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가 의료민영화로 가는 전 단계라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뭐..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볼수는 없지 않느냐.. 외국의 경우도 포괄수가제 하는 나라도 많이 있지만 의료질도 떨어지지 않고 잘 운영 되지 않느냐..
그런데 왜 우리나라 의사들만 들고 일어 나는거냐.. 여태까지의 수입이 줄어 들까봐 그러는 거 아니냐.. 이제 수십년간 많이 해먹었으니 국민 부담도 덜수 있게 빨리 협조해라..
저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의사집단의 한 사람입니다. 여태까지 돈 많이 벌만큼 의사 오래한 것도 아니구요.
의사집단도 같은 직능을 가진 단체이기에 그들의 이익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결정될 수 있도록 하는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직업군도 마찬가지 이구요.
그러나 이번 문제는 단순히 의사들이 기존의 기득권을 움켜쥐고 놓지 않기 위해서'만' 그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윗 줄에서 인정한 것처럼 기득권의 방어'도' 포괄수가제 반대의 이유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단, 그 이유를 나열해보자면 그 순위는 굉장히 뒤로 밀릴 것입니다.
영국에 사시는 분이 글을 올려 그 나라 의료의 좋은 점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단, 그 나라 국민들이 의료보험료를 얼마나 많이 내는지는 얘기 안하셨더라구요.. 사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저는 돈 많이 벌려고 의대에 가고 전공의 과정을 한것은 아닙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으신 우리 부모님은 못마땅 하시겠지만요.)
차라리 영국처럼 국민 모두가 무료로 진료 받을 수 있고 의사도 나라에서 정해진 대로의 규격화된 치료와 그에 따른 보수를 받고 일하는 게 더 속편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적어도 탐욕으로 가득찬 의사 집단이라는 지금의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는 안받게 될테니깐요.. 학비도 적게 내고 공부만 열심히 하고 의지만 있다면 의사로서 평생 환자 보면서 살아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한민국은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식 의료제도도 아닌 영국식 제도도 아닌 그렇다고 일본과 똑같지도 않은 여기저기 땜질한 의료보장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적 경제적 논리에 따라 의정자들과 힘있는 소수에 의해 도입되어 운용되고 뜯어 고치고 첨가한 실로 누더기 같은 제도 입니다.
그런 제도로 광복후 60년이 넘게 운용해왔지만 임시방편으로 손본 제도는 고령화 고도화 사회가 찾아 옴으로서 더이상 버텨 내지 못하게 됩니다. 지금의 논의도 그 일환입니다. (지금부터가 중요 합니다.)
그럼 어떡하냐.. 니가 말한 것처럼 고령화 사회가 이미 되었고 의료비용은 점차 증가 하는 데 그냥 손놓고 봐야 하냐.. 너네는 여태 많이 벌었으면서 니네 수입 좀 줄이자는 데 왜이리 이기적이냐..
이게 정부의 논리 입니다... 의사가 이기적이어서 지금의 의료제도 개혁을 못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알아야 합니다. 의사집단.. 사실 정치적 영향력 별로 없습니다. 경제적 능력도 의사들 다 모아봤자 대기업처럼 정책을 바꿀수 있을 만큼 로비도 못합니다. 정치 사회 분야에 대한 거시적 안목?? 그런거 없다시피 합니다. 단지 사람 몸을 다루는 사명감에 (쉽게 말하죠... 겉멋..) 그냥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우리 부모님 처럼 일반 직장인되느니 공부 많이 해서 의사되서 돈 걱정 좀 덜하고 살라고 해서 들어온 사람도 있습니다.)
제도가 바뀌는 데는 그에 맞는 상황이 주어지고 이득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누더기 의료제도 자체의 문제를 외면하고 그때 그때마다 진실을 가리고 달콤한 말로 선동해서 제도를 고칩니다. (이 와중에 나오는 불만은 의료 공급자인 의사에게 돌아 갑니다. 의사들도 잘못 많이 했습니다. 인정합니다. 단지 의사들 주머니 털고 알거지 만든 다고 이미 왜곡된 의료제도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 피해는 의료 공급자 뿐아니라 수요자도 지게 된다는 겁니다.)
늘어가는 의료비용을 감당하기 힘들 거라는 걸.. 점차 더욱 어려워 질거라는 걸.. 이제는 국민 누구나가 어렴풋이 라도 알겁니다. 우리세대가 짊어지지 않으면 짐은 더욱 커져서 우리 자녀들에게 돌아 가게됩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외면하고 싶습니다. 그냥 눈감고 지금 당장 보험료 적게 오르는 게 좋고 당장에 나보다 많이 벌거 같은 의사들 수입을 줄인다고 하니까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 가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영국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 보죠. 예방의학적 자연 치유적 의료.. 말은 그럴싸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진지 하게 생각해 본적있습니다. 감기로 아파 죽겠는데 약도 없이 따뜻한 차 마시고 푹 쉬면 나을거라고 2주 뒤에 오라고 합니다. 의료 공급자 입장에서도 나쁠것 없습니다. 실제로 감기는 그렇게 낫는 병이니까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당장에 쉬겠다고 직장에 병가를 내기가 눈치 보입니다. 가뜩이나 경쟁이 심한데 눈치 보일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육아를 하시는 분은 육아와 살림에 치여서 그렇게 편히 쉴 수가 없습니다. 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빨리 나아야 자기 생업으로 돌아갈수 있고 그래야 도태되지 않고 나 자신과 우리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는 국민이 대부분입니다.
사회구조는 여전히 마찬가지 인데.. 영국식 포괄수가제(정확히는 총액 계약제)가 되면 상황이 바뀌나요? 당장에 월급에서 다달히 떼어가는 의료보험료가 점점 늘어가는 상황을 보고 아.. 내가 의료혜택을 많이 받고 걱정없이 살 수 있으니 의료보험료를 기쁘게 낼 수 있는 우리 국민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요?
비용은 오르기만 하고 병원 문턱은 높아져가기만 하고 정작 치료 받을때는 혜택을 뭘 받나 싶고.. 의사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려운 공부해서 큰 병원에 들어가서 흰 가운 휘날리면서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환자에 대한 연민과 의학적 고민들.. 그리고 더 나은 의료를 위한 연구들....을 하고 싶지만 월급쟁이 의사로 매달 병원게시판에 나의 실적들이 적히고 순익이 얼마인지가 나오는... 그러면서 치료 및 진료 행위에 있어서 의학적 필요 보다 경제적 이유를 고려해야하는 상황에 자괴감을 겪습니다.
이럴 바에는 높으신 분들께서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지금의 의료체계는 모순이다. 큰 개혁이 필요하다. 우리의 잘못은 이러하다.. 반성하고 이러이러하게 고칠테니 국민 여러분의 협조를 구한다. 그리고 의사들도 전문직능으로서의 진료 여건을 보장해줄테니 이러저러한 샛길로 그간의 기득권을 쥐려 했던 것을 놓고 진료에만 힘써달라.
안되겠죠?? 이런 자기 반성은 기대할 수 없겠지요? 지금의 포괄수가제를 비롯한 흐름을 보자면... 점점 누더기를 기울수 없게 되다가 결국에는 새로 나온 옷감을 보여 주면서 (민영의료기관, 사보험) 더이상 못입는 옷이 됐으니 이거 입을 수 밖에 없다고 할 것 같네요.
외국따라서 좋다던 포괄 수가제 했는 데... 내 부담금이 줄어서 좋다고 따라 했는데.... 정작 의료보험은 보험대로 내고, 민간회사에서 나온 실손보험료를 오히려 더 낼지도 모르겠네요.. 포괄수가제에서 인정안하는 CT MRI 보험. 입원 3일이상 부터 보장되는 보험... 종류야 무지 많아 질테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