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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Pun한자) 용두사미
게시물ID : readers_310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섬집아이
추천 : 3
조회수 : 59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02/06 02:01:34
오늘의 문제: 『용두사미』

龍頭蛇尾는 「용 머리 뱀 꼬리」라는 뜻입니다. 「처음은 왕성하나 뒤로 갈수록 보잘것없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고요, 대부분 「흐지부지」라는 말이 들어가는 표현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어제 경천동지驚天動地와 태산명동泰山鳴動서일필鼠一匹을 풀었습니다. 태산명동서일필은 로마의 유명한 시인 호라티우스가 지은 시에서 얼치기 시인들이 거창한 시를 짓기 시작해서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경계하는 말에서 나왔다고도 했고요. (그리스의 이솝우화에서도 이 이야기가 나온다고 하지만 그것을 인용해 시를 지었겠죠.) 그 뜻을 생각해보면 태산명동서일필은 바로 이 용두사미를 말하는 것입니다.

전등록경통선사景通禪師 이야기에서 이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나왔다고 하네요. 『어떤 예비 수행자가 묻기를(유有행자行者문問) 「부처님 가르침의 큰 뜻은 무엇인가요(여하如何시是불법대의佛法大意)?」 스승이 이에 예의바르게 절을 했다(사내례배師乃禮拜). 예비 수행자가 말하길(행자왈行者曰) 「스님께서 어찌 세속의 보통 사람에게 예를 차리십니까(화상和尙위십마례爲什麽禮속인俗人)?」 스승이 말씀하시길(사왈師曰) 「당신은 제자(불교의 제자)를 존중하는 것을 모르시네요(여汝불견도不見道존중尊重제자弟子)(다른 해석: 당신은 불교-도道-가 제자를 존중하는 것을 보지 못하셨-불견不見-군요).」

스승이 수행자에게 묻기를(사문승師問僧) 「어느 곳에서 왔는가(십마처래什麽處來)?」 수행자가 방석(좌구坐具; 스님들이 앉을 때 쓰는 방석, 여기서는 '어느 곳에서 왔는가'를 화두로 삼아 간화선을 하자는 이야기)을 제기했다(승僧제기提起좌구坐具). 스승이 「용 머리 뱀 꼬리」라고 말을 떼었다(사운師云용두사미龍頭蛇尾). 수행자가 묻기를(승문僧問) 「부처님은 어떠합니까(여하시불如何是佛)?」 스승이 그를 때리니 수행자 또한 스승을 때렸다(사타지師打之승역타사僧亦打師). 스승이 말씀하시길(사왈師曰) 「당신이 나를 때린 것은 이치에 맞으나(여타아汝打我유도리有道理) 제가 당신을 때린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았습니다(아타여我打汝무도리無道理).」 수행자가 대꾸하지 않자(승무대僧無對) 스승이 이에 두들겨 쫓았다(사내타진師乃打趁).』

불교 이야기는 역시 어렵군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는 되는데. 경통선사가 예비 수행자(행자行者)에게 불교는 제자를 존중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줬죠. 이 예비 수행자가 수행자(중; 승僧)가 되었는지 또는 그것(무례한 예비 수행자에게 굽신굽신한)을 본 다른 수행자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경통선사가 수행자더러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는데, 이 사람이 간화선을 제안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간화선이란 것이 스승이 하는 말을 공손히 듣는 것이 아닙니다. 일종의 토론인데, 비유하자면 래퍼들이 랩 배틀을 신청하는 것과 같습니다. 경통선사가 만일 한국인이였다면 '쓸데없는 소리'라고 말을 떼었겠죠. '어느 곳에서 왔는가'로 토론을 시작하면 그럴듯해 보이긴 하지만 결국 흐지부지된다는 뜻일 수도 있고, 당신은 아직 그만한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수행자가 이에 멈추지 않고 도전을 계속합니다. '부처님은 어떠합니까(여하시불如何是佛)'란 질문은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경통선사의 유명한 말버릇을 생각하면 굉장히 도발적입니다. 이 이야기의 번역하지 않은 앞부분에 나오는데, 경통선사는 「이러하고 이러하다(여시여시如是如是). (중국에 불교가 들어오기 전 불교를 가르쳐내려온 위대한 스승들인) 외국의 스물여덟 분의 스승 또한 이러하고(서천西天이십팔조二十八祖역亦여시如是) 중국의 여섯 분의 스승 또한 이러하다(중화中華육조六祖역亦여시如是). 스님(다른 사람)도 또한 이러하며(화상和尙역亦여시如是) 경통(경통 자신) 또한 이러하다(경통景通역亦여시如是).」 경통의 '이러하다(여시如是를)'를 질문으로 바꾸면 '어떠합니까(여하시如何是)'가 되거든요.

어쩌면 수행자는 경통에게 '네가 뭔데, 나랑 한판 붙어볼래?'라고 도전하는 듯 보입니다. 이 간화선이란 것이 꼭 말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깨달음을 위해 과격한 방법을 쓰기도 하는데요, 경통이 수행자를 신나게 두드려 팼던 모양입니다. 수행자도 지지 않고 경통을 때렸고요. 이렇게 한참을 싸우고 난 뒤에 경통이 하는 말이 이렇습니다. '그래, 네가 나를 때린 것은 이해하는데 나는 왜 너를 때렸을 것 같니?' 또는 '내가 너를 때린 것은 깨달음을 위한 것인데 너는 왜 나를 때렸니?' 여기서 수행자가 경통을 감탄시킬만한 대답을 하면 수행자의 승리입니다. 그런데, 수행자는 적절한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조금의 깨달음은 있었는데 머리가 멍해져서 대답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아직 분이 안 풀렸는지도 모릅니다. 경통은 다시 이 수행자를 신나게 두드려 팹니다. 그리고 쫓아내고요.

이 이야기는 전등록 12권에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알 듯 모를 듯한 것이 재미있기는 한데, 네이버 한자사전은 용두사미龍頭蛇尾의 출처를 전등록이라 하면서 진존자陳尊者의 이야기를 합니다. 『송宋나라 시대에 진존자陳尊者라 불리는 스님이 있었다. 용흥사龍興寺라는 절에 살고 있었는데 그 후 훌쩍 여행을 떠나 각지에서 나그네들을 위해 짚신을 삼아서 길에 버려 두었다고 한다. 이 진존자가 나이가 많았을 때의 일이다. 선문답禪問答이라는 말이 있듯이 선종의 스님은 곧잘 찾아간 상대방 스님을 상대로 종교상의 깨달음에 대해 의론을 한다. 진존자도 여행지에서 흔히 이 선문답을 했다. 어느 날 언제나처럼 앞에 앉은 스님에게 문답을 시작했더니, 갑자기 상대방이 큰소리를 치고 나왔다. 「거참 일갈一喝 당했는 걸.」 진존자가 투덜댔더니 또 큰소리를 치고 나왔다. 꽤 호흡이 근사한 걸 보니 상당한 수양을 쌓은 스님인 듯 싶다. 그러나 자세히 살피니 어쩐지 수상쩍었다. 「거 참, 이 중은 자신을 용과 같은 기품으로 보이려고 하지만, 아무래도 진짜는 아닌 것 같다. 아마도 용두사미에 불과할 것이다.」 이렇게 간파看破한 진존자가 상대에게 말했다. 「이봐요, 큰소리만 쳐대고 위세는 있지만 정작 문답을 어떻게 마무리할 셈이요?」 상대 스님은 입을 다물어 버려 결국 뱀 꼬리를 내미는 것이었다.』 문제는, 진존자(진존숙陳尊宿)도 전등록 12권에 수록된 이야기인데 용두사미란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암튼, 저는 출처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해하기는 이 이야기가 더 쉽습니다. 이 이야기도 간화선에 대한 것입니다.

오늘도 길어졌네요. 사실은 용두사미龍頭蛇尾에서 연상할 수 있는 다른 말을 하나 더 풀려 했습니다. 처음에 잘못된 출처를 따라 헤메다 보니(번역은 안 했지만 읽어는 봐야죠) 다른 글을 번역할 기운이 없습니다. 그 말은 내일로 미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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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보기 문제: 『가화만사성』

규칙1. 제출한 표현은 읽는 법과 의미를 설명한다.
예) 가화만사성 - 家和萬事成(집안이 화목하고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규칙2. 제시된 소리가 모두 들어간 표현을 만든다.
예) 가화만사성 - 加禍謾詐盛(재앙을 더해 속임수가 왕성하다)

규칙3.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바로 그 표현은 제출할 수 없다.
예) 家和萬事成(X) 加禍謾詐盛(O)

규칙4. 제시된 소리의 순서는 바꿀 수 있다.
예) 성사만화가 - 成事滿華家(화려함을 채우는 일에 성공한 집 또는 成事滿華于家로부터 집에 화려함을 채우는 일에 성공하였다)
예) 성사만화가 - 性事漫畫家... 다들 아실 것이라 믿고 설명은 생략합니다.

규칙5. 한자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예) 性事漫畫家(O) 性事畫家만(X)

규칙6. 고유명사는 다른 곳에서 인용할 수 있는 것을 쓴다. 단,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도 허용한다.
예) 사성만가화 - 師誠謾可化(사성이 가화를 속였다)에서
師誠은 조선 말기 승려(1836년생1910년몰)의 법명이고 可化는 1870년에 진사가 된 원숙교(1828년생)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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