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잘못됐거나 오해의 소지가 많은 글이 베오베까지 간 게 참 아쉽네요
1. 앱솔루트가 스미노프보다 비싸다? 그레이구스를 바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보드카는 브랜드가 참 많습니다.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것 중 남대문 기준으로(바에서는 훨씬 비싸겠죠)
2만원 대 - 스미노프, 앱솔루트, 핀란디아, 스톨리치나야, 스카이, 단즈카
4 ~ 5만원 대 - 42빌로우, 시락, 그레이구스, 벨베디어
10만원대 - 벨루가
원글과 달리 스미노프와 앱솔루트는 같은 가격대이며, 혹시라도 앱솔루트를 더 비싸게 파는 바가 있다면 바가지 씌우는 겁니다
앱솔루트는 해마다 출시하는 스페셜 에디션 등 마케팅을 매우 잘 한 브랜드라서 인지도를 활용해서 더 비싸게 팔 여지가 있거든요
하지만 품질을 놓고 보자면 같은 가격인 스미노프가 낫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입니다
그리고 그레이구스는 사실 바에서 쉽게 마실 수 있는 가격대는 아닙니다
바에서 그레이구스를 시키실 정도면 돈이 아주 많은 겁니다
오히려 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은 스미노프, 앱솔루트, 스카이, 단즈카 정도가 되겠죠
2. 40도 이상이면 혀가 마비되서 맛 차이가 없다?
우리가 흔히 양주라고 부르는 위스키, 브랜디(꼬냑), 데킬라 등은 도수가 40도 이상입니다
40도가 넘어도 각각의 술마다 개성이 있고, 또 그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드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종류의 술보다는 브랜드 간 차이가 적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맛의 차이가 분명히 있습니다
맛의 차이가 없다면, 10만원 넘게 주고 벨루가 사는 사람들은 바보겠네요?
"어차피 혀가 마비돼서 맛 차이 모를 거야. 아무 거나 마셔"보다는
"익숙해지고 음미해보면 개성을 느낄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면서 술을 권하고 싶군요
3. 보드카는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안 된다?
보드카는 기본적으로 무색무미무취를 지향하기 때문에 칵테일에 많이 쓰이지만
스트레이트도 맛있습니다
소주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알콜의 알싸함이 있으면서, 소주에서 느껴지는 약 냄새가 안 나서 깔끔하게 마실 수 있습니다
소주 좋아하시는 어르신분들도 보드카 스트레이트 좋아하십니다
4. 외국 바텐더는 예거밤 달라는 사람을 못 봤다? 예거마이스터는 맛없다?
예거마이스터를 기본으로 하는 칵테일들은 파티용입니다
바에서 앉아서 먹는 술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바텐더가 그 정도 차이도 모르고 예거마이스터를 그런 식으로 폄하하다니요
그리고 예거마이스터가 맛없다고 이걸 왜 먹냐고 하는데, 진짜 바텐더가 할 말이 아닙니다
사실 칵테일 재료로 쓰이는 술 중에는 너무 달거나 써서 스트레이트로 먹기 불가능할 정도로 맛없는 술들 많습니다
그 맛없는 술들을 조합해서 맛있게 만들어 먹는 게 칵테일이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바텐더입니다
예거마이스터도 치약 맛이 나지만, 칵테일을 잘 만들면 그 치약 맛이 맛있어집니다
5. 보드카 + 오렌지주스가 따로 논다?
도대체 어떤 바에서 일하시길래 "스크류드라이버"를 모를 수 있는 거죠?
보드카와 오렌지주스로 만드는 스크류드라이버는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고, 남녀가 모두 좋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칵테일입니다
보드카와 오렌지주스가 따론 노는 경우는 상상이 잘 안 됩니다
그냥 한 컵에 따르기만 해도 섞이는 조합이라서 말이죠 (스크류드라이버는 쉐이크가 필요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크랜베리와 파인애플과도 궁합이 안 좋다고 했는데
사실 이렇게 단순하게 섞는 칵테일은 제가 알기로는 없지만
보드카+크랜베리에 몇 가지를 더하면 유명한 코스모폴리탄이나 섹스온더비치가 되고
보드카+파인애플에 몇 가지를 더하면 치치라는 칵테일이 됩니다
보드카는 세상의 거의 모든 음료수와 잘 섞인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제 집에 있는 보드카 병들을 모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