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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의 악몽.. caused by 면봉
게시물ID : humorstory_1342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人乃天
추천 : 1
조회수 : 27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7/03/02 12:11:05
그러니까 2007년 3월 1일.. 오후 10시 47분 부터 12시 3분까지 있었던 일이다.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tv를 보던 아빠가 난 부르더니 하는 소리가..

"xx야. 잠깐 나와봐."

난 무슨 간식(그날 아빠가 건빵을 튀겼었다.)이라도 줄 줄 알고 나왔더니 아빠가 면봉을 귀에 갖다대고 

낑낑대고 있었다. 나한테 귀 파달라고 할 아빠가 아닌데..

"왜?"

"야.. 면봉이 귀에 부러져서 들어갔다."

"?응?"

"귀 파다가 면봉이 귀에 들어갔다고.."

"..!"

순간 난 놀랐다. 면봉이 귀에 들어가다니.. 아빠 왈, 귀를 파다가 너무 힘을 준 나머지 귀에 면봉이 부러

져서 그 끝부분이 들어갔다고 하는 것이었다. 처음 겪는 일이라 아빠나 나나 모두 어리둥절한 상황이었다.

"한번 봐봐.. 보이냐?"

난 아빠의 귀를 잡고 귓구멍을 들여다 보았다. 다른 사람의 귀를 그렇게 유심히 들여다 보는 것은 거의 처

음이었는데, 일반적으로 봐서는 잘 안보였다.

"잘.. 안보이는데?"

"다시 한번 봐봐. 형광등에 비춰서.."

"흠.."

"아.. 진짜 똑바로 보라고!! 보여? 안보여?"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아빠였다. 불안감에 사로잡히면 누구라도 상관없이 화를 내는게 인간이다. 

"잠깐 라이트 같은거 없어?"

"찾아봐!"

마침 라이트가 있는 다용도 칼 (왜 그 맥가이버 칼이라고 부르는거 있잖은가?)을 찾아서 다시 귀를 비춰

보았다. 허허, 잘 보였다. 그런데 귀의 속에 정말 미묘하게 걸쳐져 있어서 이름하야 대각선.. 대각선으로 

걸쳐져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뺄 수 있겠어?"

"한 번 해보지.."

난 이쑤시개를 들고 귀에 가져갔다. 라이트를 안 비추고 했기 때문에 오히려 아빠의 귀속살만 건드리고 

말았다. 

"악! 야... 똑바로 못해!"

그리고는 인간이 원시시대부터 길러온 온갖 가축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물론 대상은 나였다. 3번 정도 

시도한 끝에 결국 실패.. 오히려 아빠의 아드레날린만 분비시켜 버렸다.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데.. 아빠는 강력본드와 이쑤시개, 면봉을 가지고 집게를 만들려고 하고 있었고. 때마침 나는 구급상자가 

생각이 나서 구급상자를 열어 큰 핀셋을 하나 찾았다. 시간은 11시 8분.. 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걸로 어떻게 안 될까?"

아빠는 괜찮은 거 찾았다는 식으로, 한 번 해보라고 했다. 그러나 언급한 대로 '큰'핀셋이었다. 오히려 

핀셋은 면봉을 밀어넣는 분위기였다. 거기다가 뭔가 깔짝거릴 때마다 아빠는 고막이 튕기는 기분이라고 

엄청 화를 내는데, 어쩌랴 난 로봇이 아닌데.. 또 나는 욕을 얻어먹고 점점 나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차라리 응급실을 가라고 얘기 해 보려고 했으나 아빠한테서 나오는 살기 때문에 얘기는 커녕 움직이기도 

힘들어서 벽에 붙은 채로 굳어있었다. 아빠는 그에 굴하지 않고 치킨집 나무 젓가락을 깎아 더 가는 

젓가락을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다 아빠는 젓가락의 짝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에이 하고 

집어치웠다. 그러고는 또 면박. 어헝헝헝헝... 그러다가 급기야 아빠는 말도 안되는 수단을 쓰기에 

이르렀다. 면봉을 꺼내서 거기다 강력본드를 묻히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야, 이거 귀 속에 면봉에 갖다 붙여라. 그럼 떼내어 지겠지?"

정말 무리한 모험이었다. 그래도 아빠가 저러는데 일단은 해봐야지.. 그런데 면봉에 본드를 묻히니 

면봉에서 연기가 나는 것이었다. 아주 독한 연기가.. 정말 조심해야했다. 살에 닿으면 화상 내지는 피부를

뜯게 된다. 첫번째 시도는 실패. 두번째는 어찌어찌 닿았으나. 너무 늦는 바람에 굳히는 데 실패, 

세번째는 아예 아빠 귀를 건드려버렸다. 아빠는 ㅆ로 시작하는 단어까지 입에 담으며.. 

"야.. 진짜 이렇게 할래? 귀 안보여? 봐봐. 이렇게 귀를 들고 (이 때서부터의 설명은 아빠가 나한테 취한 

행동이다.) 형광등에 비춰서 귀 속을 본다음에 면봉을 들고 건드려서 꺼내란 말이야.. 알겠어?(행동 끝)"

"아..알았어."

"그래 지금 면봉이 보여? 안 보여?"

난 라이트를 비춰봤지만 아까까지만 해도 자-알 보이던게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더 들어간건가? 하는 불안감 이전에 지금 보인다고 해야하나 안 보인다고 해야하나가 걱정이었다. 보이면 

꺼내라 할 것이고 꺼낼 수 있는게 아닌데.. 실패하면 욕 먹고 또 안 보인다고 하면 다시 보라면서 욕을 

할 테고... 정말 인간 괴리감이 들었다. 일단은 보인다고 하고..

"그래 그럼 어떻게 빼 낼 수 없겠어?"

난 전심전력으로 귀에 걸쳐저 있는 면봉이 얼마나 빼내기가 어렵기 되어있는 지를 설명했다. 이런 말 밖에

못하는 내가 미안할 따름이었다. 11시 43분.. 아빠는 또 핀셋에 아까의 나무 젓가락 조각을 붙여 가늘게

만들어서 빼내 보라고 했다. 이왕이면 최도영(하얀거탑에 나오는 의사 있잖은가?)식으로 철저하게 하라

고... 하지만 난 의료엔 소질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손 자체가 정밀하지 못한거겠지.. 결국 또 두어번 

깔짝거리기만 하고 실패.. 아빠의 아드레날린은 한계치를 넘어섰다. 핀셋으로 날 찌르려는 시늉도 하고 

둘 다 미치려고 했다. 결국 아빠는 11시 52분 옷을 입고 나갔다. 어디로? 병원 응급실로.. 그래서 1만원 

주고 빼왔다고 한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 되었지만, 정말 악몽같은 1시간 30분이었다. 다음날..

그러니까 오늘. 아빠는 그게 그냥 해프닝이었다고는 하지만, 정말 답답했다고 했다. 나도 답답했다. 아니,

미치는 줄 알았다. 그렇게 3.1절날 면봉 하나 때문에 일어난 악몽은 끝이 났다....


추가1) 하필이면 그 날 mp3까지 고장이 나버렸다. 아주 ㅅㅂ

추가2) 글에 나오는 시간은 내가 그 바보짓을 하는 와중에도 잠깐잠깐 보던 시간이었다. 정말 지옥같았다.

추가3) 면봉에 강력본드를 묻히니까 진짜 연기가 나오는데 강산(强酸)연기와 흡사하다 싶을 정도로 독했 다. 혹시 확인해 보고 싶으신 분은 해보도록,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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