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아하기에 가끔은 그만큼의 괴로움을 느끼는 현실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지죠. 제겐 동물농장이 그러한 프로그램입니다. 동물을 꽤 좋아하는 저에게 이 동물농장이라는 프로그램은 참으로 잔인한 프로그램입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짐승의 동물을 학대 방치 유기하는 끔찍한 이야기를 고발하는 동물농장의 신랄한 리얼리티를 감당하지 못하는 저는 한동안 그 후유증으로 며칠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나날을 보내야만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잔혹한 이야기보다 더욱 감당히가 어려운 내용은 인간을 위해 평생을 살아가는 거룩한 동물들의 '희생'을 들어야만 할때입니다.
최근 반려동물을 살리기 위한 반려동물의 희생이라는 기사를 보고 너무 마음이 괴로워 심란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사람에게 수혈이 필요하듯이 동물에게도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 있기에 이런 동물의 수혈을 담당하는 이른바 헌혈용 개가 따로 존재한다는 충격적인, 그리고 알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였습니다. 평생을 피를 뽑히고 작은 공간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 개들의 거룩한 희생은 어쩌면 개를 살리기 위함이 아닌 그 개의 주인을 살리기 위한 희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날의 아픔이 채 식기도 전에 최근 동물농장에서 방영된 가슴 아픈 개의 희생은 또 제 마음을 아리게 만들었습니다. 안내견. 시각장애인의 길잡이 역할을 맡고있는 총명이의 이별에 관한 이야기였지요.
눈이 불편한 주인의 시각장애견으로서 활동을 하던 총명이는 어느날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하고 하울링을 견디지 못하며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지요. 사실을 알고보니 사개라는, 네마리의 안내견과 네명의 시각장애인이 만든 밴드팀에서 활동을 해야하는 총명이는 매일 매일 시끄러운 소리를 반복해서 듣다보니 소리에 필요 이상으로 예민해 질 수 밖에 없는 큰 병을 갖게 되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청력이 유별나게 예민한 개의 신체로서는 사람으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크고 시끄러운 밴드의 음악소리를 견디기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인간이야 그 소리를 이해할 수 있는 감성이 있다지만 개로서는 그저 그 소리가 소음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을테니까요.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이상증세를 갖게 된 총명이가 저는 몹시 안쓰럽고 슬펐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해할 수 없는 주인의 결심에 저는 다소 마음이 심란해져 오더군요.
총명이를 위해 큰 결심을 했다고 말하는 주인은 총명이를 떠나보내고 다른 개를 입양 받기로 합니다. 사실 5년간 함께해온 개이기에 큰 결심을 하셨다는 말에 저는 그분이 밴드 활동을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하시려는건가 싶었어요. 하지만 결국 그분의 선택은 개를 교체하겠다는 선택이었는데 저는 이 선택이 이해가 되는 한편 개에게는 너무 모진 선택이 아닐까 싶어 마음이 착잡해져 왔습니다.
물론 총명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준비하고 총명이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나를 잊지 말아달라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새 주인에게 적응했으면 좋겠다는 주인의 말에는 진심과 감동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총명이를 돌려보내고 새로 들이게 된 가족 축복이도 같은 환경에서 적응을 해야 한다면 계속해서 같은 일이 반복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더군요.
물론 그 활동이 굳이 생업이 아니라도 장애인의 사회적인 활동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면 계속해서 활동을 해야하는 것이 맞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상 증세가 온 총명이를 더이상 곁에 둘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겠지요. 하지만 최소한 일을 그만두지는 못하더라도 이동할때 받는 도움을 제외한 나머지 상황은 개를 소음이 없는 공간에 따로 두고 밴드 활동을 하는 것이 개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개가 아닌 자신과 몇년을 함께할 파트너로서의 최소한의 배려말이지요.
총명이가 함께한 공간에서 안내견이 그 밴드 활동에서 소음을 감내하며 같이 있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저 옆자리를 소음을 견디며 지키고 있는 모습 뿐이었는데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다른 개를 데려온다면 그 개 역시 같은 병에 시달리다 다시 교체를 받아야 할 상황이 오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심지어 교체 받게 된 개는 정재형과의 인연으로 익히 알려진 무한도전의 '축복이'였는데요. 그 총명하고 맑고 행복한 눈빛을 보고 있으니 착잡한 심정과 함께 마음이 괴로워지려고 하더군요.
아마 사개밴드라는 이름처럼 밴드의 팀명에 맞추어 반드시 개 네마리와 함께하는 모습이 팀의 정체성을 증명하고 홍보가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욕심이지 참여하는 개는 전혀 행복해보이지도 않았고 즐거워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충격을 받았던 것은 공개된 사진속의 즐겁고 행복해보이는 밴드 멤버들의 얼굴과 달리 피곤에 지쳐있는 개들의 슬픈 표정이었습니다. 너무나 힘겨워보였고 너무나 지쳐보였어요. 인간의 그 행복한 미소를 만들어주기 위해 개들의 희생이 불필요한 곳에서 남용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안내견은 일평생을 인간에게 바침 당하도록 교육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밝고 명랑해서 3대 말썽견 못지 않은 활발함을 가지고 있다는 리트리버가 그토록 침착하게 맹인을 도울 수 있는 까닭은 그들을 도울 수 있기 위해 욕구를 절제하는 교육을 배웠기 때문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꼭 필요로하지 않는 공간에서까지 개의 희생이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것은 팀의 홍보를 위한 폭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습니다. 정말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개를 가족으로 생각한다면, 이제부터라도 팀명을 바꾸고 시끄러운 공간에서 개를 함께 두도록 하여 이상증상이 생기는 가혹한 시련을 안기지는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맹인 안내견 학교 역시 이런 부분을 잘 조사하여 개를 분양해야 할것입니다.
안내견으로서 평생을 인간을 위해 살아가야 할 희생을 위한 교육을 받고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그들을 위해 개를 교체하는 모습보다는 환경 자체를 바꾸어서 소음을 줄일 수 있는 헤드폰을 씌워준다던지 아니면 개를 다른 장소에 둔다던지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조금 더 안내견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물이 주인공인 동물농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마저 지극히 인간중심의 감동을 미화하여 내보내는 모습에 큰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동물농장팀이 주체로 하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인드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면 이상증세가 올때까지 불필요한 공간에서 희생을 당해야하는 개의 아픔을 감동으로 미화시킬 것이 아닌 견주에게 더이상의 반복되는 불필요한 희생을 줄일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마땅했다고 생각합니다. 총명이 그리고 축복이의 거룩한 희생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보답으로 제발 축복이가 활동하는 환경만큼은 개선된 장소에서 한쪽의 희생만이 아닌 다른 한쪽의 양보가 고루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