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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희2와 월희 리메이크를 127일째 기원하고 있습니다.[브금]
게시물ID : animation_3058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데크♥아키하
추천 : 0
조회수 : 377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5/02/01 00: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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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하037 오늘의유머 Childhood.png
오늘의 유머 Childhood님이 그려주신 아키하






머리를 감고 밖에 나간다면 바로 머리칼이 얼어붙을 것만 같이 춥던 겨울의 어느 날 밤.
나는 ─────.


겨울방학에 학생의 패턴은 언제나 똑같은 것 같다.
이 점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심지어 대학생이 되어서도 변함없다고 생각한다.
보통 방학의 패턴은 늦잠, 일어나면 바로 컴퓨터, 아점, 약속이 없다면 다시 컴퓨터, 저녁, 새벽까지 컴퓨터, 늦잠의 반복일 터,
아니야? 내가 심하게 니트인 거야? 그래?
몰라, 아무튼 내 방학의 일상은 보통 그렇다.
여름이야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자주 밖으로 나가 에어컨이 있는 장소를 찾아다닌다지만, 겨울에는 더더욱 집에 박혀 지내게 된다. 추우니까.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일어난다 해도 이불 밖으로 나오기가 싫어진다.
또 창문만 열어놓고 얼굴만 시원해~ 하는 느낌이 제일 좋은 거 아닌가? 이것도 나만 그런 거야?
친구에게 전화가 와 나오라는 연락을 받아도 추워. 나갈 생각 없어. 싫어. 돌아가. 하는 패턴이 반복된 지도 어느덧 두 달.
개강도 머지않았고, 아- 이제 곧 4학년이 되는구나 싫구나- 졸업준비라니 젠장
니트가 되면 1년이 지금같은 이런 생활이겠지? 니트 칵코이. 잉여생활 만세다.
사회에 나가면 공돌이 주제에 휴일을 바라지도 못할 거 아니야. 아 싫다. 사회인이 되서 돈 버는 건 좋지만 돈 벌려고 일 하는 건 정말이지 싫다아.
그래, 어떤 니트 아이돌이 괜히 주 8일 휴일을 원한 게 아니었어, 당연한 거잖아.
하는 공감이 마음속에 무럭무럭 피어오르던 중.
문득 배가 고파졌다.
컴퓨터 시계를 보니 저녁 11시 50분. 아, 오늘 저녁을 걸렀었구나. 배가 고픈 것도 당연하지.
사람이란 참 귀찮다. 시간에 맞춰서 밥 먹고, 잠 자고 해줘야 움직일 수 있다니, 이런 불편한 시스템을 가진 유기 생명체보다 역시 기계가 좋은 것 같아. 나도 기계로 살면 안 되려나.
난방비 아낀다고 난방을 안 틀었더니 집안이 온통 냉골이라 깔깔이에 이불을 두른 채 컴퓨터를 하던 중이었는데, 일어나기가 참 귀찮다.
아, 뭘 시켜먹을까- 했지만 돈이 없었다. 아 이 가난한 대학생의 생활이여. 냉장고야 보나마나 뻔하고, 마지막 남은 라면은 아침에 끝내버렸었다.
니트 아이돌이 더더욱 부러워진다. 걔는 귀엽기라도 하잖아. 귀여워서 아이돌 해서 인세 받아먹고 산다는 생각이라도 할 수 있지.
나는 왜 생긴것도 잘 생기지 못했을까. 어머니 아버지 왜 절 이렇게 낳으셨나요 흑흑.
컴퓨터 책상 위 두루마리 휴지 옆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지갑을 열어보니 잔고는 고작 이천원.
아, 배는 고프고, 이천원으로 뭘 먹지? 고민하던 중, 컵라면이 떠올랐다.
홍라면, 그래 우리 석천이 횽의 홍라면이 있었지.
정말 무지무지무지하게 귀찮지만, 그래도 뭔가를 먹어야 살 수 있는게 유기 생명체의 숙명이니까. 식량조달을 하러 가야겠지.
내가 우유부단한 면이 있어서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는 못하지만, 결정을 내리고 나면 망설임 따위 없다.
바로 일어났다. 아, 옷 갈아입기 귀찮은데, 이대로도 괜찮겠지. 편의점도 겨우 5분 거리로 가깝고.
...라는 건 내 안일한 생각이었다.
망설임이 없는 건 좋은데, 치밀하게 상황 봐 가며 움직이지 않고 즉흥적으로 움직인다는 것도 내 단점 중 하나였지.
바깥의 날씨는 무지막지하게 추웠다.
거기다 상황을 보아하니, 눈이 내린 후인 것 같다.
뭐야, 요즘 그래도 좀 날씨가 푹해지지 않았었나. 눈 같은 거 강원도에만 오는 거 아니었어?
맨발에 슬리퍼만 질질 끌며 나온 내 발가락이 불쌍해졌다. 미안해 발가락아 주인 잘못 만나서 네가 고생하는구나.
그래도 깔깔이를 입고 나온 건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디지털 깔깔이가 굉장히 보온력이 뛰어나지.
뭐어 사실 갈아입기도 귀찮아서 입고 있던 그대로 나온 거지만.
산발을 한 머리를 마구 긁어대며 들어갔다 다시 나올까 고민해봤지만, 역시 귀찮다.
그리고 어차피 걸어서 5분거리인 편의점인데 왕복 10분이면 될 걸 들어가서 옷 입고 양말 신고 신발신고하면 10분은 더 초과될 것 같아서.
그래 절약정신 절약정신. 안 해도 되는 일이라면 안 하고, 꼭 해야되는 거라면 간결하게. 어디서 봤던 누군가의 멋진 생활신조잖아. 본받기로 했으니까.
그대로 편의점을 향했다.
...이것도 오산이었지만.
시커먼 바닥을 보고 눈치챘어야 했는데. 진눈깨비가 왔던 모양인지, 바닥은 질척질척했다.
아, 발가락 사이에 들어갔어. 아아 기분나쁘다.
군대서 익힌 비장의 보법, 팔자걸음으로 옷에 녹은 눈이 튀지 않게 걸으며 쌍시옷 발음을 연발하며 편의점에 도착했다.
어... 홍라면 해물이, 없잖아?
...뭐 됐어, 치즈면 됐어. 다른 데로 가기도 귀찮아. 뭣보다 멀어.
적당히 타협하고 컵라면이 든 봉지를 휘저으며 길가로 나왔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니 열두시가 훌쩍 넘은 시간. 이런 시간대다 보니 길거리에 있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길빵을 해도 괜찮겠지. 하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려는데,
곁눈질로 흘끗 보게 된 옆에 있던 초등학교 운동장에 실루엣이 보였다.
이런 시간에 왜 혼자 저런 곳에? 라는 호기심이 문득 생겨났다.
그래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관찰을 했다.
사람들이 걸어다녀 진흙투성이에 시커매진 도로와는 달리, 운동장은 새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그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은, 어두워서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긴 생머리에 하얀 블라우스, 긴 검은치마에 부츠. 여성이었다.
일순 세상이 정지화면처럼 느껴졌다.
새하얀 눈밭 위, 일직선으로 나 있는 발자국. 빛이 없는 어두운 곳에서 달을 올려다보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무척이나, 초현실적으로 느껴져서.
마치, 지상에 추락한 천사가, 돌아갈 곳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1. 다가가 말을 건다.
2. 추워. 귀찮아. 집에 갈래.









일해라 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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