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어딘가 하늘 아래 그대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마련해 놓았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알까? 호러스 부쉬엘이라는 사람이 남긴 말이야. 다 알고있겠지만 말 그대로의 의미지. 그래, 중대장과의 한판 면담이 끝나고 난 뒤 잠시동안의 나의 심경과 똑같을지도 몰라. 그 일이 있은 이후로 내 소문을 일파만파로 퍼져갔고 일과시간 끝나면 우리 내무실은 약간 과장 곁들여서 점보러 온 병사들로 줄을 섰어. 나는 드디어 짧고 짧은 군생활중에 내 존재의 의미를 찾은것 같았고 그야말로 부대의 신뢰를 한몸에 독차지하는 병사가 되어있었지. 솔직히 별것도 아닌 그저 타로 점 볼줄 안다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을수 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았어. 고등학교때만 해도 그냥 옆자리에 앉은 친구놈들 육개장국물이나 받아먹는데 사용했던 타로카드가, 어느새 냉동만두 한사발로 진화하다니 말야. 놀랍지 당연히. 군생활중에 타로카드는 그야말로 내 분신이었고, 그 일로 인해 더욱 이 카드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어. 하지만 난 곧 알게되었지. 좋은게 마냥 좋은것 만은 아니라고. 지금부터 시작하는 이야기가 어떻게보면 모든일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사건이었을거야. 이 이야기에서 적들은 드래곤볼 마냥 시간이 지날수록 전투력이 안드로메다처럼 강해지고, 그에 비해 나는 초라한 전투력 5짜리 농부로 레벨업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그야 말로 최악의 게임. 그래. 앞에서도 예를 들었던 드래곤볼을 예로 들자면, 이건 바로 베지터와의 첫 싸움정도로 생각할수 있을거다. 이겼지만 이긴게 아닌게되는 그 엿같은 상황이 말야, 똑같아. 내 보직은 동원행정병이었어. 어떤일을 하냐면 우리대대 예비군관리를 하고, 구청과 경찰서, 해당거점지역 은행과 같이 연계업무하면서 고발도하고 예비군 보상비도 넣어주고 교장정비하고 예비군훈련물자 정비하고 구입하고하는 그런 일종의 훈련관리를 맡고있는 보직이야. 그래서 수천명에 달하는 예비군들을 하나하나 괸라하다보면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 실제로 나는 전역하는 당일날까지 밀린 작업들 때문에 잡혀서 오전에 전역할것을 한참 지난시간인 오후에 나만 따로 나왔을정도지. 시발놈들 그렇다보니 24시간중에 잠자는 시간하고 근무하는 시간 말고 거의 12시간정도를 우리 처부에 앉아서 일만해. 물론 거기엔 동원장교도 함께하고 말야. 참고로 동원장교의 계급은 대위였어. 짬좀 되는 대위. 소위 말하는 소령(진)급이었는데, 이정도면 대대 중대장들중에서도 작전장교나 부대대장을 제외하고서는 실질적 최강의 세력이라고 볼수 있었어. 나는 군생활의 대부분을 그 동원장교와 함께 일을 하며 보냈고, 말년쯤에는 우리 대대 최강세력인 동원장교와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로 내 간도 알콜중독자 급으로 부어올랐었지만 그땐 당연하게도 그러지 못했어. 죽을것만 같았다. 진짜 이게 무슨 지옥도 아니고 무슨 내가 전생에 잘못한게 있다고 아 씨발 뭐 이런 생각이었지. 군대 다녀온 선배분들은 이해가 되실거야. 한낮 일병에게 소령(진)급 대위가 어떤 존재인지는. 물론 앞으로 등장할 안드로메다급의 인물들에 비하면 못하지만 그 포스는 무시할게 못돼. 적어도 "간부 포함 대대 전 병력 집합"을 걸수 있는 만큼 처부에 앉아있는 자리 자체가 나에겐 가시방석과 같았지 존나 시발 진짜 이 표현이 제대로인것 같아. 일병때 내 처부로 들어가는 문은 그야말로 헬게이트였어. 그리고 시간은 7시쯔음 됐었을거야. 나는 그때 야간에 지휘통제실에서 전화를 받는 일명 상황근무가 있었고, 그날 하루 모든 근무자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근무자 신고"가 곧 있을 예정이었지. "야. 봄아" "일병 봄!" "내가 본부(중대장)한테 이야기를 들었는데 니가 점좀 본다며?" 올게왔구나 감히 얼굴도 처다볼수 없는 은빛 다이아몬드 견장이 내 눈을 관통하기 시작했어. 이렇게까지 소문이 퍼진 이상 점봐달라는 요구가 당연히 있을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눈앞에 닥치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더라. 물론 계급 탓도 있었겠지만 동원장교의 외모도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어. 190에 가까운 키에 운동을 해서 온몸 곳곳에 근육이 뿜어져 나와있는 사람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해봐 "일병 봄! 아닙니다! 그냥 대충 찍어맞추는 정돕니다!" "그럼 그냥 재미삼아서 나 한번 봐주라. 아 내가 얼마전에 선을 봤는데 말이여.." 솔직히 난 진짜 정말로 점보기가 싫었어. 중대장은 어떻게 뭐 그래. 나랑 나이도 비슷하고 그냥 넘어갔다고 쳐. 그런데 이건 좀 아니다 싶어. 그냥 고여있는 썩은물처럼 ..이 아니라.. 내 처부장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맘에 걸렸던거야. 다른 대위급 장교들도 많이 있고 그사람들 포스도 한포스 하는데 내가 제일 두려워했던건 바로 이 이유때문이었어. 본부중대에서는 중대장보다 처부장과의 관계가 더 강하다는걸 아는 사람은 다 알거야. "아 동원장교님 그게 연애점은 이 테이블 가지고는 좀 힘듭니다. 카드 열몇장을 펼쳐야하는데 동원과 자리가 좀 좁은것 같습니다" 동원장교 입장에서보면 되도 안하는 변명이겠지. 사실이었지만 말야. 말하고도 시발 이게 먹히겠냐? 싶었어 물론. 안되면 되게하라 까라면 까라가 군대 모토잖아? 그런데 까라는데 안됩니다라고 했으니 이게 먹히겠냐 이거야. 말을 잘골라서 했으니 망정이지 조금만 말 실수 했어도 내 군생활은 좆 To The 망으로 향하는 고속버스타는거나 마찬가지였을거야. "그렇냐 그럼 할수 없구마잉 난 지휘통제실 잠깐 다녀올텡게 일하고 있으라" 의외로 쉽게 포기하고 나가는 동원장교를 보고 한숨 크게 쉬었어. 살아났다. 내 기지가 빛을 발하는구나 씨알도 안먹힐줄 알았는데 아 역시 사람은 말을 잘하고 봐야해 적막이 흐르는 동원과 안에 홀로 남아서 이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어. 난 안도감을 만끽했지. 한 5초정도? "야 봄아 이걸로 되겠냐?" 아 씨발 그때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어. 진짜 농담안하고 짤방에 자주붙는 그림있잖아. 용사여 깨어나세요 그거. 난 진심으로 이게 꿈이길 바랬어. 왜 그랬냐고?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동원장교의 양손에는 내 키 반만한 거대한 테이블이 들려져있었거든. 맞아. 나에게 있어서 그 모습은 헬게이트에서 불을 뿜으며 뛰쳐나오는 디아블로와 같았어. ------------------------------------------------------------ 재밌게 읽어주시고 제 글이 베오베까지 가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연재물이라고 할만큼 거창한 물건도 아니고 그냥 제 군생활중에 있었던일을 부족한 글솜씨로 풀어나가는 잡글임에도 불구하고 재밌게봐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번역시 약간의 욕설과 반말투로 진행되는 부분에 불쾌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다면 양해의 말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