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소설 정도 되려나요. 한번 읽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에요 ^^ 음악과 사진을 추가하고 싶지만, 아직 실력이 모자라서 ^^
기억의 습작
맑은 바다의 해변. 씹어 먹을 듯이 아픈 모래를 둘이서 걷고 있어. 언젠가 추억의 사진첩을 펼쳐 보았을 때,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했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해변을 거니는 많은 인구들과 바람을 가르는 바다 새, 소금기가 맺힌 바닷바람이 우리를 축복하고 멀리 피어오르는 뱃고동 소리는 다시 다가올 수 없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려는 듯 애잔하게 울려퍼지고 있어. 올해의 잊지 못할 여름. 깨지지 않을 황홀한 추억 빛으로 물들어 내 가슴을 애잔하게 비춘다. 닿지 못할 염원의 시간은 침묵으로 일괄하고 해변의 주인공인 우리 둘은 잔잔한 바다를 걷는다. 영원히 다가갈 수 없는 시간을 건너 언제까지라도 함께. 나는 너의 손을 잡았고 너는 모르는 척 남은 손으로 태양빛을 가린다. 한 낮의 바다에선 짠 내음이 가득 몰려와 싱그러움을 맛보게 하고 파도 소리는 언제라도 그치지 않을 듯 끊임없이 울린다. 아마 파도소리가 멈추는 날 우리의 사랑도 끝나게 될까? 바람이 머무는 곳에 파도가 있을 거야. 네가 있는 곳에 내 마음이 함께 있을 거야. 봄비와도 같은 싱그러운 너. 그리고 그런 널 갈망하며 염원하는 나. 내 마음을 부디 잊지 말아줘. 영원히...
이젠, 안녕. 거칠었던 젊은 날의 사랑이여. 오랜 사랑의 종지부를 이곳에서 찍는다. 잊혀져가는 사랑이기에 더욱 아름답고 낭만적인 것일까. 머무르지 않는 바람과도 같이, 일정하지 않는 파도와도 같이 우리의 사랑은 너무도 여렸고, 풋풋했다. 무척이나 쉽게 다가갔었지만 또한 아무것도 없었던 듯 공백만을 남긴 채 이별을 고한다. 그리고 너는 아무렇지 않은 듯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언젠간 너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곳을 추억할 수 있을까. 아주 먼 옛날의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이야기. 앞으로도 그치지 않을 이야기. 아주 잠시만, 쉬어가도록 할까? 나는 잡았던 손을 놓았고 너는 걸음을 멈췄다. 사람들도 바닷 바람도, 파도도 그대로인데 우리 둘의 관계는 여기서 끝났다. 나는 인공의 도로를 향해 달렸고 너는 그런 날 잡지 않았다. 네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이미 아주 오래 전 이야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음에는 거리적인 제약이 없이 오직 시간만이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네가 존재했던 공백을 무엇으로 메워야 할까. 아주 멀리서 파도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