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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왜 보수로 돌아서는건지
게시물ID : sisa_2103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보보스생명
추천 : 2/3
조회수 : 46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06/25 17:58:41
 1. 부잣집 자제가 좋은 대학 간다!

 엉뚱한 것 같죠? 그러나 여기에 중요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970년대까지 대학은 가난한 학생들이 발붙이기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개중에는 시골 땅팔고 소팔아 어렵게 대학에 온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4.19 혁명, 6.3사태 등 70년대 이전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학생들을 보면 주로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습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다가 서울로 와 기득권층의 생활을 목도하면서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를 갖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학생들은 부잣집 출신이었고, 중대한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한 사회의 부조리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70년대 이전 학생운동은 4.19, 6.3, 10월 유신 등 굵직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 대규모로 나타났습니다. 평소에 일어난 데모는 8,90년대에 비해 매우 소규모였습니다.

 80년대~90년대 중반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박정희 정권 당시 중학교 교육이 평준화되고, 고교교육도 점진적으로 평준화되었고, 경제성장 덕택에 소득수준이 향상되었고, 대학 수도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이에 따라 가난한 집안 출신도 쉽게 대학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학생운동에 가담하는 '가난한' 학생들의 수도 늘어났습니다. 더구나 대학별 총학생회, 더 나아가 전대협 등 학생운동 조직이 만들어지면서 학생운동은 점점 규모를 키웠습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상황이 다시 변합니다. 이제 대학에 들어가는 것 자체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소위 '명문' 대학에 가야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80년대에 비해 오늘날에는 가난한 집안 아이들이 '명문대'에 가기 어려워졌습니다. 어마어마한 사교육비를 충당할 수 있어야 하고, 각종 입시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강남 8학군, 분당, 일산 등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명문대'에 갈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이에 따라 오늘날에는 학생운동을 이끌 수 있는 학생들이 수적으로 부족합니다. 5,6,7,80년대 학생운동을 이끌던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서울대, 연고대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그들 대다수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지요. 그러나 지금 서울대, 연고대 학생들의 대다수는 사회 부조리에 둔감할 수밖에 없는 부잣집 자제들입니다. 부잣집 자제들이 명문대생 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현실이 학생운동 약화의 중요한 요인입니다.

 

2. 향락적인 놀이문화

 저는 놀이문화의 변화가 학생운동 약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주위에 널린 수많은 '화려한 것'들이 학생들의 눈길을 빼앗아버린 것입니다. 70년대로 갑시다. 당시 시골에는 TV와 전화기도 없었던 가정이 태반이었습니다. 한 예로 저희 할머니는 73년에 처음 TV를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스카이라이프 등 케이블 TV는 백 개가 넘는 채널을 시청자에게 제공합니다. 휴대폰은 디카, MP3, 게임, 문자메시지 등 온갖 첨단 기능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이겠지요. 이들이 제공하는 게임에 중독된 대학생은 한둘이 아닙니다.

 이렇게 되다보니 요즘 대학생들은 노는데 바빠졌습니다. 아무리 많이 놀아도 새로운 놀잇거리가 휴대폰, TV, 컴퓨터에서 나오기 때문에 지루해지지 않습니다. 일선 고교 선생님들의 증언에 따르면, 90년대 후반 이후 고교생들조차 평균 공부량이 줄어졌다는게 전언입니다. 놀이에 정신이 팔렸다는겁니다.

 놀이문화가 발달하면 한가지 특징이 발생합니다. 시사문제에 관심을 잃습니다. 시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찾자면 오랜 지적활동이 요구됩니다. 그러면 문제에 대한 오랜 사색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러나 놀이문화가 발달하면서 최근 청소년들은 복잡한 것과 지루한 것을 싫어하는 습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어려우면 포기하고 놀잇거리를 찾는 것입니다. 

 이제 그런 청소년들이 집회를 갖는다고 해도 복잡한 이데올로기를 따르는 집회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2002년 반미 촛불시위를 볼까요. 당시 가담했던 학생들이 갖는 대미관이 386의 대미관과 같을까요? 절대로 아닙니다. 그들 대다수는 미국이 제국주의 국가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감성적으로 여중생 치사 사건에 분노를 느꼈던 것일 뿐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민주화, 통일, 반미, 민족주의, 선진화와 같은 주제들에 관해 논할 것을 요구하기는 힘들겠지요.

 

3. 시대의 변화

 지금 대학생인 세대, 즉 20대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 기록을 잠깐 들여다봅시다. 최후의 대규모 학생운동으로 볼 수 있는 96년 연세대 사건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아이들은 올해 29살입니다. 그리고 전두환 정권이 국민들에게 항복했던 1987년에 태어났던 아이들이 올해 스무살, 즉 대학생이 됩니다. 이게 오늘날 대한민국의 20대입니다.

 386 세대를 볼까요. 박정희 정권 당시 태어나, 유신정권의 교육을 받고, 전두환 정권 때 대학생이 된 세대입니다. 그 이전 긴급조치 세대를 볼까요. 전쟁의 폐허와 이승만 독재 속에서 태어나, 박정희 정권의 교육을 받고, 유신 시절에 대학생이 된 세대입니다. 그 이전 4.19 세대를 볼까요. 일제 말기에 태어나, 어린 시절 전쟁을 겪고, 이승만 독재정권 당시에 대학생이 된 세대입니다.

 어떻습니까. 지금 20대가 자란 시절과 옛날 학생운동세대가 자란 시절은 너무나 판이합니다. 올해 대학생이 되는 스무살 새내기들 중 상당수는 독재정권이 존재할 때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아이들입니다. 이들은 5.18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유신체제를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파쇼적 교육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영호남 지역주의도 크게 체험해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들이 신문에서 보았던 사회의 부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주화투사 출신 대통령의 아들이 저지른 비리, 그 측근들이 저지른 비리, 굴욕적인 IMF 협정, 대량실직과 가정파탄, 부동산투기와 부동산가격 급상승, 중산층 파괴 등등.. 대개 정치권 비리와 경제난과 관련된 뉴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우선 정치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으며, 경제 문제에 비교적 민감합니다. 물론 이마저도 큰 관심을 가진건 아니지만.

 정치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만큼 이들은 대학 내 학생자치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갖습니다. 대신 취업, 아르바이트 등 경제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주의적 성향을 갖게 되고, 탈정치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또 한가지 시대의 변화는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북한체제의 실패입니다. 80년대 민주화운동, 90년대 통일운동의 배경에는 북한 체제에 대한 환상과 남한체제를 전복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는데요. 사회주의권이 몰락하면서 이러한 환상이 무너집니다. 그리고 통일비용 부담을 내세우는 통일 신중론이 확산되면서, 통일운동도 힘을 잃게 됩니다. 이에 따라 학생운동이 약화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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