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통인시장행 1박2일 동행기 주변사람을 가족처럼 시장 상인과 스스럼없이 손잡고 옆자리 앉은 사람과 손깍지 끼고 기자 남긴 밥에 “내가 좀 먹을게” 솔직하고 단단해진 말투 ‘문재인 필패론’ 등 직설화법 많아 10구단 질문에 “솔직히 잘 모른다” 일각선 “절박해진 대선의지 반영” “오늘은 아직 얼마 안 되는구먼.” 지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조청을 파는 주인아주머니의 돈주머니로 손이 불쑥 들어왔다. 가게에서 8000원짜리 조청을 사들고 거스름돈을 기다리던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거침없이 넣은 손이다. 거스름돈을 찾느라 뒤적이는 주인의 돈주머니에 얼마나 들었나 궁금했던 모양이다. 만원짜리와 천원짜리 몇 장, 동전 몇개가 전부였다. 손 고문은 “오후엔 더 많이 파셔야죠”라고 말했다. ■ 그 밥 남길 거요? 그럼 내가 좀 먹을게 점심시간. 통인시장 안 ‘도시락 카페’에 상인과 손님 그리고 기자들이 뒤섞였다. 메뉴는 도시락. 손 고문은 기자가 남긴 밥에 자기 숟가락을 푸욱 집어넣었다. 그러고선 이랬다. “그 밥 남길 거요? 그럼 내가 좀 먹을게.” 손 고문에겐 어느 상황에서든 주위 사람이 자신의 동료이자 가족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의 좌우명은 ‘수처작주’(隨處作主)다. 20년 전 조계사에 있던 오연 스님이 그에게 써 준 글씨가 계기가 됐다. 통인시장 이전 행선지가 조계사였다. 손 고문은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내가 서 있는 상태에서 항상 주인이 돼라’는 뜻의 수처작주가 내 좌우명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지난 28~29일 1박2일 일정을 손 고문과 동행하는 동안 어딜 가든 손 고문은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누굴 만나도 스스럼이 없었다. 시장에 가서는 시장 상인이 된 듯 얘기를 나눴고, 절에 가서는 독실한 불교신자인 듯 스님들과 대화하며 불상에 절을 했다. 기독교 신자인 손 고문은 절에서도 환영받는 인사다. 조계사를 방문한 손 고문은 자승 총무원장을 만난 뒤 불상 앞에 향을 피우고 절을 했다. 그는 “자승 스님께서 ‘어려운 일, 중요한 결단, 마음을 쉴 때마다 절을 찾아줘서 감사하다’며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며 “불교계가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니 뜻을 꼭 이루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 잔정, 솔직함 손 고문은 눈이 작다. 쌍꺼풀 없는, 작은 눈은 날카롭고 차갑게 다가온다. 그러나 웃을 때는 눈꼬리가 내려가면서 선한 인상으로 변한다. 지난 2007년 민심대장정 당시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의 인상도 여전히 남아 있다. 겉모습으로만 봐서는 어떤 사람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오랫동안 손 고문과 함께해온 한 측근은 “잔정이 많고 솔직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손 고문은 사람의 손을 잘 잡는다. 남자든, 여자든, 어리든, 늙었든 가리지 않는다. 옆에서 함께 대화를 나누는 사람에게는 일단 손깍지를 끼고 본다. 통인시장에서 만난 정흥우 상인회장은 “예전에 손 고문이 시장을 방문했는데 함께 밥을 먹을 때 난 밥을 거의 못 먹었다”며 “손 고문이 손을 잡고 놔주질 않았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아내에게 전화를 자주 하는 다정한 남편이기도 하다. 손 고문의 옷은 아침에 아내가 손수 골라준다고 한다. ■ 지지율 답보상태 4선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지사 등 정치경력 20년에 여러차례 당대표를 지낸 손 고문은 정치가와 행정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대선 경선 출마는 2007년에 이어 두번째다. 그러나 6월 <한겨레>-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은 2.4%에 그쳤다. 지난해 분당 재보선 승리 이후 한때 15%선에 육박하기도 했으나 다시 가라앉았다. 통인시장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이혜영(43)씨는 “전에는 인기가 있었고 나도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젊은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당을 바꿨던 것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8일 통인시장에서도 많은 상인들이나 주민들이 “힘내시라”며 응원했지만, 그를 몰라보는 이들도 여전히 많았다. 손 고문은 “나도 사람인 만큼 속상하기도 하고 이해가 안 되는 면도 있지만 지지율에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최근 ‘변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지난 21일 경쟁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을 겨냥해 ‘문재인 필패론’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29일에는 경기도 수원의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융기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안철수 교수 일자리를 (내가) 만들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소의 점잖고 설명하는 방식의 말투와는 달리 경쟁하는 대선주자들과 각을 세우는 직설적인 화법이다. 내용도 솔직해졌다. 29일 정치평론가 고성국씨와 벌인 ‘토크배틀’에서 한 패널이 “프로야구 제10구단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솔직히 잘 모른다.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 없다. 주변에서 야구장에 가라고 하던데 사실 시간이 많지 않다”고 대답했다. 토크배틀 뒤 고 박사는 “1988년부터 이런저런 일로 손 대표를 알아왔는데, 오늘 거짓말을 안 하고 솔직하게 임하더라”고 전했다. 토크배틀의 상대편인 고성국씨가 ‘말투가 달라졌다’고 하자, 손 고문은 “그런 얘기를 더러 듣는다”며 “(말을) 짧고 강하게 해야겠다고 특별히 의식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직설적인 표현은 자세가 더 절박한 것이다. (대선의지가) 더 확고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손 고문이 대선 핵심구호로 들고나온 ‘저녁이 있는 삶’은 시민들과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손학규와 자신을 동일시할 만한 ‘강렬한 무언가’를 찾아주는 것이 손 고문의 여전한 과제인 것 같다. 송채경화 기자
[email protected]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28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에서 상인의 손을 잡자 생선 비린내를 걱정한 상인이 수건으로 손 고문의 손을 감싸고 있다. 손학규 캠프 제공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54046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