 기억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