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오래 살 성격은 아닌 듯 하다
게시물ID : humorbest_3078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욋길
추천 : 101
조회수 : 8518회
댓글수 : 4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0/10/31 14:36:48
원본글 작성시간 : 2010/10/26 23:23:57
일단 체형은

키 167 몸무게 52

또래 고1에 비해 작은 편












급식실이 따로 없는 우리 학교는

급식당번을 정해 배분을 한다

결과는? 당연히 힘 센 놈들이 많이 먹지

우리 반은 반장의 통솔이 안되는 반인지라(반장이 제일 먼저 먹는다)

급식=전쟁

공식 성립,






그럼, 뒤에 있는 약한 애들은?

간혹 조금 남은걸 나눠 먹거나 오늘 같은 경우엔 아예 못 먹었다

덩치로 보나 성격으로 보다 나는 뒤다

오기 발동, 나는 점심 저녁을 굶었다

결국 저녁시간에 나를 포함한 3명 정도가 전처럼 선생님을 찾아가 급식에 대해 말했고

선생님은 교무실에서 우리에게 3000원을 주시며

밥을 먹고있던 교실 아이들에게 가시더니 화를 내셨다

그걸로 끝,

끝이다

이전에도 그랬듯이

나아지는건 없다, 절대로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서로간의 서열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것이 마치 먹이사슬과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서열은 주로 성격, 힘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데

나같이 모질지 못 하고 소극적이면서도 속으론 개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손해만 보며 살 수 밖에 없다

그런 성격 때문에 중2,3 때는 아웃사이더(은따)로 살기도 했었고

지금이야 친구관계는 원만한 편이지만,

아무리 버릴라 해도 내 속에 들어있는 불만을 지울 수는 없었다





누구는 국을 받는 곳에 반찬을 가득 담아가고
누구는 반찬통에 남아있는 찌꺼기를 긁어서라도 먹어야 하는걸까?

누구는 온갖 더러운 짓을 저질러 놓고도 떵떵거리며 살아가면서
누구는 작은 죄 하나 때문에 평생을 그것으로 속죄하며 살아가는걸까?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사회도, 학교도 거기서 거기다





애들끼리 해결해야 될 문제다? 고1병 발동이다?

그런 질문에 나는 여러 말 대신 불과 5시간 전에 있었던 일을 적겠다





부반장이란 놈이 있다

나란 놈이 있다

부반장은 급식을 많이 받는다

나는 급식을 조금 받는다

오늘은 아예 받지 못한 내가 3000원을 받아 교실로 오자 놈이 말했다

"매점에서 사먹는거야?"

평소 싫어하던 놈이었다는 점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짜증날 수 밖에 없는 질문이었기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부러워?"

한참을 쳐다보니, 그놈도 뭔가를 느꼈는지 되받아쳤다

[ 아니, 불쌍해서 물어본거야 ]







며칠 전에도 반찬을 가득 받기 위해 멈춰서서는 도무지 가려하지 않는 그놈에게 나는 말을 건 적이 있었다

"뒷사람 생각은 안하냐?"

놈은 말했다

"왤케 싸대냐?"

놈에겐 힘 없는 내가 만만해 보였는지, 나댄다는 표현을 쓰고있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힘 없는건 사실이었고

힘 없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미친 사회인 것을





대게 힘 없는 아이들을 보면, 그냥 순응하고 사는 듯 보인다

그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진 알 수 없으나, 대체로 그렇게 조용히 지낸다

그러나 난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나 자신만 불이익을 받는다면 그럭저럭 참을 만 하겠지만

10명 가량이 돈 낸 만큼 먹지도 못하는 개같은 상황에 난 도무지 동조할 수가 없다

아마 난 오래 살 성격은 아닌 듯 하다

약한 몸도 그렇거니와, 이렇게 사회에 불만이 많으니 말이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약자에 대한 사회의 불이익을 가만 보지 못하고 들고 일어설 것만 같다

그러면 정말 오래 살지 못 하겠지



아마 그때가 되어서는

지금의 부반장 놈과 같은 맥락의 무언가가 나를 짓누를 테니까 말이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