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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메]숟가락과 와루바시#2
게시물ID : humorstory_1339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메
추천 : 2
조회수 : 21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7/02/24 13:47:18
2.

쉬이이이이 피슈우우우우, 비행기의 굉음과 함께 도쿄 공항의 활주로도 뿌연 먼지와 함께 

거친 숨을 내쉰다.

햇빛이 작렬하고 있는 공항에는 수많은 인파들이 모여 있고 숨쉴 자리조차 없는 듯 보인

다. 저마다 제각각의 스타일과 여러 가지 인종의 색깔들, 화려한 옷차림, 개성이 넘치는 

얼굴들은 자신의 지인들을 찾는 것에 여념이 없다.

수호와 시원이도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기라도 하려는 듯 여기저기 두리번거린다.



"오오! 나를 배웅해주려 이 많은 인파들이 나와있다니. 이거 완전 수호사마가 따로 없구

만!"


"빨리 나가자, 정신없다."


"이야, 내가 드디어 일본땅에 첫 발을 내딛었단 말이지? 감회가 새로운걸!"



수호는 미지의 땅을 발견한 걸리버(?)처럼 이리저리 목을 마구 휘젓고 있었다.



"오오오, 저 한국 평균치를 훨씬 밑도는 길이의 치맛자락을 보라! 기쁘도다...하느님 감

사합니다."



수호는 이미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짧은 치마를 보고 싶었으면 동대문을 갔어야지...가서 실컷 보지 그랬냐?"


"임마, 자고로 옷이란 옷걸이에 걸려 있는 거 다르고, 마네킹에 입혀져 있는 게 다르고, 

사람 몸에 걸쳐져 있는 것이 다르다고 했느니라."


"어쨌든 빨리 가자? 응?"



수호와 시원이는 짐을 일단 풀기 위해 예약되어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시원이의 발빠른 정보와 조치 덕분에 그리 비싸지 않으면서도 쾌적한 환경의 방을 미리 

예약해 놓을 수 있었다. 어쨌든 상당한 거리를 가야만 했다.

둘은 JR패스 카드를 이용해 차표를 구입하여 기차로 이동하였다. JR패스 카드란 것은 일

본에서 이 카드와 계약이 되어 있는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었

다. 물론 시원이가 제안해서 구입한 것이었다.

일본에서는 기차가 버스만큼이나 대중화가 되어 있었다. 우리 나라의 전철과 매우 흡사한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야 도대체 어디야?"


"좀만 더 가면 있어...기다려봐"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으면 처음부터 말을 했어야지."


"어쨌든 나 덕분에 싼 방 얻은 거 아냐?!"


티격태격하는 사이 어느 새 도착해 있었다.

도쿄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외곽지역에 모텔인지 콘도인지 구분이 안 되는 건물이 하나 자

리잡고 있었다.



"여기냐?"


"응 맞는 것 같다. 써 있는 것을 보니..."



시원이는 한참을 가지고 있는 수첩에 써놓은 글씨와 대조해보며 재차 확인하고 있었다.



"야, 뭐라고 써 있는데?"


"네가 말하면 아냐?"


"아니...그래도 임마 사람이 말을 하면..."


"들어가자..."


"어? 어...그래."



세련된 현대적 회색 대리석으로 회칠한 건물은 척 보기에도 지은지 별로 안 된 건물로 보

였다. 안으로 들어갔을 때에도 깔끔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이야, 꽤 괜찮은데?"


"그럼, 누가 고른건데?"



시원이는 어깨를 으쓱했다.

깔끔한 남색 제복의 여성 안내원이 방을 안내해 주고 있었다.



"하이! 아니지. 여기는 일본이었지. 에, 그럼 저녁이니까 곰방와?"



수호의 어설픈 일본어 인사는 애써 무시한 채 시원이와 안내원은 계속 일본어로 뭐라고 

뭐라고 하고 있었다.



"흠...젠장...뭐라고 하는 거야?"



어찌어찌하여 가까스로 방에 도달한 시원이와 수호...

이제야 좀 안심되고 편안한 느낌을 받아서인지 온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 힘들다. 나 샤워할래."



수호는 시원이의 의사는 묻지도 않은 채 냅다 옷을 훌러덩 벗어던지더니 곧바로 샤워실로 

직행했다.



"오오, 좋은 거 많은데? 시원아 여기 있는 거 다 싸갈까?"


"꼭 남의 나라까지 와서 우리나라 욕 먹여야 되겠냐?"


"야, 우리가 한국에서 왔는지 중국에서 왔는지 대만에서 왔는지 쟤네들이 알 게 뭐야?"


"그런 말은 네가 입고 있던 태극기 그려진 티셔츠나 불태우시고 말하시지."

적잖이 당황하는 수호...


"야 내...내가 그런 걸 입고 있었냐? 흠흠, 어쨌든 좋구나. 역시 일본이란 나라는 좋은 

동네야"


"평소에 일본 제일 많이 욕하던 놈이 누군데 그래."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는 수호.

수호는 가볍게 무시하고 휘파람을 입으로 불어대며 씻고 있었다.

빨리 씻고 나가고 싶은 마음만이 굴뚝같았다. 다 씻은 수호와 시원이는 앉아서 다시 지도

를 펼쳐보았다.



"야 지도 보면 뭐가 나오냐?"


"방향이라도 대충 익혀두면 혹시나 모를 상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지."



시원이는 확실히 철저한 녀석이었다.



"야, 일단 배고픈데 나가서 뭐라도 먹자. 일본에 왔으니까 일본 음식 맛 좀 보자."



수호는 이내 배고픈 모양이다. 먹을 것을 빼놓고서는 수호를 논할 수 없다. 그만큼 먹는 

것은 좋아하는 수호였다.





길거리로 나온 두 사내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한 남자는 태극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

고 있고 한 남자는 차분하고 세련된 그린 색상에 대각선 줄무늬가 그려진 깔끔한 남방을 

입고 있다. 바지는 둘 다 단순한 청바지이다. 아무래도 가장 편안하고 무난한 선택을 한 

것 같다.

길거리로 지나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은 타국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고 

갈 길 바쁜 사람들처럼 발길을 재촉한다. 일본 최고의 도시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게다가 같은 동양인이라면 더욱더...



"야, 여기는 너무 복잡한 것 같다. 일단 길건너 좀 조용한 곳으로 가자."



둘은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둘의 주위로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 있고 반대쪽 횡단보도에

도 그들 쪽에 있는 인원만큼의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다. 흡사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병사들이 대치해 있는 것을 연상케 한다.

수호는 진짜 자신이 장군이라도 된 듯 가슴이 들뜨기 시작한다.

이야, 정말 어마어마하구나!, 하고 수호는 생각하고 있었다.

10차선의 도로에 교차로 지역에다가 대각선 방향의 횡단보도까지 있어서 트래픽 잼을 연

상케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신호등이 켜지자 동시에 모든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들어왔고, 

그 수많은 인파들이 모두 동시에 길을 건너는 장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헉, 야, 여기는 어떻게 된 게 한 번에 다 건너냐?"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수호가 물었다.



"그러게, 대단하다."



그렇게 한꺼번에 건너게 되면 많이 기다리게 될 텐데도 교통 체중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 

워낙에 일본은 한국보다는 차량의 수가 적었다. 게다가 잘 짜여진 교통 프로그램 때문이

었다.

좀 더 조용한 골목길로 접어든 수호와 시원이는 일본의 다양한 거리음식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일본은 정말 길거리에 먹을 것이 즐비해 있었다. 일단 수호는 일본의 붕어빵이라

고 할 수 있는 타코야끼를 먹기로 했다. 시원이도 가볍게 동의했다.

타코야끼는 밀가루 반죽을 토대로 해서 문어와 파, 양파를 넣고 동글동글한 틀에 넣어서 

구워 낸 형식인데 짭짜름한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었다.



"흠...으음...오오옴, 오오오옷!"


"왜 그래 수호야?" 


"뜨거워!"


"쇼를 해요."


"그래도 맛있네."


"그러게..."



둘은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튀김류며 꼬치 종류로 배를 채웠다.



"흠, 역시 나는 길거리 음식 체질인가봐."


"그래도 웬만하면 돌아다니면서 먹지 마라."


"뭐가 어때서? 오옷! 저기 가보자."



시원이는 또 헥헥거리며 수호를 쫓아가야 했다.



'완전히 지멋대로네.'



수호와 시원이가 도착한 곳은 대형 서점이었다.



"야 일본까지 와서 무슨 서점이냐? 가자."



시원이가 태클을 걸어왔다.



"아니야, 여기 뭔가가 있는 것 같아."


"있기는 뭐가 있냐? 책밖에 없구만."



수호는 책은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서 코너 쪽으로 가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얼래? 수호야? 어디 있냐?"



시원이는 급히 뒤쫓아갔고 코너에 이어지는 또 다른 길을 발견하였다. 그 길을 돌아서 간 

순간 시원이의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실로 대단하였다. 거기에도 서점의 사람들과 비슷

한 아니 훨씬 많은 사람들이 서점에서 책을 보는 눈빛과 비슷하게 차분한 눈길로 온갖 성

인용품들을 아이쇼핑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오! 시원아 여기야! 여기가 내가 찾던 파라다이스야! 지상의 낙원이라고."


"야, 이 돌으신 분아 목소리 좀 낮춰! 쪽팔리게."


"왔노라! 보았노라! 사겠노라!"


"사긴 뭘 사? 미쳤어? 나가자."


"나가긴 왜 나가? 여기까지 왔으면 구경은 하다 가야지."



문득 시원이는 궁금해졌다.



"그런데 확실히 일본은 다르구나.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보고 있네. 남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저 의젓함이라니..."


"그렇지? 보고 배워야 한다니까! 우리나라는 도대체 왜 그러나 몰라."


"너는 도대체 왜 그러냐? 가자."



시원이는 수호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먼저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수호는 자신의 발을 

잡아끄는 수많은 얏홍들과 갖가지 기구들을 뒤로 한 채 발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헤치고 

시원이를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야 일본에 왔으면 제대로 된 문화를 배워가야지."


"......"


"야 또 삐졌냐? 아 진짜, 별 거 다 가지고 삐지고 그러네"


"췌췌췟...."


"알았다. 그럼 밤에 나오자 됐지?"


"굿..."



그렇게 나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그냥 이것저것 구경하며 둘은 하루를 보냈다. 개방적인 

일본의 성문화를 반영하듯이 아까 서점에서의 일뿐만 아니라 길거리 어디에서도 쉽게 성

인용품을 자판기에서 볼 수 있었고 빠찡코는 일본인들의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 있었다.



"우왓! 저거 돈 나온다."


"야 그냥 가자 우리 저런 것에 낭비할 돈 없다."


"에이 뭐 어때? 한판만 하고 가면 되지..."



몇분의 시간이 흐른 후, 수호는 완전히 흥분 상태에 있었다.



"이거 놔! 안 놔! 이 기계 완전 사기야!!"


"알았으니까 제발 그냥 가자, 응?"



몇분 후 길길이 날뛰는 수호를 시원이는 붙잡고 한 판 난리를 쳐야만 했다.



"다른 나라까지 와서 수준낮게 무슨 짓이야?"


"아니, 그러니까 그 기계가 조작돼 있다니까!"


"도박 기계가 조작이 없는 게 어디 있어? 그냥 2만원 잃어버린 셈치자..."



수호는 그날 저녁을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

중심 도시이니만큼 온갖 패션들이 난무했고 한국에서는 양아치나 폭주족같은 스타일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모두들 무슨 밴드에 몸담고 있는 

느낌이었다.

TV에서는 볼 수 있었던 휘황찬란한 머리 스타일과 색을 감상하며 수호는 생각했다.



'오! 여기가 바로 자유국가야! 나는 왜 일본에서 태어나지 못했을까?'



한달 정도만 수호가 일본에 머무른다면 큰일이 날 것 같았다. 둘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이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시원아, 그냥 잘 꺼야, 응?"


"오늘은 피곤하니까 그냥 자자...제발...부탁...부탁."


"이잉, 그러는 법이 어딨어?"


"안 어울리는 애교 부리지 마 제발 니 덩치를 생각하렴. 도대체 이 늦은 시각에 뭘 하자

는 거냐?"



시원이는 피곤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수호는 아까 전부터 때를 계속 쓰고 있다.



"야, 일본까지 왔으면 당연히 그 나라의 밤거리 문화를 경험해봐야지! 당연한 거 아니겠

니?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문화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니?"


"참 잘도 갖다붙여요. 내일도 있고 모래도 있다. 제발 오늘은 그냥 자자. 나 죽을 것 같

아."


"흠...약속 꼭 지키기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수호도 애써 잠을 청했다. 그렇게 일본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무난

하지만은 않았지만 별 탈 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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