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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적 기술 개발
게시물ID : phil_30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타자기사
추천 : 1
조회수 : 623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2/06/23 12:36:14
자본주의는 역사상 그 어떤 체제도 달성할 수 없었던 기술에서의 눈부신 발전을 이룩해냈지요.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었다면 고도로 발달된 기술문명을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인류를 문명화시키기 위해서 기술을 발전시키지는 않습니다. 

의료과학의 예를 하나 들어보지요.

두 부류의 의사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첫 번째 의사는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병을 놀랄 만큼 잘 치료합니다. 

두 번째 의사는 사람들이 질병에 걸리기 이전에 예방해 버립니다. 

죽을 병에서 살려내는 의사와 죽을 병에 아예 걸리지 않도록 하는 의사 중 어떤 의사가 더 훌륭한 의사일까요?

전자를 치료의학이라 하고 후자는 예방의학이라 한다면 둘 중 어떤 것이 자본주의적 이윤법칙에 더 적합할까요?

치료의학보다 예방의학이 더 중요하겠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의사는 예방보다 치료에 집중해야 합니다. 

심지어 예방을 방치하고 치료의 가시적 성과를 과시해야 합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사람들은 지출에 너그러워지는 법이니까요.

자본주의 체제에서 의료기술을 놀랄만큼 성장했지만 이는 대부분 치료의학이고 따라서 건강한 인류의 미래와 무관한 의학일지도 모르겠다고 혐의를 두는 것은 그리 비합리적 의심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술 발전의 동기는 이윤 추구에 있고 따라서 기술 발전은 가치 중립적이지 못합니다. 

신기술의 개발이란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상품 시장의 진입을 의미하고,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이윤이 크지요.

그래서 자본주의 기업은 끊임없이 신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상품 시장은 곧 경쟁자로 들끓게 되고 이윤율은 하락하지요.

따라서 자본주의 기업이 지속적으로 이윤을 획득해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신기술의 개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경쟁자를 제거하는 독과점 시장의 유지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 선진 자본주의 기업은 국가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우선 국가의 보호주의적인 지원하에 신기술을 개발시키고 IMF나 FTA 따위를 동원해 아직 신상품 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국가의 시장을 개방시켜야 합니다. 

A는 스마트폰 생산의 원천 기술을 갖고 있고, B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나 B가 곧 그 기술을 개발한다면 A는 경쟁자를 갖게되고 이윤이 감소하겠지요.

이때 A는 B가 기술을 개발하기 전에 스마트폰 상품 시장을 개방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이것이 성사되면 B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A를 따라잡기란 불가능해집니다. 

B는 고전 끝에 파산하고 A는 스마트폰 상품 시장을 독점할 수 있지요.

자본주의적 기술이란 단지 타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유용한 기술이 아니라, 타인의 접근이 난해한 판매가 잘 되는 기술입니다. 

어떤 상품이 사람들을 파괴하고 중독시킨다 해도 그것이 잘 팔린다면 좋은 상품이고 훌륭한 기술이지요.

그러나 잘 팔리는 것으론 부족하고 경쟁자의 접근이 난해한 기술이어야 합니다. 

자본주의에서 기술 개발은 이러한 경로를 통해 눈부시게 성장했지요.

부를 축적하기 위해선 큰 자본력으로 신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국가의 정치적 국사적 능력을 동원해 독과점 시장을 유지해야 합니다. 

결국 이런 기술 개발에 따른 이윤 창출에 평범한 노동자들은 참여할 수 없고 이들은 고용 노동에 의해 보상받은 임금으로 그저 지속적 소비자의 역할을 담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부를 축적할 수 없습니다. 

까놓고 말해 자본주의에서 기술이란 자본가 계층이 노동자 계층으로 하여금 부유해질 수 있는 기회를 사전에 차단해 버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본주의는 인류를 문명화시키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계층을 지속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그렇게 한다고 말할 수 있지요.

자본주의에서 우리는 대개 자본가-노동자라는 형식, 즉 착취-피착취의 형식으로 인간관계를 맺고 있으며 기술력이 이를 매개합니다. 

기술력의 성장은 생산력을 팽창시키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부분 이를 환영합니다. 

그러나 생산의 팽창은 긍정적이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자본주의 이전이든 이후든 간에 상품의 생산은 반드시 폐기물을 수반하게 됩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 이전에 상품 생산이 발생시킨 폐기물은 자연의 순환 경로를 따라 순조롭게 순환했습니다. 

예컨대 인간은 산소를 호흡하고 이산화탄소라는 폐기물을 발생시킵니다. 

한편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폐기물로 발생시키지요.

이때 인간과 나무는 생산에 따른 서로의 폐기물을 순조롭게 순환시킵니다.

이를 에코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자본주의 이전 상품 생산은 자신의 폐기물을 에코 시스템을 통해 순환시킬 수 있었지요.

그러나 자본주의 상품 생산에서 역사상 최초이 이 에코 시스템이 파괴됐습니다. 

폐기물은 더 이상 순조롭게 순환하지 않고 정체되 환경을 파괴합니다. 

그런데 상품 생산 폐기물의 정지는 자본주의적 기술의 독특성에서 연유합니다. 

그리고 자본주의적 기술이 자연의 에코 시스템을 해체시키면서까지 개발되는 이유는 그것이 자본가-노동자 라는 착취-피착취의 관계를 지지해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부여받은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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