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만국박람회 비슷한 곳에 갔었다. 아마 코엑스에서 열린 행사였을 것이다. 어딘진 모르지만 자연친화적인 원주민 복장을 한 아저씨가 마림바마냥 나무로 된 악기를 앉아서 두들기고 있었는데, 그 이국적인 멜로디가 마음에 들어 한자리에 서서 구경을 했다. 그 아저씨는 연주를 끝내고 올라와 악기를 연주해보라는 제스쳐를 취하였고, 예나 지금이나 신기한건 해보는 성격이었던 나는 채를 받아 악기를 통통 두들겨보았다.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 간단히 학교종이 땡땡땡을 연주했는데 기억은 잘 안나지만 어쳐구니 없단 웃음을 짓더라. 그 사람이 보기엔 단소로 학교종이 땡땡땡을 부는 것 처럼 보였을까? 족히 십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그게 그렇게 우스운 일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몇번 두들겨보고 감탄사를 내뱉어야 했나? 그도 아님 그 아저씨가 연주하던 음악의 분위기에 맞춰 두들겨봐야 했던걸까. 가끔 내가 어떻게 하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상상해보곤 하는데, 이 상황은 정말 답이 구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