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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아 이야기(스압)
게시물ID : humorstory_3106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식객민우
추천 : 12
조회수 : 52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9/05 01:26:49

흔히 말하는 엄친아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미남이기까지 한 사기캐릭

재수없는새끼...


지방출신이신 내 엄니와 그 친구분은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시고 

안산의 똑같은 아파트, 같은동에 자리잡으셨다.

때문에 엄친아와 난 떼 놓을래야 떼 놓을 수 없는 관계가 반 강제적으로 형성이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새키는 만능프로였다.

항상 나보다 바람의나라 레벨도 높았고,

숙제한번 밀린적 없으며,

각종 놀이터 골목대장,

구몬숙제를 안했으면 그녀석껄 베끼면 됬었고,

초딩때부터 연애를 해본 능력자,

오락실에선 이름도 모르는 게임 죄 섭렵....

등등


초딩때였다.

집앞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는 학교.

굉장히 가까워서 등교시간보다 항상 한시간 일찍 출발해서

주택가 우유가방속의 우유 하나씩 훔쳐먹으며(나쁜짓임, 죄송합니다. 따라하지마세요)

녀석이랑 축구를 하다 들어간다.


지금은 남들은 흉내도 못내는 개발 of 개발이지만 당시는 축구를 좀 했는지

체육시간에 꿇리진 않았던 것 같고 또 재미있었다.


여튼, 3학년 때였다. 

축구부 주장이라는 6학년 형이 찾아와서 스카웃 제의를 한다.

물론 내가 아닌 그녀석에게...

흔쾌히 수락하던 녀석을 따라 나도 축구부 하고싶다고 함과 동시에 처음으로 인생의 쓴맛을 보았다.

뒤돌아서는 주장 대가리에 당시 유행하던 레인보우식스처럼 총알을 놔주고 싶었다.

방과후 그새키는 "너도 축구잘해, 그새끼가 니 하는거 못봐서 그래"라고 말하며

300원짜리 피카츄돈까스를 내밀면서 울고있는 내게 당치도 않은 위로를 건냈다.

내가 이딴 피카츄돈까스에..아..아ㅏ아앙..ㅇ아 맛있군...

마력에 빨려 내 몸에 부처가 재림하는 듯 곧 마음의 안식을 되찾았다.


초딩시절 그녀석 모습은 여기까지 기억난다.

그렇게 난 강원도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친구없는 중학교1학년이 지나가고 나름 학교생활도 할만하고 재밌게 지내던 2학년,

문득 그녀석이 생각났다.

아니 보고싶었다.


차비가 비쌌다.

한달용돈을 꼬박 모아 집에다 말도 안하고 무작정 버스에 올라탔다.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도 없더라.

복도에서 폼잡으며 기다리면서 녀석이 도착하는 순간 씨잌 웃으며

"늦었네, 오랜만이다"

라고 하고싶었지만 존나추움...

그냥 찌그러져있었다.

꽤 오래 기다렸다.


아주머니께서 먼저 오셨다.

차려주신 저녁식사를 먹으면서 말씀을 들었다.

얘가 요즘 안좋은 애들하고 노는 것 같다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남이고,

운동까지 잘하며,

성격도 좋아 여자애들한테 인기도 많았었다.


밤 열시쯤이던가,

꽤 늦게 들어왔다.

예전과는 다르게 얼굴에 자신감이 없어보였다.

호빗이었던 나와 다르게 키는 확실히 많이 컸지만.


아주머니 걱정을 말해주니 이놈이 웃었다.

예전에 우리 어머니께 말씀들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아주머니 이혼하셨다고..

사실이었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전단지를 돌리는데

걱정하실까봐 말씀은 못드렸다고 했다.


미친놈...

그당시에는 이해를 못했다.

먹고사는게 힘든건줄도 몰랐고

돈은 어른이 많이 벌어 오면 되는건줄 알았다.

학생은 공부열심히 해서 대학잘가면 되는건 줄 알고있었고,

하지만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놈이니 할말은 없었다 ㅅㅂ...

돌아오는 버스에서 한편으로는 대견스럽다고 생각했다.


고등학생이 되었다.

신은 공평한 것 같다.

뭐 여러가지 의미로다가...

누구에게나 불공평하니까 공평하다고 하던데

잘 모르겠고,

신은 공부 잘하고, 착실하고, 애인도 있는 녀석의 모습에 배알이 꼴렸나보다.

녀석은 버스비가 아까웠는지 아니면 자전거 타는 자기모습이 간지나는걸 알았던건지 모르겠지만

자전거를 타고다녔다.

하굣길에 교문밖코너에 있는 6살 여아를 들이받았다.


중상을 입혀 합의금을 물었다.

벼락거지가 되었다 한다.


그 후로 핸드폰을 정지시켜 연락을 할 수 없었고

이사갔다는 소식만 듣고는 주소를 몰랐다.


마지막으로 본건 5년이 지난 올해 8월 15일 광복절

내 엄친아는 세상을 떠났다.



오늘 피곤해서 일찍 잠들었는데 꿈에 그녀석이 나왔다.

것땜에 잠이 안온다.

책임져야한다.

같이 학원째고 겜방가서 엄마한테 뒈지게 맞았던것도,

김밥한줄놓고 치고박고 싸웠던것도 다 꿈에 나오드라

다음엔 좀 건전한 기억으로 나타나길 바란다.

새끼.. 내가 그래 보고싶으면 진작 얼굴좀 비추지...


잘가라 은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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