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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든 열폭이라는 단어에 대한 혼자만의 생각.
게시물ID : freeboard_6048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매냔
추천 : 0
조회수 : 22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2/07/02 17:46:18
이제 하도 자주 쓰여서 별 위화감도 느끼지 못하는 말 중에
"너 왜 열폭하냐?" 라는 말이 있다.

흔히 자기와 상관없는 어떤 사안에 대해 격하게 화를 내는 사람에게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혹은 그 당사자를 비꼬기 위해 쓰이는 표현으로 보인다.

하지만 저 말속에 담긴 의미는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저 말은 은연 중에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일이라면
화내고 분노하는 것이 이상하며 멍청한 짓이라는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이상하다.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사안에 대해 분노하고 화내는 것은 동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 육식 동물뿐 아니라 평소에 그렇게 온순했던 초식 동물들도, 자신의 신변에 위협을 느끼거나 새끼에게 위험이 닥쳐오면 분노하여 날뛴다.
즉, 자신과 관련있는 사안에 분노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생물이라면 당연히 갖고 있는 본능적인 행동이라는 뜻이다.

그에 반해 자신과 관련이 없는 사안에 공감하고 같이 분노하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과거 맹자는 인간의 성선설을 주장하며 그 근거로 4단을 들었는데 그 중 비슷한 것이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는 측은지심이며, 악을 미워하는 수오지심이다. 이는 인간의 본성에 포함되어 있으며,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것으로 이것으로 인해 인간은 날때부터 동물과 달리 선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연구와 관찰의 결과로 동물들도 동료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것이 밝혀졌으나, 그것은 본능적인 충동에 대한 공감일 뿐, 인간과 같이 복잡한 사고에 의해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아직도 인간이 자신과 관련없는 타인의 일에 분노하는 것이 인간만의 특질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위의 글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의견은 바로 인간이기에 동물과 달리 자신과 관련없는 사안에 대해 분노할 수 있으며, 그것은 인간의 특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부정하며, 이를 멍청한 행동으로 매도하는 것은 스스로 인간인 자신을 동물로 격하시키는 행동일 뿐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자신과 관련없는 일에 분노하는가. 이에 대한 것은 스스로도 관련 근거를 찾지 못하였으나, 생각하기로는 그 사안에 대해 자신의 신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시말해,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때, 그 사안이 자신의 신념과 어긋나는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그 사안이 자신과 관련이 없더라도 분노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약하나마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무리 자신과 관련없는 일에 분노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평소에 관심없었던 분야에 대해서는 크게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를 예로 들어본다면, 나는 평소에 정치나 시사 분야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뉴스를 보다가 이에 대한 사안이 보였을때 그것이 설령 나와 아무 관계없는 사안이라 하더라도 내 신념에 어긋난다고 느꼈을때 나는 그 사안에 대해 분노한다.

하지만 나는 구기종목에 대해 전체적으로 관심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뉴스에서 심판이 편파판정을 했다던가, 운동선수가 도핑을 했다던가 하는 사안을 접했을 때에도 아 저것은 잘못된 행동이구나 정도를 느낄 뿐, 그에 대해 분노하지는 않는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없는 일에 분노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 일이건 간에 그 사안을 판단할 자신만의 신념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위의 두 가지 의견을 종합적으로 다시 말해보면,
자신과 관련없는 사안에 대해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은, 동물로서의 본능 뿐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본성을 갖고 있으며, 그 사안을 판단할 자신만의 신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자신과 관련없는 사안에 분노할 줄 모르는 사람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당연한 본성을 갖고있지 않으며, 동물로서의 본능에 충실하여 움직일 뿐으로, 그 사안을 판단할 만한 어떠한 가치적 신념조차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요즘 기업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을 우대한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것은 별로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인문학을 전공했어도 그 어떤 분야에도 관심이 없고, 자신의 신념이 없는 사람에게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면접에서,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일에 대해 진심으로 화를 낸적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일이고 왜 화를 냈는가?" 라고 질문하는 것이 보다 나은 인재를 얻는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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