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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7일짜 무한도전 (미디어다음 텔레비존 펌)
게시물ID : humordata_3830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엽기마우스
추천 : 19
조회수 : 72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7/02/27 13:50:30
김장특집, 알래스카 특집 등등. 매 주 독특한 콘셉트로 오합지졸 여섯 멤버의 도전기를 채워 온 <무한도전>이 지난 설 특집에서는 기부 프로그램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했다. 스트레스를 조장하던 기부 프로그램들

늘 도움 받는 사람의 구체적인 사연이 주를 이루고 도움 주는 주체는 왕이 신하에게 하사하듯 했던 기부 프로그램, 보고 나면 맘 아프지만 당최 힘없는 시민인지라 ARS 성금에 단 돈 얼마를 내는 게 할 수 있는 전부다. 탄식이 절로 나올 만큼 어려운 형편의 주인공들, 이래도 안 울래 가슴 절절 쓰리게 하는 내레이션, 화면 윗 구석 어디쯤에 마구마구 올라가는 ARS 기부 금액…보면 마음이 너무 안 좋아 애써 채널 돌리는 사람도 많을 정도로 기존 도네이션 프로그램은 개개인에게 죄책감마저 들게 했었다. 외면하려는 이유보다도 큰 도움이 안 되는 미안한 맘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부 프로그램은 대체로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무한도전, 설 선물 ‘비밀’리에 전달하기 하지만 역시 <무한도전>이었다. 17일 설 연휴에 맞춰 16일 새벽 오밤중에 급 소집된 멤버들. 기존 관습을 따랐다면 굳이 그 시각에 모일 필요도 없었겠지만 <무한도전> 제작진이 멤버들에게 부여한 미션이 미션인지라 모두들 잠든 시간에 움직여야했다. 설 선물 최대 미션은 ‘비밀’리에 전달하는 것. 특히 이날 특집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해 더 빛났다. 1. 사연 주인공에 대한 배려가 남달랐다. 2. 멤버가 선물 선정과 전달 과정, 배달까지 직접 참여했다. 3. 심적 부담 없이도, 도움 주는 가슴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멤버에게 주어진 것이라곤 전달할 선물과 각 가정의 주소뿐이었다. 그들은 두 명씩 팀을 짜 전달될 선물을 각자 교통수단에 싣는 것부터, 집을 찾아 조용히 물건을 옮기는 것까지 모두 ‘직접’ 했다. 한 밤중에 집 찾기란 쉽지 않았다. 용인 팀 재석과 홍철은 선물인 미니 승합차를 직접 운전했는데 시민들에게 물어물어 주인공 집에 도착했다. 응암동 팀 하하와 명수, 독산동 준하와 형돈 팀도 마찬가지. 하하와 명수는 가뜩이나 지도에 까막눈이라 찾는데 고생했고, 준하와 형돈은 같은 자리를 세 번이나 돌며 힘을 다 쓰고 배고파 신경이 예민해지자 티격태격 다투기까지 했다. 같은 입장에서 도움 주고받기

미션 수행 과정에서 <무한도전> 카메라는 모범택시 운전하느라 고향에 못 가거나, 새벽에 슈퍼마켓 문을 열며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을 담으며, 도움이 필요한 사연의 주인공이나, 그 밤에 선물을 전하는 출연자나 다 같은 처지임을 상기 시킨다. 더욱이 집 찾기보다 빵 먹는데 혈안이 된 준하와 형돈, 주차시키면서 경적을 울려 온 동네 사람 다 깨울 뻔한 유반장 등의 실수담은 도움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다 같은 입장임을 보여주는 ‘도움 주는 사람들의 빈틈’이다. 뭔가 완벽하고, 더 많이 가진 사람이어서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는 점을 설 특집 <무한도전>은 멤버들의 미션 수행 과정을 통해 말하고 있었다.

사연 주인공에 대한 배려가 남달랐다는 점도 이런 생각에 무게를 더한다. 일단 주인공의 사연은 핵심 내용만 간략하게 소개가 됐다. 또 멤버들은 행여나 들킬세라 준비한 선물을 집 앞에 조용히 두고만 왔다. 게다가 선물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도 세 가정 전부가 아닌 단 한 집만 전파를 탔고, 그나마 그 반응도 짤막한 대화 몇 줄로 처리 됐다. 받아야할 사람들의 형편을 처절하게 그려내서 보는 이의 동정을 쥐어짜는 게 아니라, 온전히 ‘선물 주는 큰 기쁨’에 포커스를 둔 세련된 연출이었다. 도움 받는 사람들은, 이미 그런 상황에 처한 거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일 것이다. 지나가던 일반인에게 갑자기 카메라가 들이닥쳐도 민망한 데 하물며 도움을 받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서야하는 그 당혹감이야. 이제껏 TV는 철저히 도움 받는 사람들의 상황을 파헤쳤다. 어려운 상황부터 도움을 받고 나서 고마움에 눈물 흘리는 것까지 모두. 구호활동에 가면 꼭 재난 현장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 전형적인 전시행정, TV도 모양만 달리할 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시행정을 반복했었다.

기부 프로그램에 대한 도전 성공 이번 <무한도전>은 전시행정 없이도 도움 줄 수 있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충분히 표현해냈다. 덕분에 시청자도 방송을 보며 크게 슬퍼하거나 많이 도와주지 못해 죄책감 가질 필요 없이 훈훈하게 전달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큰 범주에서는 ‘선물을 전달했다’라는 간단한 과정이지만 멤버 특유의 개성이 묻어나면서 간단한 과정이 디테일로 채워졌던 <무한도전> 설 특집. 기부 프로그램에 대한 TV의 새로운 인식을 보여준 그들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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