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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게시물ID : gomin_3557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akenC
추천 : 2
조회수 : 33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06/28 15:43:02

올해 32살된 가장입니다. 아직 아기는 없어요.

고향이 경남인데 직장은 서울이고 집은 인천입니다. 부모님은 경남에 계시구요.
부모님 두분 다 아직 계십니다... 

저희 어머니도 고생 많이 하셨고, 외동아들이라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 모진 고생 다 하셨어요. 아버지도 마찬가지구요.

제 아버지는 앞을 못보세요. 원래 그러셨던 건 아니고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으셨어요.
원래 택시로 운전을 시작하셨고 그 뒤로 청과물 사입, 레미콘 운전을 하시다가 시력을 잃으셔서 퇴직하셨지요.

몸이 원체 약하세요. 거기다 당뇨까지 오는 바람에 더하십니다. 

제가 20살땐가... 군대가기 하루 전날까지 일하다가 입대를 했어요. 군 복무 중에도 아버지 돌아가신다고, 당뇨 합병으로 위독하시다고 청원휴가도 여러차례 나왔었구요. 제대하고나니 결국 쓰러지셔서 병원에 오래 계셨었습니다. 

당뇨가 있어선지 보험 가입이 안되서, 군에서 월급 모으고 군대가기 전에 모은 돈도 합치고 그래도 돈이 모자라서, 부자인 친구 아버지 찾아가서 무릎꿇고 우리 아버지 좀 살려달라고 일해서 반드시 갚겠다고 돈 빌려서 아버지 병원비하고... 

그래도 퇴원하시곤 또 일하러 나가셨던 아버지였어요. 그러다 기어코 시력까지 잃으셔서 이젠 강아지 한마리 벗삼아 산책 겨우 하시는 정도십니다.

부모님 반대 무릅쓰고 나 좋아하는 게임회사 가겠다고 고집부려서, 부모 옆에 있길 바라는 희망 뿌리치고 홀로 서울와서 결혼까지 하고, 이제 가장이 되어보니 아버지가 그 약한 어깨에 얼마만큼의 무게를 짊어지고 계셨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어제 퇴근길에 아버지께 전화를 하면서, 느그만 별 일 없으면 우리는 아무 일도 없다는 아버지 그 말씀에 갑자기 눈물이 흘렀어요. 부끄럽네요. 남자나이 32살 먹어서 길에서 눈물이나 흘리고. 다행히 길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지만요. 

그 뒤로 전화 끊고 속으로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사랑합니다... 이 말을 몇번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자식된 도리라고 아내도 동의해서 매달 월급에 30만원씩 보내드리고 있지만 이 하찮은 돈쪼가리로 부모님께 자식 도리 다한다고 생각할 수가 없네요.

퇴근할 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너무 많이 나요.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그렇게 강해보였었는데, 시력을 잃어서 장애인증 손에 들고 거실에 멍하니 앉아계시던 뒷모습도 눈에 선하구요.

결혼식 날 저와 아내 손을 붙잡고 이제야 내가 편하게 눈을 감겠다고, 이제서야 부모답게, 니 아버지답게 살았다고 떳떳하게 가슴펴고 살 수 있겠다고, 봉사 애비 둔 탓에 니놈 장가도 못갈까봐 얼마나 걱정했었다고 하시던 모습도 기억나구요.

아버지께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근데 그 말이 입밖으로 나오질 않아요. 꼴에 무뚝뚝한 경상도놈이라고 그런 말이 입밖으로 나오질 않아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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