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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bestofbest_307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c방알바
추천 : 190
조회수 : 6401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9/09/10 21:33:22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9/10 14:24:50
몇번 오유 들락날락한 pc방 알바입니다.
저희 피씨방 매일 11-2시 사이에 오시는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할머니의 일은 폐지수집입니다.
저희 피씨방은 손님들위해 조선/중앙/한겨례신문을 구독하는데
매일매일 나오는 신문량도 신문이고 라면박스나 과자박스등등 하루 박스1-2개와 종이류가 나옵니다.
그걸 내려다놓으면 아주머니 한분이 아침에 수거해가셨는데..솔직히 할머니고생하는거보고
그시간에 내려놓지않고 점심쯤 내려다놓습니다. 그럼 할머니께서 가지고가시거든요
내려다놓는시간 엇갈리기 시작했을무렵..할머니께서 직접 올라오시더군요..
폐지좀 가지고갈라고하는데 있냐고..
그렇게 반년넘게 할머니는 매일매일 저희피씨방 2층을 올라오셨습니다.
제가 편한건 둘째고..점심쯤 매장근처오시는 할머니 식사나하셨을까해서..
시원한 녹차한잔에 초코파이나 빵 하나드리는게 직원으로서 제가 해드릴수있는 어느정도의 서비스였습니다.
반년을 그렇게 얼굴보며 지내니 간간히 할머니가 더운날 애어컨이 쉬원하다며 10-20분정도 쉬어가실때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어봤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치매에 관절염에 오랜당뇨로인해 운신이 힘드셔서 할머니께서 폐지모으는것과 정부보조금으로 근근히 생활하신다고하셨습니다.
자식얘기는 차마 못듣겠더군요.. 욕나올까봐.. 할머니와 할아버지 생활하시는거보면 자식들이 어떤지는
대충 눈에 그려지기도했고요
2주됐습니다. 할머니께서 안오신지..
궁금한데 집도모르고 연락처도모르고.. 무슨일 있나 걱정도됐었습니다.
1층 분식점아주머니와 아침에 쓰레기버리던중 이야기나누었습니다.
돌아가셨다더군요.
저녁무렵 쓰러지셨고..그대로 잠드셨다고합니다.
할아버지도 할머니 돌아가시고 3일후 같이 잠드셨다네요.
아주머니도 동내 입소문으로 들으신거라 자세한건 모르신다네요.
휴,,기분진짜..더럽네요..
지난 반년동안 고생하신거 내눈으로 봐왔고.. 평생을 고생하시며 사셨을텐데..
10만원 남짓한 정부보조금에 하루 뼈빠지게 리어카끌고다니며 버는돈이 한달 20만원 남짓..
조낸 후회됩니다. 녹차한잔에 빵쪼가리 드리며 나름 마음속으로 "난 착한놈이다" 라는생각하며
우월심까지 있었을 나 자신생각하면 진짜 부끄럽고 더럽습니다.
좀더해드릴걸.. 점심시간이니 같이 밥이라도 한끼 먹을걸..
월급날은 길거리라도 1-2만원짜리 신발이라도 사드릴걸..
남입니다. 반년남짓 하루 10여분 얼굴본 남입니다. 근데 남이 아니었나봅니다.
편히쉬세요..
더 못드려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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