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사람들은 말한다. 다툴때 남자는 이성적이고 여자는 감정적이 된다고.
허나, 이 말에서 '이성적'으로 싸운다는것은 의미가 명확하지만 '감정적'으로 싸운다는것은 당췌 무슨말인지 싶다.
따라서 감정적으로 싸우는 예를 찾아보기로 하자.
대개 아래의 대사가 나왔을때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싸우고있다고 말한다.
1. "우리 사이가 고작 그정도인거야? 나쁜놈!"
2. "그래서 네말은 내가 그딴 취급밖에 못받는년이란거지?"
3. "그래, 내가 무식한년이라서 그런거네. 근데 나처럼 멍청한애랑 어떻게다니니?"
4. "넌 이미 날 도둑년으로 취급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너한텐 아무말도 듣고싶지 않아."
5. "못들었어. 니말은 들을가치가 없어서 일부러 안들었거든."
........
이때 반박해봤자 비꼬는 말만 더 듣기 일쑤다.
그래서 연애 좀 해봤다고 연애 칼럼니스트다 결혼정보회사 직원이다 이런 사람들은 여자가 감정적으로 나올땐 건드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이 때 해결책은 무조건 사과하는것밖에 없다.
물론 싸움은 빨리 끝날것이다.
하지만 이때 사과하면 내가 "(1) 상대방에게 그따위의 취급 했다" 혹은 "(2)상대방을 무식한 년으로 몰았다" 는걸 인정하게 되는것이다.
그래서 이런식으로 싸움을 끝내면 다음번에 또 대립이 생겼을때, 같은 말을 가지고 늘어진다.
예를들자면 잘 싸우다가 이런말이 나오는것이다.
"이런식으로 항상 나를 멍청한년 취급하잖아. 저번에 싸울때도 그랬듯이"
>내가 언제그랬어! 난 너 멍청하다고 생각한적 없어
"저번에 그때 삼청동에서 그거 벌써 기억 안나? 그때 사과한건 진심 아니었구나? 니가 그렇지@#$%@^#$%!"
그런데 이런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상대방이 실제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컴플렉스를 건드리는 말을 하고, 상대방이 건드려서 상처받은 것인 양 위장 한다.
그러면 자신이 처음 저지른 잘못과는 관계 없이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갈 수 있고, 잘하면 아예 싸움의 주제를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서 '상대방이 자신의 컴플렉스를 건드렸음' 으로 바꿀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꼼짝없이 잘못했지만 사과하기는 싫을 때" 이런 방법으로 궁지를 벗어나곤 한다.
즉,
감정적 대사들은 말싸움에 있어서는 '필승법'이다.
하지만 이게 정말 감정적인가? 감정적으로 말한다는 것은 머리가 아닌 마음에서 말한다는 뜻이 맞다면, 위 대사들에 적용하는것은 어딘가 이상하다.
아니 대사 1번("우리 사이가 고작 그정도인거야? 나쁜놈!")은 감정적이라고 볼 수 도 있지만, 나머지는 감정에 의한것이라기보단, 매우 궤변적인 말장난들이다. 그것도 대부분 정치인들이나 일부 정치성향을 띤 언론들에서 사실을 왜곡하고 상대를 폄하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런식의 말장난이 감정에서 나온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말장난들을 '감정적'이라는 예쁜 말로 포장하기보다는 '궤변', '억지', '말장난'이라고 똑바로 불러줘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