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죄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EBS 토론 카페라는 프로그램에서 전원책에게 한 말이 파문이 되어 일파만파로 번지자, 용서를 구한 것이다. 이안은 토론 도중 갑자기 전원책에게 "자식이 있냐"고 물었고, 전원책은 "자식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안이 "그래서 그러시구나"라는 식으로 답한게 문제가 된 것이다. 이안의 말은 우선 경솔했던건 사실이다. 이안의 말은, 자식을 갖지 못한 부부에 대해 상처를 줄 수 있는 뜻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즉, '그 나이가 되도록 자식이 없으세요?' 라는 비아냥으로 들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13일 스타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타당성 있는 변명을 했다. "전 변호사님이 나와 같은 또래의 자녀를 키우시는 분이시면 요즘 세대들의 여성에 대한 시각과 생각을 잘 아실텐데, 예전 이야기만 하셔서 자녀의 유무를 물어보게 됐고, 자녀가 없으시다는 말에 '그래서 요즘 젊은 자녀들의 생각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는 뜻에서 그렇게 발언한 것이었다" (이안)
토론을 다시 보면, 이안은 해당 발언을 하고 나서 추가로 말을 할 기회가 있었다. 만약 다음말까지 다 했더라면 그것은 막말이 아닌, 그냥 오해의 소지가 있었을 법한 발언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안이 결코 '불임 부부'를 비꼬는 의도로 말한건 아니었을 테니까. 이안의 말은 그 다음 말에 따라 막말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전원책은 이미 흥분한 상태였는지, 바로 이안의 말을 끊어 버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안은 말을 더이상 하지 못했고 전원책은 이를 오해해버린다. 결국 이 상황은 언론에 의해 '막말'이라는 딱지가 붙어 보도되었다. 언론 역시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막말 파문'이라는 식으로 모조리 보도를 해버린 것이다. 이는 분명 언론의 책임이 있다. 언론은 싸움 붙이기를 좋아한다. 싸움이 아닌 상황도 싸움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수많은 네티즌들은 언론 보도 이후 이안의 발언을 '막말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아마 개중에는 이안의 발언이 '오해의 소지는 있어도 막말까지는 아닌데..'란 생각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어쩔 도리가 없다. 언론에선 이안의 발언을 두고 끊임없이 '막말'이라는 표지를 붙여 놓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미 달아오른 분위기는 대중 심리를 부추긴다. 더군다나 '막말'의 대상이 그 유명하신 '전거성'이니 말이다.
전거성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도 남자지만 이 현상을 보면 우습기만 하다. 전원책에 대한 네티즌들(아마 대부분은 남성일 것이다.)의 태도는 거의 신을 모시는 신도들의 열광에 가까워서 그렇다. KBS 심야 토론에서 군대에 대해 시원시원하게 말을 한번 한게 한맺힌 예비역들의 마음에 그토록 뜨거운 불을 지핀 것일까.
글쎄? 객관적으로 볼 때 전원책이 KBS 심야 토론에서 한 말이라곤,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을 '재방송'한 것에 불과했다. 술자리에서 늘상 남자들이 주고받는 군대 얘기를 그냥 약간 포장해서 흥분되고 고압적인 억양으로 내뱉은 것에 불과했다. '군대 힘들다'는 말만 반복하고, 그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 말이 잠깐 삼천포로 빠지지만, 대한민국의 군대에 대한 지원이 열악하다는 건 해외에서도 잘 알고 있는 상황이다. 전원책은 군대 힘들다고 힘주어 말하면서 그럼 군대에 대한 지원을 하는건 어떻겠냐는 말에 아무런 대책 하나 내지 못한다. 군대 자체에 대한 질을 높이는 것에 대해선 말이 없고, 이미 위헌 판결을 받은 군대 다녀오면 가산점 주자는 말만 한다. 군대 힘들다면서, 지원은 다녀오면 해주겠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
전원책: 힘들지? 그맘 잘 알아. 군장병: 예. 잘 아시네요. 전원책: 알았어. 일단 다녀오면 가산점 줄게. 참아. 군장병: 열악한 상황부터 해결해주시면 안되나요? 강제로 부려먹는데 현실적인 지원이라도 제대로 해줘야죠. 전원책: 우리나라가 돈이 없잖아. 그냥 참어. 군장병: 그 많은 세금은 어디다 쓰는데요? 국방비도 많이 걷잖아요. 예산안 편성은 넓게 잡잖아요... 전원책: 우리나라 부채 빚이 300조야. 그돈으로 그거 갚아야지. 군장병: 그럼 친구한테 돈빌렸으면, 갚을 때까지 먹지도 말고 자지도 말아야겠네요. 전원책: (말문이 막힌다)... 예비역: (가만히 지켜보다가 버럭 외친다.) 새끼야 남자가 그것도 못참아? 나도 다녀왔으니깐 그냥 군말없이 다녀와. 군대는 원래 힘든거야. 그쵸, 거성님? 전원책: 그래. 그러니깐 다녀오면 가산점 준다니깐. 일단 참아, 응? 여기 옆에 예비역도 군가산점 받을 거잖니.. 군장병: (뭔가 이상하지만, 남자로써의 자존심이란 말에 입을 닫는다.) ...
말이 삼천포로 많이 빠졌다. 다시 전원책과 이안으로 돌아가보자. 또하나 문제로 볼 것은, EBS 토론 카페이다. 전원책이 전거성이라 불리며 인터넷 상에서 뜨고 있다는 말에 바로 알파걸이란 주제에 접목시킨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사람이 오히려 더 비난받아야 한다. 꽤 민감한 주제라는걸 알면서도 거기에 전원책을 굳이 데려와 맞붙여 놓은 건 어떤 토론을 기대했다기 보단 벌써부터 '네티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한 방송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전원책의 과거 토론 등장 모습을 보라. 한결같이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바로 무시해버리든가 꽤 모욕적인 말을 한다. 그런 거친 사람을 불러와 대결 식으로 붙여 버리니 토론 수준은 그야말로 뻔하지 않았는가. EBS 기획에 크게 실망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킨건 직접적은 아니더라도 EBS에게 다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막말, 막말 하며 이안을 몰아붙이는 네티즌들이지만 정작 전원책이 했던 발언에 대해선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게 참 경악스럽고 놀랍다. 그가 KBS 심야 토론에서 '삿대질'하면서 상대편 페널의 말을 계속 끊으면서 발언한 모습은 굉장히 무례한 태도이며 토론자에 대한 어마어마한 실례였다. EBS 토론 카페에서도 마찬가지로 쉽게 흥분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번 이안의 막말도, 이안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았다면 막말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태도는 그렇다 치자. 그의 생각이나 논리는 거의 중세 수준이다. 때때로 위험하기 까지 하다. 전원책의 말엔 때때로 과거 나찌나 일제에서나 통했을 법한 파시즘이 묻어 나온다. 그가 EBS 토론 카페에서 했던 말을 정리해본다.
<세계적인 철학가, 음악가, 시인, 화가 이런 사람들 중에 정말 많은 사고를 하고 깊이 사색하는 사람들 중에 여성이 단 한명이라도 있습니까? 없습니다.>
- 이것은 인류 역사에서 사회에 진출할 기회 하나 없이 가정만을 돌보고 자신의 재능을 표출할 기회는 거의 없었던 과거 여성들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다. 여성이 언제 겨우 참정권을 얻었는지 알기는 하는가?
<여성은 세밀한 부분에 뛰어납니다. (중략) 거시적으로 볼 줄 알고 깊이 있게 사색하는 건 아무래도 남자가 앞서는 거에요.>
- 전원책이 과학 잡지를 좀 읽었는진 모르지만, 과학이란 건 100% 옳은게 아니다. 예외가 있다고 해도, 옳다고 잠정 결론짓는게 과학 이론이다.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늘 과학자들끼리 논쟁을 하는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성차별을 불합리하다고 보는 이유도, 남녀가 완전히 나뉘었다고 보는건 구시대적 발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원책은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돌려 말하기 위한 의도로, 이렇게 과학 이론을 단정지어 근거로 내세워 버린다.
<우리 사회 구조가 어떻습니까? 맞벌이 부부가 거의 없는 사회 구조입니다. 남자가 주로 노동하고, 여자가 주로 가사하고.>
- 전원책은 맞벌이 부부 비율이 해마다 2배 이상 늘어왔다는건 알고 있는가? 역시 남자는 노동을 해야 하고 여자는 가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기 느낌일 뿐이다.
<참, 이상하게 말씀을 하시네 그냥. 옛날에 누가 딸보다는 아들에게 지원을 했습니까? 제 누나도 사실 일하시는 분입니다. 의사로 일하시는 분이고 제 처도 의사로 일합니다.>
- 자기 경험을 사회 전체로 일반화시키는건 전원책의 주특기 중 하나다.
<그러면 남자는 집에서 아기 키우고? 그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죠.>
- 졸지에 집에서 육아를 하는 남자들은 바람직하지 못한 남자들로 폄하된다. 지가 뭔데 육아를 두고 바람직하다 못하다를 따지는가? 이건 거의 모욕에 가깝다.
<여기 오면 내가 꼭 별나라 온 거 같아. 이런 얘기 들으면.>
- 별나라 온 게 아니다. 전원책, 당신이 별나라'에서' 온 것이다.
<남자가 노동을 하고 여자가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는 것은 보편적인 태양양식입니다.>
- 이부분이 압권이다. 나는 살면서 '태양양식'이란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 (혹시 아는 사람 있으면 답글 달아주기 바란다.) 전원책은 주제넘게 성별에 따라 노동, 출산 그리고 육아를 분배한다. 지가 뭐길래? 더군다나 그렇게 하는게 보편적인 태양양식이랜다. 태양양식이 뭔지 나중에라도 설명 부탁한다. 혹시 무슨 점집 용어인가?
KBS 심야토론에서 했던 말까지 다 비판해보자면 끝도 없을 것 같아 EBS 토론 카페에서의 그의 발언만 모아서 싸그리 비판해봤다. 한마디로 말해서, 전원책의 말 중 논리적으로 타당한 건 전혀 없다. 역시 그의 주특기인 '현실 얘기 반복'만 계속하는 것 뿐이다.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다.) 거두절미하고, 그가 어물쩡 넘어가고 싶은 결론은 결국 "남성과 여성은 해야 할 일이 나뉘어져 있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일 뿐이다. 도대체 지가 뭔데 남성이 뭘 하든, 여성이 뭘 하든 주제넘게 참견한다는 것인가?
(그런데 이미 네티즌들은 EBS 토론 카페에서 했던 전원책의 말도 <전거성 어록>에 추가하고 있다더라. 한마디로 얼빠진거다.)
여타 다른 토론에서도 충분히 보여주었듯이 전원책의 논리는 대부분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정적이며 근거가 부실한게 사실이다. 네티즌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부분 중 '현실적'이란 이유를 든다. 현실적인 걸 잘 끄집어내 거칠게 말하는게 속이 시원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토론은 '누구 속시원하게 해주려고' 하는게 아니다. 부당한 현실이 있는건 개나소나 다 안다. 반대편 의견을 수렴하여 그 현실을 바꾸기 위한 또다른 방안을 끄집어 내는게 토론의 목적이 아닌가? 그래서 토론을 하는 것이다. 그저 '현실은 너무 힘들어. 네가 우리 맘 알아?' 식으로만 일관하는 전원책의 태도는 굉장히 질이 떨어지는 것이며 어찌 보면 우습기까지 한 것이다.
자기가 뭔데 (거성?) 함부로 육아 활동하는 남자들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세계적 위인들 중에 여성은 한명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인가? 한마디로 전원책의 모친이나 아내 되시는 분은 위인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천박함을 느낀다. 사회상은 계속 변하고 있는데 이렇게 당당하게 중세적인 발언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신처럼 떠받들리고 여러 프로그램과 언론에 등장하는건 대외적으로 볼 때 '상당히 쪽팔린 것'이다. 대한민국 네티즌들은 자신들의 수준을 한층 깎아서 조선시대 까지 내려 버리고 만다.
전원책의 발언들은 당연히 비난을 받아야 정상이다. 토론에서 보여주는 버릇없고 예의없는 태도 역시 고쳐져야 한다. (그걸 솔직한 것이라 착각하는건 정말 바보같은 일이다.) 하지만 그걸 지적하고 비난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지적해도 묻히기 일쑤다. 이미 전원책은 '거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원책을 신처럼 떠받드는 사람이 한두명도 아니고, 자칫 비난한다 뭐다 해서 까불다간 마녀 사냥을 당할 수도 있다.
정리해보자. 전원책의 막말은 어찌보면 막말보다 더 무섭다고 할 수 있다. 막말은 '되는 대로 하는 말'이다. 원래 예의가 없거나 실수로 내뱉어 버리는 말에 가깝다. 그런데 전원책은 얼마전 인터뷰에서 '원래 난 솔직하고, 옳다고 여기는 말만 한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전원책이 했던 수많은 '시대착오적 발언'들은 모두 그가 '옳다고 여기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자기가 지금까지 했던 말이 단순히 흥분해서 내뱉은 말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가 했던 말은 죄다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까지 차별하는 발언이 아니었는가? (어때? 옳은 말 하는 구만.'라고 생각한다면, 사회 교육을 다시 받아보든가 아니면 정신 감정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볼 때 정신 감정을 받아야 할 네티즌들은 한두명이 아니다.)
결론지어 보자. 누가 진짜 막말을 했는가? 이안의 말은 막말이라기 보단, 오해에서 비롯된 실수에 가깝다. 이안이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전원책이 했던 말을 생각해보라. 그는 우리들의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수많은 여성들을 모욕하는 말만 했다. 하지만 결국 막말은 전원책이나 이안 둘다 하지 않은 셈이다. 이안은 뒷말을 잇지 못하고 전원책에 의해 끊겼기에 막말로 비춰진 것이고, 전원책은 원래 '솔직해왔으니까' 엄밀히 말해 막말을 한 건 아니다. 하지만 둘 중에 굳이 막말을 따지자면 '전원책'의 발언들이 훨씬더 막말에 가깝다. 그는 늘 혼자 흥분해서 상대편 패널에 함부로 말을 내뱉어왔으니 말이다. 태도 면에서 본다면 전원책의 막말이 급수가 더 높다. (이안의 태도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턱괴고 웃고 박수치는 태도? 그럼 전원책의 태도는 어떠한가? 심야 토론에서 사방팔방 허공을 가르던 그의 '삿대질'은 어떤가? 툭하면 상대의 말을 끊고 '공부하세요' 면박이나 주는 태도는 어떠한가? 하긴 전거성의 행동이니 뭘 해도 위대해 보이려나?)
p.s. 전원책은 EBS 토론 카페에서 이런 말을 했다.
<여기 오면 내가 꼭 별나라 온 거 같아. 이런 얘기 들으면.>
그런 말을 할 만하다. 근데 위에서도 말했듯이 내가 볼 땐 전원책, 당신이 외계인이다. 별나라에 살고 있는건 당신이다. 시대가 어느 땐데 '남자 육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을 하고 다니는가? 한번 유럽 돌아다니면서 확성기 들고 외쳐보지 그런가? 돌맞게 말이다. 아 그리고 혹시라도 해외에서 주관하는 토론 같은데 대한민국 대표로 나갈 생각이라면 부디 국가 망신 시키지 말고 스스로 포기하길 바란다. (이미 꽤 많은 네티즌들이 그 생각도 하고 있다더라. 대통령에, 국방부 장관에 이제는 대한민국 대표 페널로? 가지가지 한다.)
그리고 미안하다 네티즌들이여. 내가 전거성님께 감히 막말을 했다. 돌이라도 던져주길 바란다. 많이 던져주라. 난 취향은 다소 변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