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1년전, 독립영화전용관이 국가직영으로 간다고 했을 때 난 결사 반대했었다. 문광부를 비롯한 영진위는 그걸 운영할 능력을 가진 자도 없고 결국 외부인력으로 운영되어 이래저래 휘둘릴 것이기에 말이다.
아무리 정부에서 형평성을 논하며 다루더라도 한쪽으로 잠식당한 영화판에서 사상적 중간지점, 그들이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 따위는 치우칠 수 밖에 없다.
그런 우려는 '잼 다큐 강정'이란 영화가 처음에 상영불허되었다가 그들의 공격으로 재상영되는 것으로 현실화됐다. 물론 나 또한 어떤 영화도 국가운영 전용관에서 거부당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그것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 안에서 그건 안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내가 그들과 다른 결론을 가지고 있는 이유에는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그들이 과연 진정한 표현의 자유를 말하는 자인가에 대한 회의감과 그렇기에 지금 이 상황이 역겨워 치가 떨리고 있다는 것에 근거한다.
'다큐 강정'의 개봉 문제와 독립영화전용관의 문제는 '표현의 자유'라는 거대 틀 안에서 분명 중요한 사건이고, 그래서 나는 그 거대 틀 안에서 강하게 다큐 강정의 개봉 반대와 더 나아가 국가직영 독립영화전용관의 폐관을 말하고자 한다.
자신만 옳다는게 '표현의 자유'?
좌건, 우건, 보수건, 진보건 그들의 얘기를 모두 다 하면서 그것의 판단은 만드는 놈들이 아닌 관객이나 시민들, 국민들이 판단하는 것이어야 한다. 자기들의 사상만 옳다고 우기는 것이 과연 표현의 자유라는 범주에 포함되는가?
내가 제주도가 외갓집이라서 알고 있다. 그들이 이런 모양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미친 짓거리를 그 마을에 하면서 강정 사람들을 양분화시켰는지에 대해 지금도 생각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지만 지들이 말하는대로 '표현의 자유'안에서 지들 꼴리는대로 말하겠다는 데 뭐 어쩌겠는가?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럼 나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이 다큐와 전혀 다른 시선의 영화를 만들어 극장에 건다고 했을 때 그들은 그 상영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을까?
절대 아니다. 그들은 그 영화를 관변영화라 비판하기 시작할 것이고, 개봉을 저지하기 위해 온갖 술수를 다 부릴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레퍼토리도 식상해
실제로 그들은 자신들과 의식이 다른 영화는 '정.치.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철저히 붕괴시켰고 매장시켰으며, 심지어 나와 관계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매장을 시키려 했다. 증거자료와 증인들은 얼마든지 제공해줄 수 있으니 걱정말고 덤벼보시라!
그렇게 다른 시선을 막아놓고 '정의의 승리'를 외치며 자신들만의 생각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과연 '표현의 자유'인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은 '표현의 자유'를 말할 자격이 없다.
지금 강정마을 사람들의 생각은 해군기지 찬성 쪽이 반, 반대쪽이 반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처음에는 그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유치 신청을 해서 결과가 나왔을 때 다들 환호를 했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는 마당에 마을의 발전을 위한 그들의 애타는 선택이었지만, 시민사회의 탈을 쓴 정치적 양아치 집단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그들의 소망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렇게 독립영화인의 탈을 쓰고 정치적인 활동을 한 그들이, 다분히 정치적인 영화를 가지고,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정치적 탄압이라 외치고 있는 것이 바로 '다큐 강정'의 현실이고, 거기에는 강정마을의 애타는 소망 따위는 거세된 지 오래다.
그들의 그런 쑈에는 분명 나는 관심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런 일방향성을 가진 놈들이 정치적 공격이라며 전용관을 공격해서 기어이 자신들의 영화를 걸었다는 것이고, 이것은 이 하나의 영화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진정한 표현의 자유를 위해 건정한 쌍방향의 영화가 정착되기 전까지 일방향성을 띈 영화의 개봉에 난 반대하는 것이다. 그게 국가기관이라서 반대하는 것이고, 자기들 극장이라면 내가 문제 제기할 필요는 당연히 없다.
국가직영 독립영화관이 폐관되어야하는 이유
자, 이제 그럼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전용관을 폐관해야만 하는 이유를 대보자. 위 사건이 있은 후, 실제로 전용관의 운영위원이라는 자들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용산참사와 4대강에 관한 다큐 개봉을 예고하고 있을 정도다.
거기에 겹쳐 한독협이라는 독립영화판을 정치양아치판으로 만든 세력이 옳다구나 하면서 한겨레 및 미디어스를 통해 독립영화전용관의 국가직영을 문제시 삼으며 운영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불과 1년 전, 독립영화전용관의 국가운영은 안된다는 나의 처절한 외침을 묵살하던 놈들이 말이다. 왜? 이제 지들이 다 해먹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 영진위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빅엿을 드시고 계신다.
대선배이기에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공직이기에 또한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영진위원장은 자타공인 허수아비고, 문광부와 영진위의 직원들은 나태한 공무원의 극치를 보여줄 뿐이기에 애시당초 국가직영으로 갈 때 이런 결과는 불보듯 뻔했다.
그래 니들 말 한번 잘했다.
그러니, 내 입장에서는 그놈들이 오히려 말 한번 잘한 것이다. 이렇게 줏대없고 개념없이 끌려다니는 전용관이라면 진정한 '표현의 자유'를 위해 아예 없애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거대 담론은 정치화된 한국 독립영화의 전용관에 애시당초 맞지 않는 구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양한 의식의 흐름을 확인시켜줄 전용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다행히도 그들은 2년전부터 민간 독립영화전용관을 만든다고 했고, 일반시민들의 돈 2억원을 챙겼다고 한다. 그러니 그들은 반드시 그걸 관철시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들과 다른 의식의 소통을 위해 다른 방식으로의 전용관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틀의 완벽한 구조를 이룰 기초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렇게 민간주도로 진행되고 있으니, 이참에 전용관을 폐관시켜 버리는 것이 옳다.
더군다나 영진위가 부산으로 이전하게 되면 그들은 더욱 더 난리치며 직영관을 자신들만의 전용관으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될 것이다. 세금 한 번 제대로 안내는 놈들이 국민이 낸 세금으로 배때기에 밥 쳐넣으려는 심보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용산참사의 전철연'을 다룬 다큐를 튼다면, '용산사태에서 경찰의 눈으로 본 광기의 현장다큐'도 상영할 수 있는가? 장담컨데 그들은 나꼼수가 비키니사태에 사과를 못하는 것보다 더 멍청한 결론을 가지고 거부할 것임을 난 확신한다.
아니라면 'North Korea VJ'같은 영화 상영시켜 보던가.
그러지 않고서 '표현의 자유'따위를 운운하지 마라, 이 정치권에 기생하는 버러지만도 못한 정치 양아치들아! 표현의 자유를 위해 전용관을 폐지시켜야 할 이유는 독립영화판을 정치판으로 만드는 양아치들 스스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