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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가, 무거운 그림자를 민다.
작은 성탄 트리 전구 몇 개가 방안 채도를 겨우 지탱하고 있었다.
붙잡아야 한다. 직감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기에,
젖은 낙엽 빛 눈동자 속을 뻗어 그녀의 진심에 흡수된다.
느리게 손마디를 늘여 그 옅어지는 머릿결에 체온을 접촉한다.
나는 망설인 말들 안으로 태우고 벽난로처럼 그저 묵묵히 곁을 지킨다.
푼 머리 상태를 조심스럽게 귓등에 넘겨준 뒤 일어나
노을로 내린 커피를 가져온다. 모서리가 노릇한 카스텔라도 함께.
떨리는 호흡 가다듬고 다시 노크를 생략한다.
좀 전보다 짙게 현실로 되돌아와 있었다. 사랑해서 알 수 있었다.
조용함이 편했다. 흩어지는 음성보단 한 조각의 기억 되길 바라, 종이에 써 건네 보였다.
"세상에서 지워져버릴 듯 투명한 슬픔에 물든 방심은 길지 않을 거야, 내가 널 잡을 테니..."
그리고 그녀가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