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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하는 저에게.
게시물ID : gomin_3075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시시작
추천 : 2
조회수 : 381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2/03/25 16:40:11

저는 키 165에 몸무게 88KG의 고도비만인 여자입니다

어떤날은 내가 이렇게 뚱뚱한데 뭐 어쩌냐 날 이상하게 보고 혐오스럽게 쳐다 봐도 어차피 3초뒤면 안볼사람인데, 그냥 이렇게 살자 싶다가도, 어느순간 다이어트 의지를 불사르고, 나도 예쁘게 화장하고싶고 교복아닌 치마를 입고싶고,그래 다이어트를 하자! 근데 그러다가도 탄산음료가 먹고싶고 고기가 먹고싶고.

하루에도 수십번 이대로 살자, 아니야 태어나서 예쁜옷 한번 못입고 연애한번 못하고 죽을때까지 이러고 살긴 싫어.
매순간 포기하자,싫어,포기하자,싫어.... 

그러던 어느날 체중계에 슬쩍 올라 갔더니 몸무게가 90KG이 넘었더라구요.
어차피 뚱뚱한건 매한가지인데도, 앞자리 숫자가 9가 되자 정말 엄청난 충격이 몰려왔습니다.
삼겹으로 축축 처지는 뱃살도, 남자와도 비교가 안되는 튼실한 허벅지도 종아리도, 팔뚝살도 살은 어차피 그대론데 그 9x의 압박은 정말 어마어마하더군요.

그다음날 정말 진지하게 다이어트를 시작했습니다.
3개월간 총 20KG가량을 뺐어요. 3개월 내도록 술도 고기도 기름진것 밀가루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았고, 아침점심저녁 식단 지켜 먹으며 운동도 열심히 했지요.
하루하루 맛있는걸 못먹는 상황에(..) 신경질이 치솟다가도 조금이나마 얇아진 팔목을 보면 웃음이 나오고, 배(저는 그야말로 삼겹인데, 딱 복부 중앙이 홀쭉해지더군요)가 조금씩 들어가고, 허벅지 시작하는 부분(살찐사람은 그 무릎 윗부분이 툭 튀어나오죠) 거기가 판판해지더라구요. 거기다 몸이 가벼워져서 정말 기뻤습니다.

70kg를 목표로 하며 달리던 차에.. 뭐가 문제였던건지 허리와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동네 정형외과에서는 그냥 운동으로 인한 근육통이라고 하더군요. 그 근래 몸이 가벼워지고 조금 뛰어도 숨이 안차길래 달리고뛰고를 반복하던 차였기때문에 달리기를 조금 늘려서 근육이 좀 놀랬나보다 했습니다.
몇일 스트레칭과 처방받은 약을 먹어도 통증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병원을 갔더니 허리디스크라고 하더군요. 정말 절망했습니다 그날ㅋㅋㅋㅋ
이제 살이 빠지면 정말 내 몸에 여자같은 부분이 서서히 드러날텐데 ㅋㅋㅋㅋ워밍업만 하려고 해도 통증이 올라와 못하니 미치겠더군요.
지금 생각해도 기가 찹니다. 물론 지금도 완치는 안됐어요. 글쓴다고 앉아있자니 슬슬 아프네요.

치료를 하면서 가볍게 스트레칭하며 식단은 그대로 유지를 하고있었습니다. 곧 70KG이니까요. 
70KG이 되면 어떤기분일까. 매일같이 물리치료를 받으며 어서 완치되서 다시 운동을 하고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두달이 넘도록 치료와 허리에 도움이 된다는 스트레칭을 해도 통증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지요. 운동을 못하니, 조급함에 미쳐버릴것같았습니다.

그러다 움직일때마다 통증이 좀 있긴 했지만, 살이쪘으니 다이어트를 하겠단 구실로 취업도 하고 있지 않았기때문에,취업에 관해서 조언도 듣고 교수님 얼굴도 뵐겸 학교로 갔습니다.
(실제로 취업을 안한 이유는 살이찐 후 사람보는게 무섭고 시선이 무섭고 밖에나가는게 그저 싫어서 그랬을 뿐이지만요)

어느정도 살이 빠졌던 시점이었기때문에 저는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고 학교로 찾아가 교수님들을 뵈었어요.
제가 존경하던 교수님과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는 중에, 다른 교수님과 마주쳤는데 얼굴을 보자 마자 하시는 말씀이

 " x교수가 너 살 많이 빠졌다고 하더니 뭐 별로 빠지지도 않았네? "

였습니다. 

그순간 정말 와장창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나는 물리치료도 열심히 받으며 풀쪼가리 씹어가며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있었는데.

바보같이 들리실지도 모릅니다. 아니 바보같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졌던 제가 바보같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두 허망해지더군요. 몇개월에 걸친 내 운동도 식단조절도 전부 아무것도 아니구나. 내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어서.. 그래요, 이건 그냥 그 순간 포기해버렸던 제가 하는 변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응원의 말보다 저런 말이 사람 가슴에 와서 더 빠르고 깊게 박히는 이유는 왜일까요.

살 빼고나면 내 38사이즈 청바지로 네놈목을 졸라주겠엌ㅋㅋㅋ라는 생각대신 저는 그저 포기해버렸습니다.
아팠고 힘들었고 '힘내' '조금만 더' '열심히 해!' 이 말조차 저를 몰아붙이는것 같았습니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여기서 더 힘을 내야 하나? 나는 혼자서 이렇게나 했는데도?
격려하는 말에 삐뚤고 모난 생각이 뭉글뭉글 올라오더군요. 

참 못났지요. 돌아보니 그저 아쉽고 씁쓸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모두 포기 하고 저는 다시 폭식을 시작하고, 몇개월 지나지 않아 저는 살이 다시쪘고.
그리고 지금 이렇게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 몇개월간 있었던 일을 한번에 적자니 빠진것도 많고 참 두서도 없고 그러네요.
내가 왜 그 한마디에 포기해버렸을까. 하는 후회가 가득합니다.



2012년 03월 25일, 저는 88.2KG입니다. 얼마전부터 다이어트 식단으로 밥을 먹고 있습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운동을 시작합니다. 혼자 운동하며 멋모르고 다이어트를 했던 저는 이번에는 헬스를 갑니다. 트레이너분은 친절하게 식단도 체크 해주시고,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가지 않도록 운동도 짜주신다고 하십니다. 물론 허리때문에 병원도 다시 다니고 있습니다.


몇개월 전 저는 제 노력을 모르는 한 사람에게 혼자 상처받고 힘들고 분해서 그냥 다이어트를 그만뒀습니다.
그 뒤에 남은것은 후회요 자기혐오요, 그사람과 똑같이 남의 마음을 모르고 힘내라는 말에 내가 해봤자 누가 알아주는데! 하고 소리치는 몹쓸 사람만 남았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다시 곱씹자니 그저 맛이 썼지만, 후회에 빠져서, 병신같은 저로 계속 살기는 역시 싫습니다.

살 빠지긴 한거야? 이 말에, 3개월 뒤면 나 못알아볼걸? 하고 웃을수 있기를.
힘내라는 말에 감사하다고 웃을수 있기를, 열심히 하란 말에 제가 계속 다이어트를 할수 있는 용기를 얻기를 바랍니다.


모자라고 긴글 읽어 주셨다면 그저 감사합니다. 
다시 시작하는 제게 또 몇개월치 힘든 일과 고민도 있겠지만 그저 한마디. 
너임마 힘내라! 그 한마디만 해주시면 더더욱 감사하겠습니다T_T




(+) 저 두부 행복한 콩 먹음. 두부머겅. 두번머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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