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면 좋겠다고 여겼는데 쓸 수만 있어도 살겠더라 싶어 계속 쓸 수만 있길 바라다가 허공의 산물, 상상력을 기어이 언어로 빚지 않아도 되겠단 요즘이다 어느 "쉽게 씌어진 시"는 읽는 이 맘 아프게 했지만, 내 이름 작자로 남겨 설움 퍼트릴 재목 못 된다. 어둠 속 빠진 자가 찾는 영원의 빛처럼 힘들 때 기리 읽힐 명구 욕심나나 재량 달린다. 떠다닌 잎사귀 뒤 사라지는 물의 연관 같이 쓰나 아니 쓴 듯 내 글 혼자만 보면 아무도 나의 절필 안 슬퍼해 줄 텐데 행여 졸저에 관심 둬 준 은인께 쓴 건 망자란 씁쓰름함 끼칠 누 알면서 훗날 퇴고나 오자 미련 생기게 살 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