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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슈퍼맨, 폭력사범으로 입건되다
게시물ID : bestofbest_309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중대장
추천 : 177
조회수 : 11081회
댓글수 : 5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9/09/22 18:41:22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9/22 07:15:37
이 글은 약 10년전에 제가 직접 겪은 실화입니다.

시간이 새벽 2시쯤이었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대개가 새벽에 걸려
오는 전화는 좋은 소식보다는 흉사를 알리는 것이 일반적이라, 쏟아지는 잠을 바짝 추스리면
서도 제발 잘못 걸려온 전화이기를 하는 마음부터 앞섰다.

전화를 받아보니 전화속의 상대방은 평소에 알고 지내던 대학 후배로서, 자신이 지금 
경찰서에 잡혀 있으며, 폭행당한 상대방이 50만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당장 돈이 없으니 좀
융통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폭행'이란 대목에 적잖이 놀랐다. 그 이유는 그놈은 오히려 누구에게 맞으면 맞았지
누구를 때릴만한 그런 성격도 아니며, 또 그럴 인물도 못되었으며,  한없이 착하기만 한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그런 사건에 휘말린다는 것 자체가 찜찜했으나 어쩌랴. 후다닥 옷을 챙겨입고 
놈이 있다는 경찰서로 차를 몰았다. 가는 길에 24시간 편의점에 들러 현금서비스기로 
30만원 뽑고(나중에 현금서비스의 높은 이자에 경악했다), 집에 있던 돈을 천원짜리까지
긁어모아 20만원을 보태 50만원을 가까스로 만들수 있었다.

경찰서에 들어가니 어떤 30대 후반의 마른체격의 남자가 술에 얼큰히 취해서 후배를
닥달하고 있었고, 그 후배는 분한듯이 입술을 깨물고 묵묵히 그 남자를 노려보고 있
었다.

경찰 얘기인즉슨 후배가 버스안에서 그 남자의 얼굴을 때렸다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그 남자의 한쪽 볼이 조금 불룩하니 부은것도 같고 무슨 반창고를 붙이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는 한 젊은 경찰관이 나를 구석으로 부르더니 사건의 전말을 얘기해 주었는데, 얘기
인 즉슨 그날 밤 12시쯤 후배는 도서관에서 밤 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이
었는데, 버스안에서 술이 취한 그 남자가 계속 행패를 부리면서 버스안에 있던 4-5명의
젊은 여자들을 만지고 더듬고 하면서 희롱을 하였고,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이리 
도망가고 저리 도망가고 하면서 난리가 났었다. 

보다못한 후배가 일어서서 좀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서 팔을 잡자 그 치한은 후배에게 갖은 
욕설과 함께 달겨들었고, 달려들어봤자 술이 떡이되어 그저 비틀거리면서 다가오는것을 후배는 
밀쳐낸다는 것이 하필 얼굴을 밀어 그 치한은 넘어지면서 버스바닥에 얼굴을 찧었다는 것이다.

그 치한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후배의 멱살을 잡고 버스 기사에게 경찰서로 
가자고 버텼고, 버스 기사는 그자리에서 문을 열어 후배보고 빨리 내려서 
도망가라고 하고 버스안에 있던 사람들도 학생 어서 내리라고 하였는데, 후배 생각왈 
자신은 치한을 저지했을 뿐인데 뭘 잘못했다고 도망까지 가야되나, 정작 처벌받을 사람은
이놈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같이 경찰서 가자고 했다.

버스가 경찰서로 간다고 하자 다른 사람들은 다른 버스를 타고 가려고 내렸는데, 몇몇 젊은
사람들이 명함을 주면서 혹시 증언이 필요하면 연락 하라고 하면서 내렸다.

그런데 후배가 추행당한 여자들에게 같이 가줄것을 요구하자 여자들은 대단히 미안한 표정과
함께 바빠서 가봐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는 연락처 하나도 안남기고 하나같이 서둘러 버스에서
내려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결국 그 치한과 후배 둘이 경찰서로 오게 되었고, 아이러니칼 하게도 여자들이 다 도망을
가 버려서 피해자가 없기 때문에 결국 후배는 가해자가 되어 버렸고, 다른이들의 증언도
소용이 없게 되었고, 술취한 치한은 도리어 큰소리를 치면서 50만원을 당장 내 놓으라고
버티는 중이었다. 경찰 또한 딱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정작 이 추행범에게 피해를 당한 여자들이
없는 상태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말을 다 듣고는 분노에 눈에 불이 번쩍 했으나 잽싸게 잔머리를 굴려보니 끝까지 가 봐야
상황만 더 불리해질 것이 분명하여 50만원을 주고 합의서를 받았다. 합의서 받고는
욕을 한바가지 하려다가 후배가 민망해 할것 같아 애꿎은 후배에게만 병신같은 놈이라
한바탕 실컷 나무랐다.

그 여자들은 무슨 급한 사정이 있어 후배를 곤경에 빠뜨렸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그들이 
떠남으로 해서 후배가 그렇게 고초를 겪을 줄은 몰랐으리라. 지금와서 생각하면 여자들이
너무나 무섭고 당황하여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에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으로 해서 자신들을 구해준 사람을 이토록 곤경에 처하게 할 수 있는 일인가 싶다.

수퍼맨이란 영화에 보면 곤경에 빠진 여자를 멋지게 구해주면 대개 여자들은 수퍼맨에게
열광하다가 연정에 빠지기도 하는데, 만일 수퍼맨이 갖은 고생을 하면서 여자를 구해주었는데
그 여자가 콧대를 있는대로 올리고는 "고마와요, 흥! 나는 바빠서 이만." 하고 가버린가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아마 수퍼맨도 망또나 내복에 팬티덧입은 것같이 생긴 우스운 수퍼맨옷
훌훌 벗어버리고 다시는 여자 구해주나 봐라 하며 이를 갈지도 모르겠다.

하물며 보통 사람인 그 후배의 마음을 어떨까.

이제부턴 곤경에 빠진 여성들을 구해주려면 증언 약속을 미리 받고 도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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