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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자랑
게시물ID : sisa_307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구리0
추천 : 13/5
조회수 : 709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07/07/11 23:57:36
시게에 왠 마누라 자랑이냐고 하시겠지만 게시글들을 읽다 보니까 경제가 뭐가 좋냐 살기 힘들어 죽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거 같아서 제 마누라 얘기 좀 하겠습니다.

마누라는 유복한 집에서 정말 걱정없이 순탄하게 자란 사람입니다.
절 만나면서 고생이 시작되었지요.
우리 결혼할 때 전 연봉 1800만원의 사회 초년병이었습니다.
전 좀 보수적이라 부모님 덕은 하나도 안본다는 똥고집이 있어서 신혼방은 보증금 300에 월 20만원짜리 삮월세방을 얻었지요. 처가집에서 반대하다가 마누라가 결혼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니까 전세라도 얻어주겠다 했지만 부모님 덕도 보기 싫어하는 제가 처가집 덕을 보려고 했겠습니까?
결국 월세방에 잔고 80만원의 월급통장 처가집에서 사준 가전 몇가지 만 가지고 우리 부부는 시작했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대출이래도 받아서 전세 얻을 수 있었을텐데 제가 너무 생각이 짧았었습니다.
착한 마누라는 내가 그러면 된다하니 그냥 저를 따라주었습니다.

게다가 전 제가 남보다 복이 많아서 돈도 많이 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누라에게 고맙게 생각하라고 하고 제가 버는 돈의 10%는 무조건 남을 위해 써야한다고 세뇌를 시켰습니다.
그래서 마누라는 아무리 힘들었던 때도 월급이나 보너스 나오면 들어온 돈의 10%를 현찰로 찾아서 매월 돈을 보내주는 곳에 보내주고 남는 것은 모아뒀다 수재의연금이나 연말에 불우이웃돕기 성금 같은걸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마누라는 빠듯한 살림에 겨울에 보일러도 안틀고 제동생이 안입어서 준 무스탕을 방안에서 입고 버티며 아끼고 아껴서 결혼후 3년만에 전세를 얻었고 5년째 됐을 때는 경기도에 아파트도 하나 분양받아서 대출을 받아 장만했습니다. 그리고 얼마전엔 드디어 서울에 35평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았습니다.

이렇게 올때까지 마누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릅니다.  편하게 살던 애가 매일 가스계량기, 전기계량기 확인하며 아끼고 옷도 맨날 언니나 동생한테 얻어입고 임신했을 때는 보건소만 다니고 병원은 출산할 때만 갔는데 그것도 집에서 참다가 새벽에 병원에 가자마자 낳고 그날 바로 퇴원해서 병원비를 13만원 냈었습니다. 아이 예방접종도 병원에서 한번도 맞춘적이 없습니다. 아이 유치원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보냈고요(3개월에 20만원해요)

그렇게 해서 서울에 집을 장만했습니다. 이제 분양받았으니 아직 완료형은 아니군요.

그리고 저도 회사가 잘되서 연봉도 많이 올랐습니다. 
이제 살만해지는거 같습니다.

하지만 마누라는 여전히 집에서 저 쫗아다니며 전기불 끄고 전기료 나온다고 티브이 안봅니다.

그런 마누라가 안됐기도 하고 너무 고맙습니다.
위에도 잠깐 얘기했지만 전 역시 남보다 복이 많습니다.

자신의 상황을 남탓으로 돌리며 너무 비관하고 힘들다고 투덜거리지 말고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온다고 전 믿습니다.

이렇게 오면서 부모님 도움은 아무것도 안받았습니다. 제가 부모님이랑 사이가 안좋은게 아니라 제 자존심때문입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 저의 아버지입니다. 저의 아버지도 할아버지한테 아무 도움도 받지 않고 상당한 부를 축적하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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