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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즐기는 두가지 방법
게시물ID : baseball_311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1
조회수 : 58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08/01 20:13:23

야구는 긴 시즌을 치뤄야 하는 스포츠입니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열광하며 순간순간 일어나는 수많은 변수들에 기뻐하고 아쉬워하는 것 또한 야구를 즐기는 법이지만

시즌을 길게 보고 차곡차곡 쌓여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단기적/장기적 예상을 해보며 경기 단위의 계산을 해보는 것도 야구를 즐기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응원하는 팀이 어느 경기에서 아쉽게 패배를 했는데 팬들은 왜 이 경기에 특급 불펜 투수를 투입하지 않았느냐고 감독의 선택을 비난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감독의 입장에서, 혹은 시즌을 길게 보고 계산을 해보면 그 선수의 체력을 아껴두기 위해 해당 경기를 지는 한이 있더라도 내보내지 않는 것이 옳은 선택일 수도 있죠.


마찬가지로 박빙의 승부에 컨디션이 좋지 못하거나 경험이 일천한 신인급 투수를 내 보냈다가 통타당하며 경기를 내주는 경우에도 팬들은 감독을 비난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긴 계산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컨디션 좋고 경험 풍부한 특급 선수 한두명만 데리고 시즌을 치를수는 없는 법이니 한 경기를 내어 주더라도 해당 투수에게 기회를 주는게 옳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매 경기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게 스포츠맨쉽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야구는 3게임이 한 시리즈로 이뤄지고, 2시리즈가 한 주의 경기 일정으로 짜여지며, 다시 한달, 전/후반기, 한 시즌 단위로 크게 분류됩니다.(세대교체를 진행중인 팀의 경우엔 더 장기적으로 몇 시즌 후를 기약하기도 합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해 플레이 해야 하기는 하지만 마찬가지로 매 시리즈, 매 주, 매 달, 매 시즌 단위로 최선을 다해 임해야 하기도 한단 말이죠. 한 시즌동안 모든 경기를 다 이길수는 없는 법이기에, 지더라도 잘 지는, 소득이 있는 경기를 한다면 그 역시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단순히 한 경기의 결과, 혹은 한 이닝이나 한 타석의 결과만을 가지고 감독의 선택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 시즌을 길게 이끌어 가는 일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모르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그렇다고 해서 어떠한 감독의 한가지 선택을 가지고 아쉬워하는 팬들더러 '사소한 일 하나만 가지고 일희일비한다'라며 몰아붙이는 것 역시 부당합니다. 어떤 종류의 팬들은 단순히 '한경기 패배했다'는 이유가 아니라 한 시리즈, 혹은 향후의 시즌 운용이나 포스트 시즌을 대비해 감독의 선택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라는 것이 만능은 아니고, '결과'란 건 언제나 수많은 변수들이 쌓이고 쌓여 도출되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미래에 대한 예측'은 이런 변수들 보다는 쌓여있는 데이터를 근거로 삼아 계산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내가 응원하는 팀이 한화와의 3연전을 할때 류현진이 나오느냐 아니냐에 따라 0.5패 정도는 물고 가겠구나, 하는 계산을 하게 됩니다. 물론 올해처럼 류현진이 지독한 불운으로 승수를 못 챙기는 시즌도 있고, 류현진이라고 해서 항상 100% 이기기만 하는 것은 아니기에 의외로 류현진을 두들겨(현진아 미안하다ㅠㅠ 형이 너 격하게 아낀다) 우리가 승리를 거두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어나면 좋겠다'싶은 희망사항이고, 사전 예측에 이런 희망사항을 끼워넣어 계산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그러기에 '한화와 3연전을 한다', '선발 로테이션 상 류현진이 이번 시리즈에 등판한다', '그렇다면 남은 두 경기에 모든 자원을 쏟아붓고 류현진 경기는 그냥 뭐.. 최선을 다해보자' 하는 계산이 합리적이라는 거죠.


이런식의 '긴 예측'은 (물론 한 경기 한 경기에 열광하는 재미도 여전히 가진 채) 3연전 시리즈나 주간 6경기를 가지고 예상을 해보고 결과를 분석하는 재미를 가질 수 있게 해줍니다. 화요일 경기는 한 주의 시작이고, 일요일 경기는 그 주의 마지막 경기로 다음날 휴식일을 가집니다. 일요일 경기가 박빙으로 진행된다면 당연히 양팀 모두 모든걸 쏟아부은 총력전이 되겠지만 화요일 경기 양상이 그렇게 흘러가면 느낌이 또 전혀 다르다는 거죠. 일주일의 첫경기인데 연장까지 가는 한점 승부가 벌어지며 불펜진 총동원이 된다면 당장 내일 경기 걱정부터 한주간 어떻게 버티지 하는 고민까지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합니다. 거기서 승리한 팀은 좋은 기분으로 피로를 잠시 잊을수 있겠지만 지는 팀의 타격은 1패 이상의 피해를 입는거죠. 그래서 저는 시리즈 끝경기보다는 첫경기가, 또 일요일 경기보다는 화요일 경기가 박빙으로 진행될 경우 더더욱 손에 땀을 쥐게 됩니다.


3연전 시리즈의 쳣 경기 승패에 따라 남은 두 경기를 1승 1패 정도 생각하고 여유롭게 운영하느냐, 아니면 죽기살기로 2연승 해야겠다고 달려들어야 하느냐도 판가름 나게 되고, 우리팀 에이스가 길게 잘 던져줬지만 아쉽게 비기거나 졌다고 해도 상대 불펜들이 줄줄이 나와 체력 소모를 많이 시켰다면 내일 경기를 기대해볼 법 하게 됩니다. 이런식의 '길게 보는 야구'는 한 경기 패배를 했다고 해도 (물론 아쉽지 않다면야 거짓말이겠지만) 패배 자체만 가지고 낙담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뭐 이기는 경기에서도 출혈이 컸다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수 있구요.


매 경기 열광하며 응원하는 열정에다 이런식의 '길게 보는 야구'법을 더한다면 야구, 두배로 재밌게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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