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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네이버 최다 추천 리뷰중 하나...jpg
게시물ID : movie_309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쟝폴샤르트르
추천 : 3
조회수 : 133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7/31 09: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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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상 최악의 영화.

이 세상에 완전한 건 없다. 두려움의 근원은 불완전함이다. 심지어 죽음조차도 불완전함의 연속일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완전해지려고 노력한다. 그게 우리의 사명인 것 같고 왠지 완전해지면 행복해지고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리고 우린 완전함을 좀 더 구체화시키기 위해 선악이라는 구도를 만들어냈다. 선은 완전함이요 악은 불완전함이라는 합리화가 언제부턴가 각인되면서 우리는 더욱더 완전함에 손이 닿을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결국 우린 완전해질 수도 없고 불완전함을 벗어날 수도 없다. 두렵지 않다면 살아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크나이트는 이러한 선악의 모호한 부분들을 통째로 집어삼키듯이 빨아들인다. 그리고 이 모든 굴레들을 혼돈, 즉 불완전함 속으로 집어넣고 갈아버린다. 이것을 보고 어지러움과 충격을 느끼는 극중 인물들과 관객들을 향해 조커는 왜 그렇게 심각하냐는 말을 던지며 철저히 비웃는다.


이 영화가 사상 최악의(가장 악한)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조커의 조롱이 단순히 어떤 미친 연쇄살인마의 어설픈 개똥철학보다는 심각하게 와 닿았기 때문이다. 그가 인간의 본질을 꿰뚫고 조종하는 능력은 가히 경탄스러울 정도다. 누구든지 선악을 그에게 대입해서 그가 어떤 인간인지 알아보려고 하는 순간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는 혼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고로 그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최대한 표현하자면 그는 혼돈이며, 똑똑하고, 무절제하고, 파괴자체를 즐긴다는 것 정도이다. 지극히 언어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느낌들이 무수히 많으니 직접보고 몸으로 체감하시라. 


시종일관 영화는 각종테러, 묻지마 살인, 자연재해 같은 내일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혼돈 속에서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비춘다. 이런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스스로가 혼돈이 되어 불완전한 모든 것들을 즐겨버리는 조커의 모습은 분명 범죄자가 맞지만 차라리 다른 순하디 순한 인물들보다는 나은 것 같다는 씁쓸한 느낌마저 가슴 한 켠에 남게 한다. 영화는 이런 인간의 양면성을 말하는 것 같지만 더 나아가 양면성에 대해 고민하는 것조차도 가치있는 것이냐며 쉴 새 없이 뿜어대는 비수 같은 말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할 겨를도 없이 광기에 휩쓸리게 만든다. 


좀 더 간단히 평하자면 현재까지 나온 모든 R등급 미성년자관람불가 웰메이드 영화들보다도 더욱 악한 걸작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고 싶을 정도다. 15세 관람가인데도 말이다. 사상 유래 없는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메세지와 감정들을 이입시킨다. 중요한건 이렇게 이입되는 것들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는 점이고 실제로 벌써 모방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기에 아름답고 빛나는 걸작이라는 표현보다는 어둡고 악함의 절정을 이루는 음울한 걸작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하지만 최소한의 이성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에 나오는 범죄나 파괴의 쾌락을 느끼는데 만족하지 않고 높은 철학적 성찰 또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 하나는 이 사회에 존재하는 늘어만 가는 불완전한 범죄와 테러의 기포들을 터트릴 수 있는 건 오로지 비누같이 깨끗하고 완전해 보이는 법과 원칙들만이 해답은 아니라는 것이고 항상 이런 것들로 억제하려고 더 강하게 문질러봤자 기포들은 더욱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건 911테러 이후 강한 무력만을 고집하는 미국의 힘의 논리가 어떤 결과들을 초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은유일 수도 있겠다.


혹자는 조커의 웃는 것처럼 보이는 찢어진 입의 형상에서 비참할 정도로 슬프고 악한 상황에서도 겉으론 선하고 착하게 보이도록 처절하게 애쓰는 현대인들에 대한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철학적 관점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관점에서도 얼마든지 이 영화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가 있다.


다크나이트는 여느 걸작들과 마찬가지로 궁극적인 해답을 제시해주는 영화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린 더욱 많은 여운을 느끼고 여러 가지 생각들을 곱씹어볼 수 있다. 실로 놀랍다. 오랜만에, 혹은 최초로 진짜배기 블록버스터가 한편 나온 것이다. 비록 히스레저의 기막힌 연기에 조커만이 부각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 보면 그뿐만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한마디로 내러티브, 연기, 스펙터클(영상) 3박자가 완벽하게 충족되는 입이 닳도록 말할 수밖에 없는 마스터피스라는 것이다.

 

 

무섭게 질주한다. 런닝타임이 152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영화가 끝났다는 게 이렇게 아쉽게 느껴지는 건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 압도적인 걸작 앞에 몸서리가 친다. 유일한 단점인 암울한 분위기마저 극한의 긴박감과 재미로 상쇄시켜 버린다. 재밌고 잘 만든 영화는 얼마든지 다시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한 시대를 아우르는 역작을 다시 볼 기회는 그리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THE DARK KNIGHT-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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